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기용에 힘있는 사람이 맡아야" 간접표현
하일성 사무총장 "본선까지 무조건 같이 간다"
하일성 사무총장 "본선까지 무조건 같이 간다"
- [스포츠월드] “좀 더 힘있는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아야 한다.”
한국 야구를 8년 만에 올림픽 본선으로 이끈 김경문 대표팀 감독(50·두산·사진)이 본선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대표팀 감독에 보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다.
김 감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LG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함께 한 자리에서 “대표팀에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 인 것 같다”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직 사의의 표면적인 이유는 소속팀 두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을 맡느라) 팀에 너무 미안하다. 당분간은 팀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나보다 힘있는 분이 대표팀 감독을 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힘의 한계를 느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구체적으로는 선수 선발에 관한 주변의 압력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김 감독은 “대표팀 선수를 선발할 때마다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 나는 선수기용에 전혀 사심을 두지 않으려 하는데 말이 많을까봐 일부러 우리 선수들을 더 내쳤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마지막에 선발한 이용규, 김주찬이 잘 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두산 소속인) 이종욱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두 번째 경기부터 바로 (내가 뽑은) 이용규로 교체했고 이용규가 보란 듯이 잘 해주지 않았나”며 이번 최종예선에서의 성공적인 선수 선발 및 기용 결과를 강조했다. 감독을 맡겼으면 전폭적으로 믿고 밀어줘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만약 김 감독이 대표팀을 떠난다면 KBO로서는 본선을 4개월 남겨두고 새 감독을 뽑아야 한다.
정규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구단의 감독이 김 감독을 대신해 대표팀을 맡기는 쉽지 않다. 대표팀 감독 전임제가 정답인데, 이미 김 감독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마당에 지금와서 그를 대신할 전임 감독을 새로 뽑는게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도 “김 감독한테 사의 뜻은 전해들었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다. 본선까지 무조건 김 감독과 같이 가야 한다”고 못박았다. 결국 본선 진출을 일궈낸 김 감독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잠실=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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