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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토론의 여론조사에 경찰이 일선 경찰관들에게 참여를 독려했던 사실이 밝혀져 여론조작 논란

이경희330 2009. 1. 28. 22:33

지난 22일 밤 진행된 용산참사 관련 MBC 100분토론의 여론조사에 경찰이 일선 경찰관들에게 참여를 독려했던 사실이 밝혀져 여론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MBC 100분 토론은 지난 22일 밤 용산참사와 관련한 토론회를 실시했다. 아울러 MBC 100분토론 측은 게시판을 통해 ‘용산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 불법 과격시위 △ 경찰의 과잉진압 △ 재개발 사업의 구조적 문제 △ 기타 등이 제시됐다.

22일 밤은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3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으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히 높았던 때였다. 이날 참석한 보수 진영 패널들도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이번 용산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철거민의 과격시위보다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더 많이 꼽았다.

22일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과잉진압을 한 경찰에 있다’는 의견이 55.1%인 반면 ‘농성자의 불법 과격 행동’은 33.8%였다. SBS가 24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도 ‘경찰의 과잉진압’이 58.1%로 ‘철거민들의 과격시위’ 32.4%보다 25.7%p나 훨씬 높았다.

그러나 MBC 100분토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초반부터 ‘불법 과격시위’를 원인으로 보는 응답이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또한 ‘용산 참사’ 여론조사에 참여한 총투표수가 그간 실시한 여론조사 평균 총투표수보다 훨씬 높았다.

평소 여론조사에서는 1000명선 미만이거나 2000~3000명 수준이었고 ‘광고주 불매 운동’ 등 쟁점이 뜨거운 주제에는 1만5000여명 이상이 투표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번 ‘용산참사’ 여론조사에는 총 4만 149명이 참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한나라당 알바들이 총동원된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상하다”는 의구심을 보였다.

결국 경찰청이 일선 경찰관들에게 인터넷 여론조사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은 일선 경찰관들에게 ‘용산사건 관련 인터넷 여론조사 적극 참여 요망: MBC 100분토론 시청자 투표’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일제 발송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28일 오전 경찰청으로부터 여론 조사 참여를 독려하라는 지시를 받고 광주청 산하 5개 경찰서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서 “광주청은 문자메시지를 활용해 직원들에게 알렸지만 다른 지방청은 어떤 방법을 활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자메시지 발송이) 여론을 조작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일선 경찰관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회 여론에 주목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조사 참여 독려는 경찰청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신성진 대표는 “경찰이 용산참사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고 시도하더니 이제는 여론마저 조작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은 여론조작은)청와대와 경찰이 경찰청장의 사퇴를 막기 위해 사전포석을 깔아 놓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인터넷 알바까지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ID ‘푸른심장’), “공무원이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거늘, 언제부터 경찰이 이렇게 이익단체가 되었는가”(ID ‘말타의매’), “이런 식으로 국민들을 농락하고 우습게 아는 한 경찰은 영원한 짭새로 남을 수밖에 없다”(ID ‘와니’)라며 질타를 쏟아냈다.

경찰청 인터넷 게시판에도 여론조사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경찰청 내부게시판에는 “경찰에 비판적인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 용산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인터넷 포털이나 언론사 여론 조사에 적극적으로 투표하자”며 독려성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동료들이 즉석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의 여론조사 사이트를 링크해 걸어놓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설 연휴기간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사고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이메일 등을 통해 배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마감된 MBC 100분토론의 ‘용산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란 주제의 여론조사에는 총 4만 149명의 누리꾼들이 참여, △경찰의 과잉진압 48%(1만9222명) △불법 과격시위 45%(1만8049명) △재개발사업의 구조적 문제 7%(2845명)로 집계됐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