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 이희범회장 “대학도 수요자 요구를"
CEO가 꿈꾸는 세상 - 이필상 고대 교수 대담
“산·학간 소통으로 상호이해 폭 넓힐 수 있다”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산학협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산학협력이 대학의 연구력과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매개체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협력을 위해선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입장차를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본지는 이번 호부터 격주로 ‘CEO가 꿈꾸는 세상 - 경영학 교수와의 심층 대담’을 연재합니다. 경제단체나 기업의 CEO를 만나는 일은 산업을 이해하는 첫걸음 입니다. CEO의 경영철학과 조직운영의 리더십은 ‘CEO형 총장’이 강조되는 최근의 대학에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첫 회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5단체장 중 한 명인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과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교수와의 대담을 준비했다. 1946년 설립된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 6만5000여 무역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희범 회장-이필상 교수’의 대담을 통해 산업이 바라는 대학교육에서부터 산·학 간 소통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필상 : 회장께선 오래 동안 공직에서 일하셨고, 산업자원부 장관을 거쳐 수많은 무역업체를 이끄는 무역협회 회장을 맡으셨다. 보통 경제단체장 하면 기업인들이 많이 맡아왔는데 그런 면에서 이 회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협회에 오신 뒤엔 새로운 바람도 많이 일으키셨다고 들었다. 2006년 회장 부임 후 지난 2년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희범 : 이 교수께서 지적한 대로 기업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무역협회 회장으로 올 때 우려도 있었고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2000년 무역업 자유화 이후 감소 추세였던 회원사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그 증거다. 회원사가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회비도 4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전년대비 12.2%)했다. 회장 부임 후 직원들의 의식 변화를 꾀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고객은 회원사인 무역업체이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 없이는 협회의 발전도 없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특히 독자적으로 시장개척을 못하는 중·소 업체에 대한 노력에 더 많은 애를 섰다. 덕분에 회원사가 늘고 회비가 늘었지만, 가장 보람을 느낄 대는 업체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을 때다.
실제로 이 회장은 부임 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지방 회원사를 위해 무역기금을 지난 2년간 400억원 증액시켰다. 지난 1년간은 환위험에 노출된 1000여개 회원사에 ‘환변동 보험료’를 지원했다. 지난 24일엔 외교통상부와 공동으로 ‘재외공관장-기업인간 1대1 상담’을 개최해 업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행사는 협회가 외교부 주관 재외공관장 회의 기간(23~28일까지)을 이용, 외교부에 그 필요성을 납득시켜 개최를 이끌어 냈다.
이필상 : 지금은 협회 회장으로서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만, 공직에 있을 땐 ‘국가 경제’란 큰 틀에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을 대변하는 자리다. 공직에 있을 때에 비해 시각이 달라진 점은 뭔가?
이희범 : 최근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기업들도 많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일단 대화가 된다는 것이고, 대통령 스스로도 기업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한다. 공직과 기업의 ‘갑’과 ‘을’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저도 협회에 있으면서 공직에 있을 때 ‘이런 것을 더 잘해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은 회원사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이필상 : 회장께선 공직과 기업을 두루 아는 전문가가 아닌가. 그런 면에서 정책적으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런 점이 업체 의견을 정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되지 않나.
이희범 : 지난 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무역업체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 때마다 건의사항이 쏟아진다. 무역협회 회장에게 양도세를 내려달라, 물류비가 너무 비싸다, 금리가 너무 높다는 얘길 한다. 모두 협회 회장이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회원사들이 제 이력을 보고 그런 기대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정부와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이필상 : 2003년엔 서울산업대 총장도 지내셨다. 산업에서 바라는 대학교육은 뭔가?
이희범 : 지난 2003년 12월 전경련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대학이 배출한 인재에 대한 만족도 조사였는데, 만족한다는 의견은 28% 밖에 되지 않았다. 기업들은 신입직원을 교육을 시키는데 1인당 3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기업은 대학에겐 ‘수요자’에 해당한다. 대학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기업도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코카콜라의 경우 1992년에 ‘다이어트 코크’를 출시한 후 소비자의 웰빙 요구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지 않아 경쟁사에 밀렸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안 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필상 : 기업들의 불평을 대학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학이 본질적으로 직업훈련소는 아니다. 대학은 전인교육을 바탕으로 올바른 인성과 교양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게 본연의 목표다. 기업이 대학의 수요자라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게 대학에 투자를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미래에 데려다 쓸 인재에 대해 미리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기업에 가보면 연수원이 화려하다. 그런 비용의 일부라도 좋다. 그리고 1인당 3000만원이 넘게 든다는 직원 교육비용의 절반이라도 대학에 투자해 주었으면 하는 게 대학의 바람이다.
이희범 : 기업이 신입 직원교육에 비용을 대고, 대학은 해당 기업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 교수께서 연수원 이야길 하셨는데, 차라리 기업이 연수원 짓는데 드는 비용을 대학에 투자하고, 대신 대학 강당이나 체육관 등을 연수원으로 활용하면 된다. 산학협동이 다른 게 아니다. 기업과 대학이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면서 호흡을 맞춰가는 게 산학협동이다.
이필상 : 그런 면에서 산학협동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해 기업과 대학간 소통의 장이 필요한 것 같다
이희범 : 기업이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것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가 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학간 소통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졸업이수학점이 160시간이었는데 지금은 140시간이다. 거기에 산학협동에 따른 실습도 하자고 하면, 대학은 전공이나 교양과목이 줄어드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좀 다르다. 대기업은 인성·창조성·리더십을 강조하고, 중소기업은 당장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술을 중시한다.
이필상 : 그런 면에서 대학도 장기적으로는 ‘학문하는 대학’과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대학’으로 이원화돼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직업교육을 받는 대학을 나와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희범 : 공감하는 바다. 더 나아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올라간 만큼 대학도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CEO들은 우리보다 앞선 일본과 미국을 보고 쫓아가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정상에 있는 분야가 많아진 지금은 뒤따라갈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CEO 입장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방향을 제시할 조언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대학도 국가 위상만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11위의 무역 국가이고,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다. 대학의 위상도 그 정도로는 높아져야 국력을 뒷받침 해줄 수 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1971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치러진 제12회 행정고시에서 수석 합격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았다.
73년 상공부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들어섰다. 중간에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 등을 지낸 5년간을 제외하곤, 상공부 총무과장·통상산업부 차관보·산업부 차관 등 30년 넘게 우리나라 통상·산업분야에서 공직을 맡아왔다.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재임하던 2003년 12월엔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돼 2년 넘게 산업자원정책을 총괄했다. 2006년 2월부터 6만5000여 무역업체 회원사를 보유한 무역협회 회장으로 취임, 임기 2년을 넘기고 있다.
이희범 회장은 무역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몸이 편하고 마음이 불편한 것보단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게 낫다. 우리에게 월급 주는 고객은 회원사인 무역업체”라고 강조해 왔다. 덕분에 협회의 업무량은 50% 늘었다고 한다. 대학생들에 대해서도 “우리 세대는 조상으로부터 분명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물려받았다. 우리의 미래인 대학생들도 후배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리=신하영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본지는 이번 호부터 격주로 ‘CEO가 꿈꾸는 세상 - 경영학 교수와의 심층 대담’을 연재합니다. 경제단체나 기업의 CEO를 만나는 일은 산업을 이해하는 첫걸음 입니다. CEO의 경영철학과 조직운영의 리더십은 ‘CEO형 총장’이 강조되는 최근의 대학에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첫 회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5단체장 중 한 명인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과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교수와의 대담을 준비했다. 1946년 설립된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 6만5000여 무역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희범 회장-이필상 교수’의 대담을 통해 산업이 바라는 대학교육에서부터 산·학 간 소통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필상 : 회장께선 오래 동안 공직에서 일하셨고, 산업자원부 장관을 거쳐 수많은 무역업체를 이끄는 무역협회 회장을 맡으셨다. 보통 경제단체장 하면 기업인들이 많이 맡아왔는데 그런 면에서 이 회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협회에 오신 뒤엔 새로운 바람도 많이 일으키셨다고 들었다. 2006년 회장 부임 후 지난 2년간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희범 : 이 교수께서 지적한 대로 기업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무역협회 회장으로 올 때 우려도 있었고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2000년 무역업 자유화 이후 감소 추세였던 회원사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그 증거다. 회원사가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회비도 4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전년대비 12.2%)했다. 회장 부임 후 직원들의 의식 변화를 꾀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고객은 회원사인 무역업체이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 없이는 협회의 발전도 없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특히 독자적으로 시장개척을 못하는 중·소 업체에 대한 노력에 더 많은 애를 섰다. 덕분에 회원사가 늘고 회비가 늘었지만, 가장 보람을 느낄 대는 업체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을 때다.
실제로 이 회장은 부임 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지방 회원사를 위해 무역기금을 지난 2년간 400억원 증액시켰다. 지난 1년간은 환위험에 노출된 1000여개 회원사에 ‘환변동 보험료’를 지원했다. 지난 24일엔 외교통상부와 공동으로 ‘재외공관장-기업인간 1대1 상담’을 개최해 업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행사는 협회가 외교부 주관 재외공관장 회의 기간(23~28일까지)을 이용, 외교부에 그 필요성을 납득시켜 개최를 이끌어 냈다.
이필상 : 지금은 협회 회장으로서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만, 공직에 있을 땐 ‘국가 경제’란 큰 틀에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을 대변하는 자리다. 공직에 있을 때에 비해 시각이 달라진 점은 뭔가?
이희범 : 최근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기업들도 많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일단 대화가 된다는 것이고, 대통령 스스로도 기업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한다. 공직과 기업의 ‘갑’과 ‘을’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저도 협회에 있으면서 공직에 있을 때 ‘이런 것을 더 잘해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은 회원사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이필상 : 회장께선 공직과 기업을 두루 아는 전문가가 아닌가. 그런 면에서 정책적으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런 점이 업체 의견을 정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되지 않나.
이희범 : 지난 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무역업체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 때마다 건의사항이 쏟아진다. 무역협회 회장에게 양도세를 내려달라, 물류비가 너무 비싸다, 금리가 너무 높다는 얘길 한다. 모두 협회 회장이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회원사들이 제 이력을 보고 그런 기대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정부와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이필상 : 2003년엔 서울산업대 총장도 지내셨다. 산업에서 바라는 대학교육은 뭔가?
이희범 : 지난 2003년 12월 전경련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대학이 배출한 인재에 대한 만족도 조사였는데, 만족한다는 의견은 28% 밖에 되지 않았다. 기업들은 신입직원을 교육을 시키는데 1인당 3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기업은 대학에겐 ‘수요자’에 해당한다. 대학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기업도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코카콜라의 경우 1992년에 ‘다이어트 코크’를 출시한 후 소비자의 웰빙 요구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지 않아 경쟁사에 밀렸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안 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필상 : 기업들의 불평을 대학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학이 본질적으로 직업훈련소는 아니다. 대학은 전인교육을 바탕으로 올바른 인성과 교양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게 본연의 목표다. 기업이 대학의 수요자라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게 대학에 투자를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미래에 데려다 쓸 인재에 대해 미리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기업에 가보면 연수원이 화려하다. 그런 비용의 일부라도 좋다. 그리고 1인당 3000만원이 넘게 든다는 직원 교육비용의 절반이라도 대학에 투자해 주었으면 하는 게 대학의 바람이다.
이희범 : 기업이 신입 직원교육에 비용을 대고, 대학은 해당 기업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이 교수께서 연수원 이야길 하셨는데, 차라리 기업이 연수원 짓는데 드는 비용을 대학에 투자하고, 대신 대학 강당이나 체육관 등을 연수원으로 활용하면 된다. 산학협동이 다른 게 아니다. 기업과 대학이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면서 호흡을 맞춰가는 게 산학협동이다.
이필상 : 그런 면에서 산학협동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해 기업과 대학간 소통의 장이 필요한 것 같다
이희범 : 기업이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것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가 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학간 소통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졸업이수학점이 160시간이었는데 지금은 140시간이다. 거기에 산학협동에 따른 실습도 하자고 하면, 대학은 전공이나 교양과목이 줄어드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좀 다르다. 대기업은 인성·창조성·리더십을 강조하고, 중소기업은 당장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술을 중시한다.
이필상 : 그런 면에서 대학도 장기적으로는 ‘학문하는 대학’과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대학’으로 이원화돼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직업교육을 받는 대학을 나와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희범 : 공감하는 바다. 더 나아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올라간 만큼 대학도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CEO들은 우리보다 앞선 일본과 미국을 보고 쫓아가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정상에 있는 분야가 많아진 지금은 뒤따라갈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CEO 입장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방향을 제시할 조언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대학도 국가 위상만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11위의 무역 국가이고,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다. 대학의 위상도 그 정도로는 높아져야 국력을 뒷받침 해줄 수 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1971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치러진 제12회 행정고시에서 수석 합격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았다.
73년 상공부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들어섰다. 중간에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 등을 지낸 5년간을 제외하곤, 상공부 총무과장·통상산업부 차관보·산업부 차관 등 30년 넘게 우리나라 통상·산업분야에서 공직을 맡아왔다.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재임하던 2003년 12월엔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돼 2년 넘게 산업자원정책을 총괄했다. 2006년 2월부터 6만5000여 무역업체 회원사를 보유한 무역협회 회장으로 취임, 임기 2년을 넘기고 있다.
이희범 회장은 무역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몸이 편하고 마음이 불편한 것보단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게 낫다. 우리에게 월급 주는 고객은 회원사인 무역업체”라고 강조해 왔다. 덕분에 협회의 업무량은 50% 늘었다고 한다. 대학생들에 대해서도 “우리 세대는 조상으로부터 분명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물려받았다. 우리의 미래인 대학생들도 후배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리=신하영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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