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모인 그들은 스스로를 피해자연하지만 사실상의 가해자인 것이다. 굳이 촛불집회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나라당, 엠비연대, 청와대, 북파공작원 홈피를 다운시켜버리는 사이버 테러라든가, 조중동에 광고를 실었다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직접 전화를 걸어 콜센터와 부서업무를 마비시키는 작태며, 개그우먼 정선희가 촛불집회를 폄하하는 멘트를 했다 하여 협찬 광고사를 협박하여 광고를 취소하게 만들고 결국 정선희마저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는 등의 온오프라인의 테러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민들이 아주 사소한 불편으로 인해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그 분노의 화살이 이유도 모른 채 청와대로 향하는 구조를 바꿔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시위대로 인해 이용하게 된 택시 기사와의 대화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값진 소득이었다. 6일 저녁 청와대 입구에 갈 일이 있어서 6시경 가라뫼에서 버스를 탔다. 7시 청와대 입구의 한 미술관에서 있었던 개인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연세대에서 차를 돌리는 바람에 낭패를 보아야 했다. 버스는 원래 광화문을 거쳐 서울역-충정로-연세대를 거쳐 일산으로 돌아오는데, 연세대에서 모두 회차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연대 앞에서 광화문을 안 거치고 창경궁 쪽으로 다니는 버스를 갈아타고 간신히 경복궁에서 내렸는데, 거기서 그 차도 회차하고 있었다. 아마 시내가 전부 그랬던 것 같다. 밤 12시쯤 미술관의 개막식 뒷풀이가 끝나고 차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자하문 터널에서 오는 길을 청와대 입구에서 막고 돌리는 바람에 회차하는 택시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그 택시기사는 이제 포기했다고 한다. 벌써 한 달 째 시내를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이나 배회하고 있으니 손님이 제대로 있겠느냐고 했다, 시내의 식당들도 다 그 모양이라고 했다, 민노당, 민주노총은 늘 그랬고 민주당도 나서서 설치는 데 어떻게 하자는 건지 자기는 모르겠다면서 방송은 다 왜 그 모양이냐, 이명박도 잘못이지만 그게 어디 탄핵이고 정권퇴진이고 내걸 상황이냐고 했다. 40 넘은 손님들은 촛불시위 자체에 불만이 많지만 말해봤자 속만 터져서 참고 있는 것 같다는 승객들에게서 느낀 분위기도 말했다. 그 기사가 문국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게 묻길래 “개혁 운운하면서 민주당 정동영과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람이 이회창과 합한다는 게 제정신이냐”고 했더니 그런 일이 있느냐고 했다. 박근혜 얘기도 나왔다. 박사모가 촛불집회에 나선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그게 사실이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박근혜는 아니겠지요? 박사모가 원래 천방지축이라서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슬쩍 떠 봤더니 “그게 그거 아니냐”고 했다. 자기는 박사모가 거기 참가하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좌파들이야 그러는 거 어쩔 수 없지만 이회창과 박근혜가 그러는 것이 사실이라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그 기사가 “사태가 대통령 탄핵이나 정권 퇴진할 정도도 아닌데, 장관 한 두명 사퇴하면 될 일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고 묻길래 나는 그랬다. “방송이 문제인 거 같다. 10년째 좌파에 봉사하다보니 부지불식간에 좌파연하게 되고, PD급까지 다 그런 거 같다. 생각해보시라. 언제 땡박, 땡전은 있었어도 대통령에게 이렇게 대든 방송들이 있었느냐?”고 했더니 “왜 방송을 그렇게 놔뒀느냐”고 물었다. “아마 대통령이 바꾸면 방송이 알아서 길 줄 알았지 않았겠느냐? 그리고 7~8월이면 족히 끝나지 않겠느냐? 장관 한 두 명 사퇴시키면 내각 총사퇴하라고 할 것이고, 그래서 내각 총사퇴하면 그때는 대통령 하야하라고 할 텐데 어떻게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겠느냐?”고 했더니 기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인 것은 이제 대통령 임기 초라는 점이다. 임기 반쯤 돼서 이 모양이었다면 그냥 끝날 수도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명박에게는 장자방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건설회사 출신 CEO라서 한마디만 지시하면 다 해야 하고, 조급증만 있어서 그것도 빨리 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특단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수석진이 모두 사표를 냈다니 다 수리하고 내각도 서너 명 갈아치운 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대통령이 진솔하게 “자, 청와대 수석 선임시, 장관 임명시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 기업 경영만 생각하고 일을 조급히 하려다 보니 문제가 있었는데, 재협상을 하자니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거고, 백배사죄하고 앞으로 깊이 새겨 일로 매진할 것이니 이것으로 수습되길 바란다”고 사과하고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그와 동시에 “그렇다고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퇴진을 하자고 하는 시위대의 주장이 평화적인 것도 문화제도 아닌 것은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한 달 이상 해법도 없이 계속되고 있는 이 집회로 인해 생업과 학업을 직간접적으로 망치는 국민들이 있고, 국가 신인도에도 막대한 흠집이 생기는 것을 대통령으로서 묵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더 이상의 불법시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국회를 통해서 논의하고 건의해서 같이 노력하면 어떻겠느냐”고 못을 박을 필요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리고 나서 "그렇게 한다면 어느 국민이 더 이상 길길이 날뛸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그 기사도 그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짜증 제대로 난 하루였다. 하지만 나는 짜증만 났지만 길거리에서 왜 안 오는지도 모르는 채 차를 기다리면서 분통 터졌을 시민들, 사납금을 못 채우는 기사양반들, 시위에 철시하거나 벌이가 안 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닌 듯했다. 그런 분노가 시위대가 아닌 청와대로 향하고 그게 촛불집회를 더 크게 만들어 다시 더 짜증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지 못한다면 진짜 정권퇴진, 대통령 탄핵도 감수해야 할 것 같았다. |
최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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