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이슈 부채질

한국인은 ‘데모’를 좋아해?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이경희330 2008. 6. 18. 01:32
촛불집회는 근래의 유행, 변하지 않는 한국정치의 한 단면
김필재 기자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jpf.go.jp
서울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들은 필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의 촛불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다.

여기서 촛불시위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최근 서울 시내를 연일 떠들썩하게 만든 대규모 반(反)정부 데모다.

필자는 이들의 질문에 “광우병이 현실적 공포가 아닌데 한국인들이 떠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국민에게 억지로 먹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고, 싫으면 사지 않으면 된다. 먹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니 일본에는 20개월 이하의 쇠고기 밖에 수출하지 않게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문제의 30개월 이상의 물건도 수출할 수 있도록 해 버렸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왜 일본과 같은 수준의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필자는 다시 “경제교섭이니까 한국이 쇠고기 문제는 미국에게 양보한 것이다. 음식의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매일 저녁 도심에서 수 만 명씩 모여 데모를 해서 ‘정권 타도’를 외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기사는 “어찌되었건 간에 재협상해서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도심에는 롯데나 플라자 등 유명 호텔이 많기 때문에 데모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의 데모는 일본인 관광객들에게는 하나의 여행 이야기가 되곤 한다. 가족 동반 등 축제 분위기는 물론이고 데모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경찰에게 다가가 물건을 던지거나 전경버스를 넘어뜨리는 등의 대담함은 이야기꺼리가 된다.

그러다보니 일본인들에게 한국은 데모를 좋아하는 ‘데모 대국’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는 1인 시위가 유행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나 요구사항을 피켓으로 만들어 관공서나 신문사,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한다.

이들이 데모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문제의 당사자끼리의 조용한 대화가 끝장났기 때문에 밖으로 나와 자신의 주장을 타인에게 호소, 외부의 힘을 빌려 문제를 유리하게 해결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당사자끼리의 불신감과 타협의 부재, 그리고 욕심이 숨어 있다. 이와 함께 ‘데모 대국’ 한국에는 ‘흑백 논리’도 숨어 있다. 이는 ‘흰색이냐, 흑색이냐, 중간(타협)을 싫어하는 심리’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데모를 해서 실패해도 ‘잘했다’고 하는 만족감이 있게 된다. 일본 통치 시대의 1919년 발생한 3.1독립운동의 경우 대규모 항일 데모였지만 현대 정치사의 제주4.3사건, 4.19학생혁명, 6.3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5.18광주사건, 6.10개헌투쟁을 비롯해 각종 정치 사건의 대부분이 반(反)정부 데모다.

이러한 역사를 한국 정부는 매년 기념식을 하고 매스컴은 특집으로 기리면서 교과서에 까지 게재해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즉 정치적 불만이 있을 때는 데모를 하라고 거국적으로 교육해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데모는 한국 정치의 전통이며 기본이 됐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번 촛불집회는 이상한 사건이 아니다. 근래의 유행이며 ‘변하지 않는 한국정치’의 한 단면으로 놀랄 일이 아니다.

[필자] 구로다 가쓰히로(黒田勝弘), 日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
[출처] 산케이신문 인터넷 리뷰 06/14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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