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본과 유착 ‘연구비 사냥’에 열중
글로벌 경제위기 속 바른 목소리 내야

2008년 들어서는 급기야 인간의 이성이 만든 매우 유혹적 경제체제인 자본주의가 그 도덕적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대형 사고를 냈다. 일부 어리석은 금융경제 전문가들이 저지른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처럼 급속히 퍼지고 있다. 자본과 시장, 사회에서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가 다시 한 번 대재앙을 만들어 냈다. 이제 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들도 흔들리는 위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18세기 영국의 대풍자가였던 조나단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에서 이미 진단 내렸듯이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라 이미 ‘이성이 가능할 뿐’인 동물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성을 가능하게 작동시키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간중심적 사유는 시급하게 지양되어야 한다. 이제 인간이란 동물은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면서 반성하고 비판하고 나아가 자기소통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이쯤 되면 인간 혐오증도 지나친 것인가? 아니면 비판적 상상력이야말로 대재앙 시대를 위한 겸손과 지혜의 문화윤리학일까? 우울한 지금 대학 지식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 대학 지식인들의 심각한 문제는 권력지향과 경제논리다. 침묵하는 다중들의 불만과 저항의 목소리들을 외면한 채 권력과 결탁해 곡학아세하는 소위 전문가 지식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금융위기의 재앙을 미리 진단하고 비판한 금융경제 전문가 지식인들은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빛과 소금으로 인간세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대학의 기능은 약화되고 비판정신은 마비됐다.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입맛에 맞는, 그리고 그 체제를 유지시키는 잘못된 지식과 허위이론을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대학 지식인들은 거의 읽히지 않은 전문 논문제조 기능공으로, 그리고 연구비 사냥꾼으로 전략하고 있다. 지식은 언제나 권력과 제휴하고 자본과 공모하는가?
이제 다양한 불평등과 부패구조가 만연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대학 지식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도 대학 지식인은 자신을 권력과 자본의 중심부에서 벗어나, 다시 말해 ‘주변부-타자 되기’를 통해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중심부-동일자’에 개입해 전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영원불멸의 객관적 진리를 찾는다는 미명하에 현실·역사와 격리된 상아탑에서 한 구멍만 파대는 지식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 지식인은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분석·진단·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유목민 또는 둔전병(屯田兵)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만 이 시대의 대학 지식인은 진정한 진리와 역사의 장에서 정규군인 전문가 지식인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비판적 상상력’을 작동시키는 진정한 아마추어적·게릴라적인 공적 지식인이 될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감당키 어려운 대재앙이다. 대학 지식인은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타자 되기’라는 공감적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공적 지식인으로서 비판적 상상력을 역동적으로 실천하며 전 지구적인 금융사기의 희비극을 넘어 인간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어려운 책무를 부둥켜안아야 할 것이다. 이 척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대학 지식인들이여! 새해에는 더욱 더 용기를 내 희망의 원리를 창출해 내자!
정정호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 /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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