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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금융위원회는 한국은행 역할을 `물가 안정`에서 `금융 안정`으로까지 확대ㆍ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경희330 2009. 1. 22. 22:28

"法고쳐 한은에 금융안정 기능 추가를"
중앙은행 위기대응 역할강화 주장…독자 검사권엔 반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한은 역할을 `물가 안정`에서 `금융 안정`으로까지 확대ㆍ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잔잔한 파장이 일고 있다. 한은법 개정을 전제로 한 이 총재 발언이 향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진행될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례회의를 갖고 금융위기 해소와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은행 정책목표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금융감독원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 정보를 한은도 공유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금융정보공유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민간금융위는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현재의 금융위기는 특정 금융회사의 부실화보다는 자산가격 거품, 환율 폭등 등 거시적 충격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금융안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거시적 충격에 대응할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금리ㆍ통화량 등 강력한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한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민간금융위는 한은에 금융안정 기능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1997년 말 한은법 개정 과정에서 삭제된 `은행, 신용제도의 건전화와 그 기능 향상`이라는 책무 또는 `금융시장안정 기능`을 한국은행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법 중 일부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공개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증권을 국채ㆍ정부보증채 등 유동성과 안정성이 보장된 증권으로 제한하고 있는 제68조다.

민간금융위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 범위를 신축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증권매매 외에 대여방식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은행 긴급여신은 통화와 은행업의 안정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중대한 긴급사태 시 등에만 가능(제65조)하고, 비은행 등 영리기업 여신은 금융회사가 기존 대출을 회수하며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로 제한(제80조)하는 등 한은의 은행 긴급여신과 영리기업 여신 실행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금융안정 관련 정보를 적기에 취득하기 위해 직접 금융회사를 검사할 수 있는 검사권이 필요하다"는 한은 주장에 대해 "독자적인 검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중복검사의 문제가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검사는 금융감독원에서 하되, 거기에서 나오는 정보를 정보공유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금감원은 한은 등 관련 기관들이 금융정보를 요구하면 적기에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금융위는 금융감독정보공유협의회를 법적 기구로 격상시키고, 협의회가 각 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취합하고 이를 DB화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선애 중앙대 교수는 "미국의 연방금융기관검사협의회(FFIEC)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FFIEC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미국예금보험공사(FDIC) 등 5개 연방금융감독기관의 협의 기구다.

■ < 용 어 >

민간금융위원회 = 공익 대변과 시장원리 존중이라는 두 가지 원칙하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중립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6월 말 출범했다. 위원장을 맡은 이필상 고려대 교수를 비롯한 학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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