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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백년 기다린 햇빛' 고려 청자운송표 최초 발견

이경희330 2007. 10. 12. 00:59

지난 5월말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주꾸미를 잡다가 발견된 것으로 유명한 고려선박에서 고려시대 목간(木簡. 화물운송표)이 처음으로 발굴됐다.

문화재청 유홍준 청장은 1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부터 고려운반선이 발견된 태안 대섬 인근해역에 대해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자의 출항지 등이 표시된 화물표인 목간과 고려청자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려시대 목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청자운반선에서 목간이 발견된 것도 최초다.

최연식 목포대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유물들은 고려시대 도자기 생산과 운송체계, 해상항로, 선박사, 도자사, 생활사 등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며 "국내 수중발굴사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번 목간은 소나무 껍질에 먹으로 쓴 것으로 유물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도자기를 포장하던 쐐기목과 함께 3종류가 발견됐다.

첫 번째 목간은 앞면에 '耽津○在京隊正仁守', 즉 '탐진(지금의 강진)에서 개경의 대정(종9품) 인수에게 보낸다'는 내용이 적혀 있고 뒷면에는 '○○載船進' '선적 책임자 ○○이 배에 실었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두 번째 목간의 앞면에는 '○安永戶付沙器一裹', '○안영이 도자기 한꾸러미를 보낸다'는 내용이, 뒷면에는 운송 총책임자의 수결(서명)이 적혀 있다.

세 번째 목간에는 '崔大卿宅上' 현재의 청장급에 해당하는 '대경(大卿)의 집에 올린다'는 내용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고려시대 화물운송표는 앞으로 도자기의 생산지뿐만 아니라 출항지, 거래관계, 운송책임자, 선박 적재 단위 등을 밝혀내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발굴에서는 12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급 유물을 포함한 고려청자 1만 9천여 점도 인양됐다.

특히, 청자철화퇴화문 두꺼비형 벼루와 청자사자형향로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독특한 양식과 형태를 지녀 주목된다.

두꺼비형 청자벼루는 두꺼비의 피부 융기와 눈동자를 철화와 백퇴화로 표현했으며, 입과 다리부분은 음각으로 표현했다.

또 청자사자형향로는 사자의 해학적이고 사실적인 표현과 중국과는 다른 기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정양모 전 중앙박물관장은 "사자의 특징을 뽑아내 조형함으로써 현대적인 감각마저 느껴지며, 중국과는 달리 향로 뚜껑 밑면의 구멍을 통해 향이 사자 입쪽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독창성을 보인다."라며 "이번에 발견된 청자들은 한국 도자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출토된 청자들은 상감청자 이전 단계로 음각·양각·철화·퇴화 등의 기법으로 어문·파도문·앵무문·연판문 등을 비롯한 각종 꽃무늬를 장식했다.


청자 제작 시기는 대접 등의 음각선과 하얀 가로 줄무늬선, 앵무새가 세로로 배열된 점 등에서 12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토된 도자기들은 강진지역에서 조사된 청자들과 그 형태와 특징이 유사하여 강진생산품으로 추정돼 왔는데, 이번에 함께 출토된 목간의 '탐진(耽津. 강진의 옛 지명)'이라는 명문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됐다.

또한, 목간 내용을 좀더 분석하게 되면 학계의 관심사인 강진의 가마운영체제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청자 이외의 목간, 쐐기목, 밧줄, 잡유호(젓갈추정 생선뼈 발견), 철제솥 등이 인양되었는데, 이는 선원 생활상 등 다양한 분야 연구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유물들을 실은 청자운반선은 현재까지 외판의 일부와 목제 닻가지 1편이 발견됐으며, 청자들을 최소 4층으로 선체에 적재했음이 확인됐다.

이번에 발견된 목간과 청자들은 12일부터 17일까지 태안군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태안 바다속, 고려청자 천년의 이야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수중발굴과 ☎ 061)270-2061
CBS문화부 정재훈 기자 floyd@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