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정치

도로 열린당 (= 쓰레기 연합당?)

이경희330 2007. 8. 11. 01:15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을 할 모양이다. 반한나라당 진영은 거의 통합되고 민주당만 남은 셈이다. 잡탕정당, 선거를 위한 일회용 정당, 정체성이 모호한 정당 등 수 많은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이목을 끄는 비판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평가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니 일면 일 리가 있는 것처럼 들린다. 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하는걸까?

1. 정당의 주요 요소

정당은 정책적 지향이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책을 국정에 반영할 목적으로 모인 정치집단이다. 이렇게 간단한 정의에 의지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작업이 정당을 건설하는 과정이다.

정책적 지향이 유사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의미는 잡탕이어서는 안되다는 뜻이다. 서로 유사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모인 집단은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통합해서 하나의 정당을 만든다면 그것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정책적 지향은 대체로 유사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선에서 모여야 정당의 건설이 가능하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책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한다. 애매하게 성장도 분배도 모두 잘할 것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복지도 확대하고 세율도 낮추겠다고 주장해서도 안된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리지도 않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정당이 아니라 정치적 사기행위에 불과하다.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이고, 그것이 어떤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어떻게 국익에 기여할 것인지를 선명하게 밝혀야한다.

그래서 일정한 수준의 국민에게 지지를 받고 집권을 하거나 의회에 들어가면 약속을 이행해야한다. 모두 실현하기는 불가능할 수도 있으나 대체로 약속한 정책지향은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득표를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가 선거가 끝나고 딴 소리를 한다면 다음 선거에는 유권자의 심판을 달게 받아야한다. 그것이 책임정치의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정당이 발전하고 쇠퇴하고 소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쇠퇴했던 정당이 스스로 거듭나서 다시 지지를 받으면 살아나는 것이고, 시대적 요구가 달라져서 우연히 그 정당과 일치하게 되는 경우도 부활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과정을 위해 정당에 필요한 구성요소도 제법 필요하다. 선명한 정책적 지향이 필요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의 정당활동을 규정하고, 리더쉽을 형성하는 룰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당헌과 당규등의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소속 정치인과 당원 또는 서포터 그룹도 있어야 한다. 정당의 정체성을 비교하려면 정당의 원론적 정의와 필요한 인적 구성 그리고 물적 구성을 살펴보면 된다.

2. 민주신당의 정체성.

외형적으로 민주신당은 원내 제1당이라는 위상으로 자리매김된다. 국회의원을 무려 143명이나 보유한 거대정당이 되는 것이다. 단숨에 한나라당의 의석수를 압도해 버렸다. 대부분 열린우리당에서 여러차례로 나뉘어 합류한 사람들이지만 민주당에 소속되었던 사람들도 있다. 정치인들의 구성이 대부분 열린우리당 출신이어서 도로 열린우리당 이라는 비아냥을 듣게된 것이리라. 외형적 위상은 그럴싸하지만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면 왠지 좀 어설프다.

첫째, 정책적 지향이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다. 시장지상론자부터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람까지 망라되어 있다. 특히 현정부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탄핵을 주도했던 사람들과 그것을 몸으로 저지하던 사람들이 모두 망라되어있다. 지난 10년간의 민주정부를 극단적으로 비난하던 사람들과 국민의 정부의 주역 그리고 참여정부의 주역들이 함께 모여있다. 정책적 지향에서 유사성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반한나라당이라는 공통점과 선거에 이기고자 모였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둘째,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명확히 정책적 지향을 밝혀야 하지만 전혀 밝힌 바가 없다. 누구도 그들의 정책지향이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냥 지지만 해달라는 것이다. 지지를 받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없고 지지를 받고 싶은 욕심만이 있을 뿐이다. 과연 국민이 무슨 명분으로 지지할지 의문이 든다. 지지할 명분이라면 한나라당이 싫다는 것외에 없어 보인다.

셋째, 이미 그 정당의 정치인들은 대부분 중요한 집권세력이었다. 그러나 국민에게 약속한 그 무엇도 잘 지키고 있지 못하다. 말하자면 신뢰를 상실한 것이다. 그들을 다시 지지하여도 역시 약속한 것을 지킬 가능성은 낮다. 또 당내 지분다툼으로 날을 지새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끝나면 곧장 없어질 것이라는 의구심을 국민에게 이미 심어두고 있는 세력이다.

넷째, 당헌과 당규에 적절한 리더쉽의 창출과정을 그리 잘 정리해두고 있지도 못하다. 시대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과두정치로 돌아가고 있는 것같다. 유력 정치인들이 모여서 서로 지분을 나누고 그것을 다투는 선에서 리더쉽을 형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공화국의 정당답게 민주적 리더쉽을 형성할 가능성이 없다. 과두정치가 과연 지금의 시대정신에 맞을지 모르겠다.

다섯째, 정당이라면 자발적 의지로 참여하는 당원이 있어야한다. 원내정당화를 기치로 내건다면 적어도 서포터스 그룹은 있어야 정당이 뿌리를 내리고 정착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정치인들이 동원하는 수동적 지지자 그룹이 존재할 뿐 자발적 참여자가 없다. 당내부의 견제장치가 전혀없어서 유력정치인들끼리 나눠먹기가 성행할 것이다.

결국 신당의 정체성은 잡탕이다. 그 정당의 생명은 선거에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곧 바로 해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책적 지향과 자발적 참여자들이라는 뿌리가 없기 때문에 그 생명은 길게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3.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지금 출범하는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은 비교적 유사점도 적지않다. 우선 정치인들의 헤게머니 다툼으로 민주당과 결별했던 점이 그렇다. 총선을 몇달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었던 점도 그렇다.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기반하여 분당된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또 단순히 선거를 위한 연합체가 아니라 그럴싸한 명분이 충분히 제시된 점이 확연히 다르다. 당헌당규가 매우 미래지향적 가치를 담고 있었다. 당의 뿌리가 될 자발적 지지자 그룹이 무려 수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지금의 민주신당이 출범한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은 참여했던 역량없는 정치인들과 정체성이 달라서이다. 당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소속 정치인들의 무능력과 비겁함에 기인한 실패일 뿐이다. 정당의 실패가 아니라 소속 정치인들의 실패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이 창당할 시점에서 우리의 정당들은 과거의 일인보스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새로운 시대변화를 적절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구도에 안주하여 그것을 극복하기 보다는 즐기고 있었다. 자발적 당원들의 참여는 없고 정치인들에 의하여 동원된 유령당원이 대부분이었다. 부정한 정치자금을 수수해서 운영되고 동원되는 정당이었다.

그러한 모든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일인보스체제를 혁파하기 위해서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그들의 의사에 의해서 리더쉽을 창출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특정인의 당지배를 막고, 당운영을 부정한 자금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기간당원제를 도입한 것이다.

지역구도를 해소 또는 완화하는 것을 용감하게 전면에 내어 걸었던 점도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지역별 독점정당들의 폐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공천권을 팔아먹고, 지역이권에 개입하여 정치자금을 거두는 것을 막으려 하였다. 정치인들에게 지역주의적 철통지지야말로 대단히 매력적인 것이다. 그것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태도였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당원들이 당의 리더쉽을 스스로 만들고 정치인들의 잘못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민주적인 정당의 모습이다. 민주공화국의 정당이 당연히 지향해야 할 가치있는 일이다. 당원들이 스스로 돈을 내고 시간을 투자해서 꾸려가는 정당,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할 수 있는 정당은 가치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당,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정당, 국민속에 뿌리를 내리고 백년가는 정당을 건설하고자 했던 것이다.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당을 건설하고자 했던 것이다. 일인보스의 지배가 사실상 종결되고 당원들이 스스로 리더쉽을 세우는 민주적 운영원리를 도입하였던 것이다.

반복되지만 실패는 비겁하고 무능하며 정치적 욕심으로 점철된 정치인들의 실패로 열린우리당은 문을 닫게 되었을 뿐이다. 창당정신의 실패도 아니고, 당헌당규의 실패도 아니며, 자발성이 높은 당원들의 실패도 아니다. 지역구도에 안주하고 싶은 정치인, 깨끗한 정치로는 수지가 맞지않아서 짜증스러운 정치인, 책임정치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영달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실패했을 뿐이다.

4. 도로열린우리당이라 말하지 말라.

새로 탄생하는 민주신당을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들은 절대로 열린우리당과 같지않다. 차라리 과거로 회귀한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말하라. 열린우리당의 창당명분도, 창당정신도, 자발적 참여자들의 헌신도 전혀 닮지않은 그들에게 왜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말하는가?

한나라당의 굳건한 대오에 맞서기 위해서 명분도 버리고, 미래지향적 가치관도 버리고, 서로 전혀 다른 정체성도 무시하고, 따가운 국민의 눈총조차 무시하고 결성된 그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반한나라당 단일대오로 선거에 대비할 뿐이다. 과두정치인들의 이익을 만들고 서로 나누기 위한 이익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는 그들에게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허울을 덮어주지말라.

열린우리당을 온통 망가뜨리고 나온 사람들의 연합체일 뿐이다. 그들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도 버린지 오래이고, 자발적 지지자들을 모욕하며 내쫓기에 바쁜 사람들이었다. 당의 뿌리는 유력 정치인이 아니라 당원이고, 당의 정신이다. 그것에 반발하여 도망간 사람들의 모임에 대하여 도로 열린우리당 이라는 이름은 너무도 과분하고 지나친 칭찬이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당원들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절대로 다시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 말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