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역 연기 또는 병역 기피 방법 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100여개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26일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카페와 블로그, 미니홈피 등 사이버 공간에 병역기피를 조장하는 사이트가 무려 100여개 이상이 `성업` 중인 것으로 집계 됐다. 가입 회원수만도 전국적으로 30만명이 넘는다.
병무청이 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병무청은 현재 인터넷상 병역기피 조장 사이트로 A포털 14개, B포털6개, C포털 1개 등 21개가 운영되며, 회원 수는 5만6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 사이트는 게시판과 메일, 쪽지, 문자, 전화통화 등을 통해 입대 예정 네티즌들에게 병역을 연기 하거나 아예 병역 면제를 받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돈을 주고 병원 입원 증명서를 끊는 방법 ▲학원 또는 직업전문학교의 재원증명서를 발급 받아 입영 연기하는 방법 ▲자격증을 취득해 입대 날짜를 늦추는 방법 ▲이물질 복용으로 병역을 면제 받는 방법 등이다.
▲ 병역 기피 사이트에 올라온 글 (제공-맹형규 의원실)
● "신체급수 떨어트린 뒤 `그 분`과 얘기하면 돼요"
맹 의원은 "이들 사이트가 `안전하고 확실한 입영 연기, 입영일 5일 전까지 가능` 등의 문구와 함께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해 놓고,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킨 뒤 돈을 받고 병역 기피를 알선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지가 접속한 몇몇 병역 기피 사이트에는 운영자의 연락처와 메신저 이메일 주소가 명시돼 있어 면제에 대한 상세한 얘기는 공개 게시판이 아닌 전화 통화 등 은밀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들 사이트 게시판에는 "면제에 대한 얘기는 문자나 전화로 얘기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또 다른 사이트에는 "재검을 통해 신체급수를 떨어트린 후 `그 분`과 얘기하면 된다"고 적혀있다. 병역 브로커의 존재를 암시하게 하는 대목이다.
3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접속하며 그 중 일부가 실제로 돈을 주고 받으며 불법 병역 면제 정보를 음성적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약하기만 하다. 병무청이 최근 5년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 의뢰해 처벌한 병역기피 조장 사이트는 단 1건으로 벌금 100만원에 불과하다.
● 맹형규 의원, "청년들의 정신 좀먹는 사이트 발본색원해야"
맹 의원은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병역기피 사이트 중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생겨나 병역 관련 정보 공유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사이트는 병역 면제 컨설팅을 해 주고 돈을 받는 `병역 브로커`의 활동 공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맹 의원은 "병역 기피 조장은 우리 청년들의 정신을 좀먹고 국가 안보를 해치는 반역적 행위"라 규정하며 "철저한 단속과 수사를 통해 이런 사이트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男네티즌 의견 분분, "군대는 의무" VS "기피는 권리"
이에 대해 남성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다수의 네티즌은 "병역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의무인 만큼 기피를 조장하는 사이트는 처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군대 내 인권문제와 징병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군대는 가능하다면 가지 않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아이디가 `tyuu77`인 네티즌은 "이젠 병역을 기피하는 쓰레기들이 연예인이나 부유층 자제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너도나도 쓰레기가 되겠다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며 "초기에 확실히 조져야 앞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병역 기피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이용재`는 "병역기피자는 직장과 사회에서 일 할 수 없게끔 법으로 만들어야 우리나라 국방이 산다"고 주장했고, `바람돌이`는 "사이트에 공개된 연락처를 토대로 모든 관계자와 정보를 공유한 네티즌들을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근본적으로 부대 내 인권 문제와 징병제 등 군대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아이디가 `genious97`인 네티즌은 "예비군으로서 군대를 갔다 오면 솔직히 뭐가 남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다른 나라처럼 뭔가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고 2년 이상의 시간 손해 밖에 없는데 무조건 의무감을 가지라고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자면 의당 해야 한다는 잘못된 사회통념도 큰 문제"라며 "엄연한 자기 희생임에도 불구 현역 군인들은 군바리라고 무시하고 갔다 오면 고생했다고 칭찬은 못해줄 망정 개나 소나 가는 곳에 갔다 왔냐는 식이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아이디 `lim2811`는 "군대 자체가 비인간적인 곳인데 그런 곳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고, 네티즌 `berserk33`는 "애당초 징병제부터가 잘못 됐다. 월급 9만원 줄 테니 무조건 가라고? 군인의 처우부터 개선하고 2~3년의 희생을 강요하라"고 성토했다.
한편, 아이디가 `baba796`인 네티즌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본인 혹은 자녀들의 병역을 면제 시키고 나니 이런 조그마한 일에도 능동적으로 대처 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며 "이런 사이트가 우리 젊은이들의 정신을 좀 먹는다고? 맞다. 하지만 맹 의원 같은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에게 해주는 혜택은 우리 서민들의 자녀들에게는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는 패배의식을 심어주는 허탈감에서의 조그마한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소위 돈 있고 빽 있는 집안의 자녀들은 이런 사이트에 절대 기웃거리지 않는다"며 "이런 발언을 하기 전에 먼저 주위를 둘러 보고 그 대책을 내 놓길 바란다.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높은 위치에서 출발시켜 놓고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해주는 현 제도가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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