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날린 '한방'에 국내최대 인터넷포탈기업 NHN의 주가가 '휘청'대고 있다.
<PD수첩> 한방에 NHN 주가 급락
4일 오전 개장한 증시에서 다른 인터넷주들이 선전하고 있는 반면, 인터넷 대장주인 NHN 주가만은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SK컴즈(9.42%)와 인터파크(1.08%), 네오위즈(1.60%)는 상승하고 있는 반면, NHN주는 2.38% 급락세다.
NHN의 주가 급락은 전날 밤 MBC <PD수첩>이 NHN의 주 수입원인 '한게임'이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시급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PD수첩> "한게임은 제2의 바다이야기"
<PD수첩>은 이날 밤 '인테넷 한게임, 도박의 바다에 빠지다?'를 통해 "2006년 여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바다이야기. 2년 후인 2008년에는 그 자리에 한게임이 있다"며 최근의 '한게임 파동'을 '바다이야기 파동'의 재판으로 규정했다.
<PD수첩>은 "가입 아이디 3200만 개, 18세 이상 가입 아이디 2000만 개, 하루 평균 순수 방문자 300만 명, 동시 접속 최대 25만 여 명의 유저를 가진 대한민국 최대 게임포탈 '한게임'이 왜 대한민국 최대의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며 이번 취재가 <PD수첩>에 쏟아져들어온 100건의 제보에 기초한 것임을 밝혔다.
<PD수첩>은 "취재결과, 한게임에서 벌어지는 도박판화 된 게임에 빠져 인터넷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도 많고 피해가 심각했다"며 "남편이 한게임 포커에 빠져 집이 넘어가 친정으로 들어가 살 수밖에 없는 20대 주부, 한게임 고스톱을 게임 으로 시작했다가 지난 3년 간 4억을 날리고 이혼 위기에 놓인 30대 주부, 한게임에 서 하루에 200만원을 따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둔 20대 청년, 하루에 수백만원을 잃을 때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는 30대 직장인 등 수 많은 인터넷 도박 중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 피해 사례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회사원 박모(37)씨는 "하루에 300~400만원 밤에 잃게 되면 웬만한 사람이 그거 견뎌내겠냐고요. 제가 300-400만원 잃어 봤더니 정말 미치겠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정모씨(27세)는 "이 게임 하나 때문에 사람 인생 하나가 다 그냥 순식간에 망가지는 거죠"라며 구체적으로 자신이 한게임 도박에 빠져들어간 과정을 밝혔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10만원이라는 돈으로 200만원 넘게 돈을 딴 적이 있었어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이제 일을 안해도 되겠구나 이것만 잘해서 따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이거에만 몰두했다"며 "부모님 몰래 어머니 통장 갖고 가서 해본 적이 있고, 있는 신용카드에, 집에 있는 전화기, 그 다음 핸드폰 심지어는 여자친구한테까지 돈을 빌려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룻밤에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 200만원 가까이 잃어 본것 같다. 하룻밤에 심지어는 48시간 동안 해본적이 있다"며 "도박하다 보면 졸린 걸 못 느낀다. 돈으로 계속 게임을 하다 보니까 일반 도박장 같으면 강원랜드 같은랜드 같은 경우에도 문을 열고 닫고 하는 시간이 잇는데 한게임은 그냥 인터넷만 연결이 되면 24시간 어느 때나 내가 하고 싶을 때 그런 점이 있으니까 더 쉽게 빠져드는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이 한게임에 빠졌다는 주부 김모씨(32)는 "남편이 게임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10여차례 대출을 받는 것도 모자라 사채까지 빌려썼다"며 "악착같이 맞벌이로 마련한 내집, 그러나 내일이면 남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고 말했다. 자상했고 아이들을 유난히 예뻐했던 남편은 게임에 빠지면서 변하기 시작,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돈을 빌려쓸 정도였다고 부인은 전했다.
딸 하나만 둔 주부인 이모씨(40세)는 "한게임에 빠지고 나서 내가 진자 인간으로서 나중에 생각하면 내가 인간인가 할 정도로 애가 아픈데도 그냥 게임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어요"라며 "애 안본지 5일 됐어요. 내가 집에 가도 애가 무의식인거 있죠, 내가 와도 반가워 하는 게 아니라 엄마는 늘 집에 없는 사람"이라며 심각한 중독성을 토로했다. 그는 남편과 싸울때도 위자료를 받으면 도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한게임 한 건 3, 4년 되는데 최근 1년 동안 날린 것만 약 3억원 쯤 된다"며 "3억을 날렸는데도 우습게도 100만원 찾자 이생각에 하느 거에요, 진짜 알수가 없어요 나도"라고 말했다.
사이버머니 환전상 때문에 도박장화?
<PD수첩>은 '한게임'이 도박으로 변질된 주요 원인중 하나로 불법 사이버머니 환전상을 꼽았다. 한게임에서 포카와 고스톱 게임을 하다가 사이버 머니를 따거나 잃을 경우 사이버 머니 환전상들이 이를 현금화해주기 때문이다.
<PD수첩>은 그러나 "포털게임사들과 정부가 ‘포상금제도’를 내거는 등 단속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머니 환전상만 잡으면 도박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취재진이 만나 본 사이버머니 환전상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보 다 근본적인 책임은 한게임에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PD수첩>은 "30초에 300만원 판이 벌어지는 곳이 한게임인데 이것은 게임이 아닌 도박이며, 이런 판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한 게임은 불법도박장인 하우스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환전상들의 주장"이라며 한게임에도 큰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PD수첩>에 따르면, 이렇게 피해가 극심한데도 한게임 측은 느긋한 입장이다. 김현수 NHN(주) 웹보드게임사업부 사업부장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이용자 개인의 피해 부분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박성호 NHN(주) 정책실 이사는 “돈이 오고 가는 구조가 아닌데 왜 사행성이라고 하는지 항의하고 싶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행호 한국도박중독센터 상담관은 “개인 책임이라고 말하는 건 신호등도 갖춰놓지 않고 운전 조심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NHN을 비판했다.
현재 일부 한게임 이용자들은 국가와 한게임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유병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과장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조사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단호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D수첩> 보도후 NHN 주가가 급락 양상을 보이자, 증권가에서도 NHN 주가의 향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일파만파로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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