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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이필상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민간금융위 "포이즌 필 도입해야

이경희330 2008. 5. 16. 00:00
민간금융위 "포이즌 필 도입해야"
지배구조 개선ㆍ소액주주 보호방안등 전제조건 제시

최근 이슈로 부상한 `포이즌 필(Poison pill)`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민간 전문가들 주장이 나왔다.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국내 기업이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위협에서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신주 발행과 자사주 매입 등에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포이즌 필 도입으로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이즌 필은 미리 정해 놓은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반주주들이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상당히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선택권)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적대적 M&A를 위해 회사 지분 20% 이상을 취득할 경우` 등을 미리 약속해 놓고 실제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주주들에게 회사 주식을 시가보다 훨씬 싸게 사도록 한다면 적대적 M&A를 시도한 회사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독약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어 포식자들의 잡아먹으려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꼴이다.

◆ 적대적 M&A 방어에 효과적

= 민간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포이즌 필의 장점은 무엇보다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데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필상 위원장은 "적대적 M&A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신주의 제3자 배정, 자사주 매입 등으로 방어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투자를 통해 사회적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기업 여유자금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필요하게 쓰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상장회사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만 해마다 4조~7조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06년 말 이들 기업의 자사주 취득 합계만 42조원에 달한다.

포이즌 필을 도입하면 이 비용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다.

포이즌 필에는 이사회가 특정 가격으로 포이즌 필을 상환함으로써 `독약`을 철회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 M&A 시도자는 포이즌 필을 가진 회사 경영진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돈이 많이 드는 경쟁적 지분 취득이 아닌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또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 경영진 권한 남용 염려도

= 하지만 포이즌 필의 문제점도 있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 대부분 포이즌 필은 주주총회 승인이 아닌 이사회 결의로 발행되는 사례가 많다. 그만큼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쉽다. 따라서 이사회가 권한을 남용해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기존 경영진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사외이사 비중이 미국 85.2%, 한국 50.1%로 낮아 국내에 포이즌 필이 도입되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간금융위원회는 포이즌 필 도입을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포이즌 필 제도 적용 대상기업을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춘 기업`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시행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전면 도입한다든지, 주주대표 소송 활성화를 위한 요건을 완화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간금융위원회는 바람직한 포이즌 필 제도 운영을 위해 사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이사의 선관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 내지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 등에 비춰 경영진이 포이즌 필을 회사 이익을 위해서 사용했는지, 아니면 경영진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는지 판단함으로써 포이즌 필의 남용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금융위원회는 포이즌 필 도입에 앞서 주주평등의 원칙 등 회사법의 기본원칙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주장했다.

민간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중립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6월 말 출범했다. 위원장을 맡은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를 비롯한 학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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