많은 우려와 반대 속에서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우리 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제. 처음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면서 대학들이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또 난제 극복을 위해 각 대학들은 어떤 노력들을 해나가야 할까. 입학사정관제 첫 시행을 뒤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몰려든 학생들 … 사정관 부족해
2009학년도 1·2학기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한 대학들은 가톨릭대·건국대·경북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인하대·중앙대·한양대 등 총 16개. <표1 참조> 전형 진행 시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들이 제출한 수 천 장의 서류를 일일이 검토·평가하기 위해 눈코들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야 했다. 몰리는 지원자에 비해 입학사정관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
손종현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전형의 경우 심층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를 실시해야하는 특성 때문에 다른 전형들보다 많은 시험관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제도 시행 첫 단계기 때문에 수험생에 비해 사정관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수험생들은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 30 대 1을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 대학들도 부지기수. 특히 건국대 자기추천전형은 15명 모집에 1105명의 지원자가 몰려 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눈길을 끌었다. 고려대 교육기회균등전형도 30명 모집에 1281명이 지원해 42.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 연세대 인재육성프로그램전형 39.9 대 1, 한양대 입학사정관제전형 38.7 대 1,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 36.2 대 1, 인하대 기회균형선발전형 34 대 1, 건국대 리더십전형 32.4 대 1 등으로 역시 경쟁률이 높았다. <표2 참조>
몰려든 지원자에 비해 부족한 사정관으로 대다수 대학들은 그동안 입시를 담당해왔던 각 학과의 교수들을 임시사정관으로 활용했다. 손종현 입학사정관은 “2009학년도 수시모집 당시 사정관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교수들을 엄격히 선발·교육해 전형에 집중 투입시켰다”며 “30명 이상의 교수가 서류검토·면접고사 등에 참여해 지원자들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각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을 신규 채용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공정성·객관성, 어떻게 살렸나
특히 건국대의 경우 지난해 8월 13·14일 이틀간 ‘입학사정관과 함께하는 1박 2일 합숙면접’을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당시 건국대 사정관들은 자기추천전형 1단계 합격자들과 함께 합숙하면서 집단면접·토론면접·개별면접·발표면접 등 총 4차례에 걸친 면접과 평가를 실시했다. 또 면접 외의 레크레이션·특강 등 기타 활동에도 모두 참석, 학생들을 보다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다수의 사정관이 다각도로 학생들을 평가해 공정성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양성관 건국대 입학사정실장은 “입학사정관의 주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여러명의 사정관이 다단계에 걸친 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관성은 거의 개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학사정관전형에도 교과성적 등의 객관적 지표가 다 녹아들어가 있다”며 “다단계 전형을 실시하고 한 명이 지원자를 여러 사람이 평가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말했다.
■내년 실시대학 확대 … 기반구축·공정성 증명이 관건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49개. 2009학년도 16개 대학에 단국대·부경대·서울시립대·아주대·한국교원대·한국외대·한동대·홍익대 등 33개 대학이 새롭게 합류했다. <표1 참조>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선발되는 신입생 정원도 4400여 명으로 크게 확대될 방침이다.
대다수 사정관들은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탄탄한 기반 구축이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학사정관이 입시·대학 등에 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대대적이고 꾸준한 교육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손종현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아직은 시작 단계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탄탄한 인프라 구축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며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함양에 최선을 다해야만 입학사정관제의 본래 취지를 충실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탄탄한 기반 없이 섣불리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했을 경우 본래의 목적·취지는 사라지고 또 다른 교육 모순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입학사정관전형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학들이 적극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입학사정관제의 안착과 확대를 위해서는 대학들이 먼저 나서 투명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양성관 건국대 입학사정실장은 “대학들이 합격생들의 경향을 밝힌다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전형이 공정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이어 “건국대의 경우 2010학년도 신입생 모집인원의 10%인 300명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라며 “많은 학생을 뽑기 때문에 합격생들의 집단적 특성까지 분석·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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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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