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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에 바란다…실패 되풀이 말라

이경희330 2009. 1. 21. 10:59

원약세 고집하다 외화유동성 위기 초래
은행에 BIS 비율 압박 中企 자금난 불러

19일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목된 윤증현 내정자의 일성은 일관된 메시지 전달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과 추상 같은 정책 집행이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새 경제팀에 바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뢰 회복과 일관성, 과감한 추진력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전임 경제팀이 각종 정책 혼선과 부처 간 엇박자, `오럴해저드`(말실수로 인한 부작용) 시장 신뢰를 잃었고 어렵게 결정된 정책도 추진력 부족으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임 경제팀은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하는 것은 물론 적시 대응에도 서툰 모습을 보였다.

초기 수출 증대를 위해 고환율 정책을 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역풍을 맞으면서 외화유동성 위기를 자초했고, 지난해 말에는 자금 경색에 몰린 은행들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엄격하게 보겠다고 강조해 중소기업 자금난을 심화시켰다. 잦은 시장 개입과 설익은 정책 발표도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말 "시중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대통령의 말에 곧바로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지만 지원 방식이나 규모가 오락가락하면서 금리가 오히려 급등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정책 혼선은 현안인 기업 구조조정과 은행 자본확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 신뢰"라며 "전임 경제팀은 환율 개입 등 시장을 시험하는 정책을 수시로 펼쳐 시장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가계 부실 등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잠재돼 있는 불안요인들을 사전 차단하는 등 전 경제팀이 보였던 무력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일관성과 속도를 주문했다. 이 행장은 "기존 정책을 유지해 혼선을 줄여야 한다"면서 "기업 구조조정도 신속하게 실행돼야 애초 의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추진력을 강조했다. 전임 경제팀이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자본확충펀드 조성 등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춰 놓고 물러난 만큼 새 경제팀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이미 수립돼 있는 정책을 신속ㆍ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경제팀과 차별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운 경제팀은 과거 패러다임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강만수 경제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과거 패러다임에 대한 집착을 꼽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행 구조조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고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채권자와 채무자가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통합도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위기 극복 대책의 초점이 금융보다는 실물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현 상황을 "금융과 실물이 서로 맞물려 경제가 쓰러지는 구조적 위기"라며 "실물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금융이 버티기는 힘든 만큼 실물경제를 살리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현 기자 / 손일선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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