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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CG 전문가 박재욱 씨

이경희330 2007. 8. 26. 01:22
  • ’킹콩’ ’캐리비안…’ ’괴물’ 등 CG 담당
    국내서 미디어 콘텐츠 회사 이달 내 설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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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모로우’(2004년), ’킹콩’(2005년), ’신시티’(2005년), ’괴물’(2006년),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2007년).

      할리우드에서 8년째 특수효과 전문가로 활동 중인 박재욱(33) 씨의 대표작 목록이다. 그는 세계 최대의 특수효과 회사 ILM과 이 회사에서 분리된 회사인 오퍼니지에서 시니어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은 화면을 만들었다.

      레스페스트 영화제(24~26일)에서 특수효과에 대해 강연하는 그는 25일 오후 행사장인 서울 중구 예장동 드라마센터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까지의 영화 작업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특수효과 전문가인 그에게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가 갖는 의미를 묻자 의외로 “CG는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요즈음엔 CG의 비중이 높아지고 ’킹콩’이나 ’캐리비안의 해적’의 데비 존스처럼 아예 컴퓨터로 만든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CG로 스토리를 말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거죠. 그래도 무엇보다 CG는 스토리텔링과 연출의 한 가지 수단이라고 봅니다.”

      그는 국내에 CG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정보가 거의 없던 시절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AAU) 유학 생활을 거쳐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할리우드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로 슈퍼바이저에까지 오른 한국인은 불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 그만큼 경력을 쌓아가는 일이 지만은 않았다.

      “유학 시절 IMF 금융위기 사태가 터졌어요. 또 미국에서 유학생 출신이 직장을 구하는 길은 99% 닫혀 있어요. 저는 운이 좋았던 편이에요. 졸업을 하기도 전에 취직이 결정됐으니까요. 첫 작품을 완성하고 크레디트에 제 이름이 올랐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을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현재의 기술로 갈 수 있는 극한까지 밀어붙인 영화’였던 ’킹콩’과 ’캐리비안의 해적’을 꼽았다. ’킹콩’은 털의 움직임과 눈빛, 표정을 표현하는 데, ’캐리비안 해적’은 소용돌이치는 바다에서의 전투 장면과 데비 존스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에게 국산 CG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화제작 ’디 워’를 봤는지 묻자 “어제 한국에 들어와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도 “개봉하기 전부터 이 영화가 흥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예고편으로 봤을 때는 CG 퀄리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규모와 제작 환경이 다른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의 경쟁에 대해 “같은 제작 시간 안에 같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는 촉박한 데드라인이 있습니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참여했을 때도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었어요. 촉박한 시간 안에 높은 퀄리티를 내려면 작업 공정이 체계화해야 하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쌓을 수 있어야 해요. ILM 같은 할리우드 특수효과 회사에는 20년 이상의 노하우가 쌓여 있죠.”

      이제까지 모두 16편의 영화 작업을 한 그는 ILM을 떠나 잠시 영화계에서 발을 뗄 예정이다. 그는 “다음 달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블리자드로 적을 옮겨 영화에서 쌓은 경험을 게임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블리자드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서울에서도 책,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1, 2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멀티미디어 회사를 이끌 계획이다. 그가 창립 멤버로 활동하게 될 이 회사는 소설가 홍정훈 씨가 대표를 맡아 넥스비전 미디어웍스란 이름으로 다음 주 법인 등록을 앞두고 있다.

      “영화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잠시 접는 거예요. 아직도 영화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니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블리자드에서 일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국내 사업은 3~4년간 지인들과 구상해 이번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캐릭터와 콘텐츠를 키워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까지 활용하려는 겁니다. 우선 연내에 책을 낸 뒤 내년부터 게임 등 2차 콘텐츠를 제작하고 만화와 비주얼 노블(영상소설)도 내놓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