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로 "63빌딩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폭파 테러 협박 전화가 걸려온 것.
당시 63빌딩은 명절 연휴를 맞아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경찰은 황급히 경찰특공대와 경찰견 4마리, 경찰기동대 1개 소대, 경찰차량 12대, 소방차량 10여대 등이 현장에 투입돼 63빌딩 전역을 샅샅이 수색했다.
폭발물이 발견 되지 않자 경찰은 이를 허위신고로 결론 내리고 신고자의 신원을 추적했다. 폭파테러 협박범의 정체는 놀랍게도 초등학교 4학년생인 김모(11)군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김군은 25일 오후 2시11분께 명절을 맞아 방문한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할머니 집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63빌딩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에 보냈다.
지난 24일 공중파 뉴스를 통해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이 여의도 금융권 지역 지하철역을 노리고 있다는 첩보를 국가정보원이 입수해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갔는데 이를 보고 장난 삼아 문자를 보낸 것이다.
● 시민·경찰 공포에 떨게한 김군, 그러나 처벌은 불가능
명절을 맞아 63빌딩을 찾았던 가족 단위 방문객들과 경찰 당국이 김군의 `장난`으로 초긴장 상태에 빠지며 두려워 했지만 정작 김군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 만 12세 미만인 `초법소년`이기 때문이다.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2세 이상 14세 미만의 남녀 즉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특별법인 소년법을 통해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만 12세 미만인 `초법소년`의 경우에는 살인 강도 등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부모님에게 인계 될 뿐 징계를 받지 않는다.
`초법소년`의 `묻지마식` 범죄 행위는 이미 큰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현재 입법계에서는 소년법의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 `초법소년`의 연령을 만 12세에서 10세로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초발비행의 시기가 빠른 소년일수록 비행상습화의 위험성이 높다 ▲청소년의 정신적, 육체적 발육이 빠르게 진행돼 12세 미만에도 보호 필요성 제기된다 ▲촉법소년에 대해 특히 비행의 조기발견과 조기처우가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데체로 우리나라보다 하한연령이 낮다 등이 초법소년 연령 하향조정의 논거로 꼽히고 있다.
김군의 조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허위 신고의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김군은 형사미성년자로 처벌이 불가능해 조사 후 부모에게 인계했다"며 "이 같은 허위 신고로 경찰 병력이 출동하는 등 피해가 많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타워팰리스·KBS·호텔... 초법소년 장난전화 `도` 넘었다
`초법소년`의 협박 장난 전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11일에는 초등학교 5학년인 이(11)모 군이 112 신고센터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폭발물이 설치됐다고 거짓 신고를 하는 바람에 일대가 혼잡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군은 자신을 못살게 구는 친구가 타워팰리스에 산다는 이유로 허위 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생의 폭파 협박은 만우절날 특히 심하다. 지난 4월 1일에는 KBS 본관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도 있었고, 각 지역 교도소나 놀이공원 심지어는 청와대에 폭발물을 설치해 놨다는 허위 제보도 잇따랐다.
경찰은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되면 진위가 확인될 때까지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주민을 대피 시키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경찰 뿐 아니라 소방서와 군부대 등도 폭발물처리반 투입 등의 지원에 나선다.
초등학생들의 장난전화는 건물 폭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유괴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5월 13일, 충남의 한 초등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112 신고센터에 "살려주세요"라며 자신이 유괴 당했다고 신고했다. 관내 전 경찰서는 신고내용을 전파하고 신고자 전화번호와 인적사항을 파악, 실시간 위치추적에 들어가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그러나 신고 2시간 만에 장난전화인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깊은 허탈감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철 없는 장난`으로 국가의 경제력 손실은 물론 다른 사건에 투입돼야 할 공권력이 그들의 장난에 소모되면서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입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런 범죄가 계속되다 보면 자칫 실제 행위로 연결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네티즌 "태형제도 부활해야", "부모에게 구상권 청구하라"
초등학생들의 철 없는 장난에 네티즌들은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포털 사이트 관련 기사 댓글란을 위시한 인터넷 곳곳에서는 네티즌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이들 네티즌은 초법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태형제도를 부활 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김군 부모에 대한 구상권 청구 주장도 제기 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네티즌 `nomhaha13`은 "5년 만에 여자랑 데이트 하려고 63빌딩 갔는데 그날 저 사건 터지는 바람에 둘 다 기분 잡쳐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디 `cmkpurple`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말이 되는 세상"이라며 "엄연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를 미성년자라는 이름 만으로 부모에게 인계만 하다니... 엄연히 범죄는 벌로 다스려야 한다. 어린아이라도 그에 합당한 처벌이 주어져야 다시는 그런 생각을 안 한다. 저렇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냥 넘어가는 아이들이 커서 큰 범죄를 저지르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네티즌 `pastor74`는 "요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저연령층 범죄가 특히 증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범죄의 수법이나 죄질이 어린이들이 저질렀다고 보기엔 너무 흉포해지고 있다"면서 "현행 형법은 만12세 미만은 무조건 형사미성년자로 분류해 설사 강도나 살인이나 방화 그리고 성매매를 저질렀다고 해도 전혀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피해를 당한 당사자만 죽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사회의 몫이지만 잘못했을 때는 이유 고하를 막론하고 따끔하게 회초리를 드는 것도 어찌 보면 사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어리다고 덮어 두면 그 놈들이 커서 더 흉포한 범인이 될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청소년보호법 자체를 폐지하거나 형법을 강화해 밝은 청소년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형제도의 부활을 외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네티즌 `forrest_jump`는 "미국 한 초딩이 장난으로 싱가포르에서 차에 페인트를 뿌리다가 잡혀 태형이 확정됐다. 미국정부나 사회단체 국제인권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로마에선 로마법에 따르라며 미국의 체면을 구겼고, 이 법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교육시킬 수 없다고 당당하게 버티며 집행했다"고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막 나가는 녀석에겐 회초리가 필요하다. 눈물을 질질 짠다고 때리다 그만두는 일이 없는 죄의 대가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줄 어른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아마 태형제도가 생기면 개초딩들의 경찰서나 소방서 장난질은 99%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june1015` 역시 싱가포르의 태형제도를 거론하며 "싱가포르처럼 애들이 위법하면 매로 해결하자. TV에서 서양 꼬마가 길에 껌 뱉었다가 엉덩이 조낸 세게 10대 맞는 걸 봤다. 패는 아저씨의 풀스윙도 굿이었지만 반성하는 아이의 태도도 굿이었다"고 말했다.
`meister0901`라는 네티즌도 "미성년자는 회초리로 때리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모르고 그냥 장난으로 그랬다면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따끔하게 때려서 잘 가르쳐 줘야 한다. 태형제도를 부활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개념없는 초딩`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일각에서는 공권력이 동원 돼 막대한 세금이 쓰인 만큼 김군의 부모에게 소요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이디가 `joshuahsong`인 네티즌은 "경찰기동대 1개 소대에 경찰차 12대, 소방차 10대 등 대규모 수사 병력이 출동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최소 수백 만원"이라며 "아프간 피랍된 샘물교회 신도들은 어쩌다 그냥 넘어갔다지만 이번만큼은 부모에게 구상권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