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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보다 다음 아고라·블로그뉴스가 더 세다”

이경희330 2009. 1. 28. 22:43

▲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자료사진). ⓒ 이상돈 교수 홈페이지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28일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기명들이 정론을 펴지 못한다면 미네르바 같은 익명 증후군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에 기고한 “제도권 불신이 만든 ‘미네르바’”란 글에서 “아고라 같은 비제도권 미디어의 익명성을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들의 익명성을 비난하기 전에 그 같은 ‘익명 증후군’이 혹시 ‘기명의 비겁함’에서 초래된 게 아닌가 하는 점도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언론이 자유롭지 못했을 시절 우리 사회의 언론인ㆍ교수 등 기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추상론과 일반론, 그리고 양시론과 양비론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근래 들어 정부의 통제가 사라지자 이제는 ‘이념의 편 가르기’에 포로가 돼 자기 진영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도 제대로 못한다, 대중이 이들을 불신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난해 세계적 금융위기 사태와 관련 “당시 우리 정부가 보여줬던 모습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면서 “더구나 우리 국민은 지난 1997년의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도 ‘지금 달러를 바꾸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고 엄포를 놓았던 것이 우리 정부였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보다 정직해지지 않고 또 우리 사회의 기명들이 정론을 펴지 못한다면 미네르바 같은 익명 증후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을 지낸 이 교수는 아울러 미네르바 신드롬과 관련해 제도권 언론의 영향력 약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미네르바라는 익명으로 발표된 글로 경제적 혼란이 가중됐다고 보는 정부 당국은 물론이고 그런 글에 동요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제도권 언론도 역설적으로 미네르바의 실체를 인정했던 셈”이라면서 “정부와 제도권 언론은 익명으로 글을 쓰는 아고라 같은 사이트가 무책임하다고 보지만 대중이 제도권 언론보다 아고라를 더 신뢰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제는 제도권 미디어에 대한 불신도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제 대중은 제도권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또 소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유명한 블로그는 그 영향력이 웬만한 신문 못지않다. 개인 블로그와 인터넷 신문, 인터넷 신문과 종이 신문, 더 나아가 기존 방송과 인터넷 미디어와의 한계도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고 변화된 흐름을 지적했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