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인천공항. 귀국한 19명에게 개신교 신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지만 계란이 투척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한국인 인질 19명이 피랍 45일만인 2일 오전 6시 35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유경식(55)씨를 위시한 석방자들은 지난 7월13일 선교·봉사활동을 위해 아프간으로 출국한 지 51일만에 대한민국 땅을 밟은 것이다.
지난달 28일 이뤄진 우리 정부와 탈레반의 석방 합의에 따라 29·30 양일에 걸쳐 석방된 이들은 31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로 이동해 두짓두바이 호텔에서 하루를 묵은 뒤 이달 1일 오후 9시50분께 인천행 대한항공 KE952 항공기에 탑승해 무사귀환했다.
이들은 입국 수속을 마친 뒤 오전 7시께 김만복 국정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국제선 입국장 앞에 마련된 기자회견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원장은 마중 나온 피랍자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국민과 정부가 모두 노력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피랍자, "사랑 나누려 갔는데 심려끼쳐 죄송하다"
피랍자 19명 가운데 대표자로 나선 것은 유경식씨였다. 유씨가 소감문을 낭독하는 동안 故 배형규 목사의 형 배신규(45)씨와 김지나(32)씨의 오빠 김지웅(35)씨가 각각 살해된 배 목사와 故 심성민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유씨의 양 옆에 서서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씨는 "사랑을 나누기 위해 갔는데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고 정부에 부담을 주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저희들이 무사히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염려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하다. 특히 김만복 국정원 원장과 외교통상부, 국방부 관계자 등 관계 기관의 공무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국민여러분께 끼친 걱정은 석고 대죄해야 마땅하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지내다가 특히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살해 소식을 접하며 정신적으로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상태"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유씨는 "조금이라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안정을 취하는 대로 모든 것을 국민여러분께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인 차성민(30)씨 역시 "23명이 다 돌아온 것이 아니라 가슴이 아프지만 21명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 개신교 신자들은 박수와 환호, 한 남성은 계란 투척
이날 피랍자들의 분위기는 기자들의 열띤 취재 열기 속에서도 숙연 일색했다. 故 배 목사와 故 심씨가 함께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국 절차는 슬픈 분위기 속에서 조용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몇몇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 구절이 적힌 푯말을 들고 나와 이들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형제자매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 고개 숙이지 말고 떳떳하라", "저희는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기도 했다"고 응원했다.
반면 한 남성은 유씨가 귀국소감을 밝히는 도중 유씨와 피랍자들을 향해 계란을 투척했다. 던져진 계란은 아무도 맞히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으며 곧 경찰이 이 남성을 제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미리 대기 중인 차량을 타고 곧장 경기도 안양시 샘안양병원으로 향했다. 오전 8시께 병원에 도착한 피랍자들은 30분 동안 가족들과의 짧지만 진한 만남을 갖고 함께 기도를 한 뒤 진료를 위해 병실로 올라갔다.
병원 측에 따르면 피랍자들은 2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이들을 위한 전담팀(신경정신과와 내과, 피부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로 구성)을 만들어 심리치료 등 정신적 치료와 육체적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17일 귀국해 국군 수도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경자 김지나씨 역시 이곳 안양 샘병원으로 합류해 함께 치료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피랍자들에 네티즌 비난 봇물
별다른 사건 없이 피랍자들은 고국으로 돌아와 무사히 병원에 입원했지만 국내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피랍자 가족들의 우려대로 귀국한 이들을 보는 네티즌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피랍자 귀국 관련 기사 댓글란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피랍자들을 비난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같은 국민으로서 일단 피랍자들이 무사귀환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들을 우려하게 한 점에 대해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며 협상에 소요된 모든 비용 전액을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네티즌, 계란 투척한 남성 `계란열사`로 추대
한편, 우리 정부가 피랍자들의 석방 대가로 탈레반에 수천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그런 일은 없다"며 `몸값 지불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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