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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가 아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이경희330 2007. 10. 12. 00:37
 

 


지난 4일 밤 해운대 수영만에서 영화인들의 축제인 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깜짝 등장해 일부 영화 관계자와 네티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불청객들은 바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등 대선주자들이었다. 이날 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는 영화계의 화합과 발전을 도모하고 각국에서 온 영화계 인사들과 만남을 갖는 축제의 자리다.


그러나 이들 대선주자에게는 영화인들과 6천여 명의 영화팬들이 한낱 유권자에 불과했다. 이들은 잠재적 유권자인 영화인들과 팬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한표를 호소하기 위해 개막식을 찾았다.


 

 


● 이명박의 `주책`, 영화인의 밤 아닌 이명박의 밤?


이날 이 후보와 권 후보, 정 후보는 영화제의 상징과도 같은 레드카펫을 밟으며 차례로 입장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영화인들을 포함한 모든 참석자 중 가장 많은 수행원을 대동하고 레드카펫을 지났다.


보통 배우들이 단독 혹은 관계자 한두 명과 함께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이 후보는 캠프 측근과 부산 지역 관계자 등 수십 명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주변 곳곳에서는 "뭐야?" "우~~" 등의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포토월에 서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도 일부 팬들의 야유는 이어졌다.


이 후보의 `주책`은 여기서만 끝난 것이 아니다. 정 후보와 권 후보는 주변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개막식이 끝나고 돌아갔지만 이 후보는 영화인의 밤 행사가 열리는 파라다이스호텔까지 찾아가 영화인들을 만났다. 캠프 측근과 부산지역 한나라당 관계자 20여명을 대동한 채로.


더욱 어이 없었던 것은 영화인들의 반응이었다. 몇몇 영화배우들과 관계자들은 이 후보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기 위해 줄을 섰고, 이 후보도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화인들과 악수를 청했다. 박중훈과 강수연은 이 후보를 사이에 두고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선거유세장이 따로 없었다. 영화인의 밤이 아닌 `이명박의 밤`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가수 출신 영화인은 이 후보에게 인사를 하러 앞으로 나서 우스개 소리를 하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뒤로 밀려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보다 못한 영화인들은 한둘 씩 자리를 떴고, 곳곳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런 광경을 지켜보다 "손님이면 손님다워야지 주인행세를 하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 영화제 주최측, "초청한적도 없는데... 혼잡해졌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이에 대해 "대선후보 및 예비후보 등 어떤 후보도 개막식에 초청한 적이 없다"면서 "영화인의 밤에도 초청장을 갖고 입장해야 하지만 초청장을 보낸 적은 없다. 후보들에게 개막식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을 뿐"고 밝혔다.


영화배우와 영화 관계자 등 공식 게스트들에게는 초청장을 보내고 숙박과 항공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대선후보들은 초청장 없이 자진 참가의사를 밝힌 후 개막식에 참가한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영화인의 밤 행사에 20여 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참석한 것에 대해"어제 밤 영화인의 밤 행사에서는 한두 명도 아니고 너무 많은 정치인들이 입장하는 바람에 행사가 다소 혼잡해졌다"고 아쉬움을 내비췄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산영화제의 주목도가 높아 정치인들이 참석 가능 여부를 물어오는 경우가 잦다"면서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젊은 관객들이 정치인들의 참석을 전혀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 네티즌, "예의도 상식도 없고 표 구걸만 있는가"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아이디가 `qwer3724`인 네티즌은 "부산영화제의 10년 명성이 한번에 무너졌다"면서 "무개념 이명박 낄 때 안 낄 때 구별 못하고 표만 늘리면 된다는 심보냐. 대선후보가 와서 유세나 하는 영화제를 누가 권위 있다고 존중하겠냐. 외국인들이 퍽도 좋아했겠다. 정해진 일정은 깡그리 무시하고 뭐 하는 짓이냐"라고 쓴소리를 했다.


아이디가 `rsy48`인 네티즌은 "정치인이 저런 문화적인 장소에서도 대선을 목적으로 온 게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면서 "구경 갈 거면 아무 말 없이 갈 것이지. 속 보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고 비난했다.


`rndpthf4362`는 "여기까지 와서 선거용 억지 웃음 지을 필요는 없다"면서 "따지고 보면 대통령 당선 돼도 지하철 타고 다니고 틈날 때마다 시장 둘러 보면서 노인분들한테 인사 건네고 그럴 것도 아니지 않냐. 대통령이 돼도 부산영화제 올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아이디 `ertt2002`는 "도와주진 못 할 망정 남의 잔치에 훼방 놓지는 말라"면서 "이명박 정말 갈 수록 대통령 감 같지가 않다. 저런 마인드로 무슨 나라를 이끌 것인가"라고 한탄했고, `bestcozy`는 "왜 저런 자리에 정치인이 손 흔들고 사진을 찍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네티즌 `jtj1297`는 "예의란 것이 있고 상식이란 것이 있는 건데 영화제 일정까지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면 어떡하냐"면서 "정치판 유세장도 아닌 곳에서 뭐 하는 짓거리냐. 이런 것도 능력으로 봐줘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파도 발언한 이명박이 영화제 찾는 것은 부적절"


네티즌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마파도 발언`을 거론하며 "영화와 영화 출연자를 비하한 이 후보가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얼마 전 영화 `마파도2`에 대해 "한물 살짝 간 중견 배우들을 모아 만들어 돈을 적게 들이고 많이 벌었다"고 말해 영화계와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아이디 `tomitokn`는 "솔직히 마파도와 중견 배우들을 비하하는… 영화에 대해 후진형 인간이 영화제에 참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70~80년대라면 모를까 의식 자체가 낮은 사람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m150815`라는 아이디는 "마파도에 출연했었던 김형자, 김을동, 여운계, 김지영 씨 등등 이명박에게 한물 간 여배우란 소리를 들었던 중견 배우들은 배알도 없었냐. 명박이가 영화제 와서 거들먹거리는 걸 그냥 놔두게..."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 참석했다가 푸대접을 받은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79)는 이튿날인 5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가 쏟아진 이날 모리꼬네는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는데 진행요원이 우산을 씌워주기는 커녕 모리꼬네 부인의 손을 거칠게 잡고 입장을 재촉하면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모리꼬네는 당초 핸드 프린팅을 진행하기로 했던 개막축하 파티에도 불참했고 이튿날 오전 부산을 떠났다. 이를 두고 영화팬과 네티즌들은 "정작 대접해야 할 사람은 무시하고 추대받지도 않은 `불청객`에게만 줄을 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