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총장선출방식도 변수
사립대 사실상 직선제 소멸...국립대는 확대
“재단이 외부 영입 후 구성원 동의받자”는 의견도
지난해 초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낙마한 사건은 대학가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줬다. 그중 하나가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논의였다.
지난해 2월 9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이필상 총장의 유임여부를 논의했던 법인 이사회는 갑자기 총장선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표절논란에 휩싸인 이필상 총장에 대한 유임여부는 발표하지 않고, 뜬금없이 총장선출제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결국 이필상 총장은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법인에 사표를 제출했고, 이후 법인 이사회는 고려대 총장선출방식에 남아있는 직선제 요소인 교수들의 예비심사제(네거티브 투표)를 전격 폐지했다. 예비심사 제도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심사 전 전체 교수들이 네거티브 투표를 실시해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제도다.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대학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지난 1월28일 국민대 교수들이 총장후보자들의 소견 발표 후 후보들의 발전계획을 평가한 설문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후 고려대 법인은 한동안 교수들과 심한 마찰을 겪다가 예비심사 결과를 총장 후보자들이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재단에서는 공식적으로 예비심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후보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이를 수용한 셈이다.
고려대의 사례는 다른 대학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싼 재단과 교수간의 힘겨루기가 잘 나타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지배구조에서 총장은 정점에 위치해 있다. 교내에선 대학 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고 교외적으로는 대학을 대표한다.
대학 총장은 △교직원 임면 △예산편성과 집행 △대학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다. 국립대의 조교수 이상은 총장의 제청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임용하지만, 전임강사의 경우 총장이 직접 임용한다. 조교수 이상의 임용에서도 총장이 제청하면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교육당국이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사립대도 교원에 대한 최종 임면권은 학교법인이 갖지만, 총장의 제청이 있어야 이사회 의결을 받을 수 있다.
예산 편성·집행에 있어서도 총장은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국립대에선 학장회의 등을 통해 각 기관의 요구를 조정하고, 예산 책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권한이 총장에게 있다. 법인 이사회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사립대도 총장이 실질적인 예산 편성 권한을 갖는다.
대학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조직의 신설이나 기존조직의 변경을 결정할 권한도 총장에게 있다. 연세대의 경우, 대학 직제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른다(연세대 학칙 제75조)고 돼 있지만, 개정 발의권은 총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성균관대도 대학 직제에 관한 사항은 이사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대학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칙, 규정, 시행세칙, 내규 등의 제·개정은 총장이 할 수 있다.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싸고 대학 내에 갈등은 끊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총장이 갖는 권한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에만도 영남대·청주대·목원대·충북대·동국대·인제대·고려대 등이 총장선출방식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직선제를 지키려는 교수와 가능한 한 재단의 권한 폭을 넓히려면 이사회와의 갈등이 주류다.
1987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한때 80여곳까지 확대됐던 총장직선제는 사립대에선 사실상 유행이 지난 제도가 됐다. 2006년 7월 현재 전국에서 대학구성원의 직접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사립대는 4곳 밖에 없다. 이중 한곳은 전임이상 교원들만 투표권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국공립대는 31개 대학 중 29개 대학이 직선제를 택하고 있다. 이중 9개 대학은 교수들만의 직선제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직선제가 국립대에만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그간 사학재단들의 제몫 찾기가 거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학재단들은 80년대 후반 확대된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고, 전국의 76개의 사립대가 완전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직선제로 인한 폐해다. 특히 교수중심의 직선제로 인해 파벌이 형성되고, 취임 이후 논공행상이 이루어지는데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불거진 양현수 전 충남대 총장 사건이다. 양 총장은 취임 이후 교내 정책연구비를 논공행상에 따라 나눠주고, 교수 등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후 충남대에선 한 동안 직선제 방식을 바꾸자는 논의가 일어났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지난해 2월 오영교 총장이 취임한 동국대도 교수들과의 갈등 끝에 총장선출제도를 바꿨다. 교수중심의 직선제에서 총추위를 통한 간선제 방식으로 개선한 것. 이에 교수회 등이 반발했지만, 결국 총추위 심의 과정에 교수회 직선제로 선출된 후보들도 참여함으로써 갈등이 일단락 됐다. 당시 동국대 법인 관계자는 “90년대부터 16년간 직선제를 하면서 편 가르기로 인한 선거후유증을 겪어왔다”며 “총장이 된 후에는 논공행상에 따라 인사를 해 공정한 인사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총장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한 사립대 교수는 “직선제를 하면 교수와 직원을 찾아다니며 밥사고 술사며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며 “이런 사전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러다 보면 파벌이 생기고 총장이 되더라도 공정한 인사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대학 총장이 취임 후 4년간 학교를 힘 있게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지지를 받는 인사가 총장이 돼야 한다. 직선제의 순기능은 여기에 있다. 구성원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인사가 총장에 선출되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론이 현실에서 굴절돼 나타나서 그렇지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다.
정용길 충남대 경상대학장은 “직선제가 어느 정도 폐해를 가져온 것은 인정하지만 전국에서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대학이 모두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양현수 총장 사태는 총장의 독단적 결정을 견제할 민주적 의사결정시스템이 없는데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결정권이 총장에게 집중되는 게 문제이지 선출방식에 따른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립대 중에서는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29곳인 반면, 간선제는 2곳뿐이다. 특히 한국해양대는 조교에게 까지 투표권을 주는 등 구성원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교원대는 지난 2000년 직선제를 폐지했다가 2004년 다시 부활시켰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직선제 제도에 대한 비판의 빌미는 교수들이 제공했기 때문에 직선제에 대한 폐지를 논하기 보다는 구성원 참여폭을 넓혀 상호간 견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대 총장을 지낸 한 인사도 “파벌을 형성하는 교수들의 의식이 문제이지 직선제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총추위 방식도 후보자들의 과도한 선거운동 때문에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어 대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외부영입 총장의 대학 혁신 드라이브가 주목받음에 따라, 아예 총장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법인에게 주고 구성원 투표로 임영동의를 해주는 방식도 거론된다. 한 사립대 교수는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훌륭한 분을 재단이 이해관계를 떠나서 모셔오고 구성원에게 임명동의를 구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한국대학신문지난해 2월 9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이필상 총장의 유임여부를 논의했던 법인 이사회는 갑자기 총장선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표절논란에 휩싸인 이필상 총장에 대한 유임여부는 발표하지 않고, 뜬금없이 총장선출제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결국 이필상 총장은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법인에 사표를 제출했고, 이후 법인 이사회는 고려대 총장선출방식에 남아있는 직선제 요소인 교수들의 예비심사제(네거티브 투표)를 전격 폐지했다. 예비심사 제도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심사 전 전체 교수들이 네거티브 투표를 실시해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제도다.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대학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지난 1월28일 국민대 교수들이 총장후보자들의 소견 발표 후 후보들의 발전계획을 평가한 설문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후 고려대 법인은 한동안 교수들과 심한 마찰을 겪다가 예비심사 결과를 총장 후보자들이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재단에서는 공식적으로 예비심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후보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이를 수용한 셈이다.
고려대의 사례는 다른 대학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싼 재단과 교수간의 힘겨루기가 잘 나타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지배구조에서 총장은 정점에 위치해 있다. 교내에선 대학 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고 교외적으로는 대학을 대표한다.
대학 총장은 △교직원 임면 △예산편성과 집행 △대학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다. 국립대의 조교수 이상은 총장의 제청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임용하지만, 전임강사의 경우 총장이 직접 임용한다. 조교수 이상의 임용에서도 총장이 제청하면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교육당국이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사립대도 교원에 대한 최종 임면권은 학교법인이 갖지만, 총장의 제청이 있어야 이사회 의결을 받을 수 있다.
예산 편성·집행에 있어서도 총장은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국립대에선 학장회의 등을 통해 각 기관의 요구를 조정하고, 예산 책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권한이 총장에게 있다. 법인 이사회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사립대도 총장이 실질적인 예산 편성 권한을 갖는다.
대학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조직의 신설이나 기존조직의 변경을 결정할 권한도 총장에게 있다. 연세대의 경우, 대학 직제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른다(연세대 학칙 제75조)고 돼 있지만, 개정 발의권은 총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성균관대도 대학 직제에 관한 사항은 이사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대학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칙, 규정, 시행세칙, 내규 등의 제·개정은 총장이 할 수 있다.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싸고 대학 내에 갈등은 끊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총장이 갖는 권한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에만도 영남대·청주대·목원대·충북대·동국대·인제대·고려대 등이 총장선출방식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총장선출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직선제를 지키려는 교수와 가능한 한 재단의 권한 폭을 넓히려면 이사회와의 갈등이 주류다.
1987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한때 80여곳까지 확대됐던 총장직선제는 사립대에선 사실상 유행이 지난 제도가 됐다. 2006년 7월 현재 전국에서 대학구성원의 직접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사립대는 4곳 밖에 없다. 이중 한곳은 전임이상 교원들만 투표권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국공립대는 31개 대학 중 29개 대학이 직선제를 택하고 있다. 이중 9개 대학은 교수들만의 직선제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직선제가 국립대에만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그간 사학재단들의 제몫 찾기가 거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학재단들은 80년대 후반 확대된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고, 전국의 76개의 사립대가 완전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직선제로 인한 폐해다. 특히 교수중심의 직선제로 인해 파벌이 형성되고, 취임 이후 논공행상이 이루어지는데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불거진 양현수 전 충남대 총장 사건이다. 양 총장은 취임 이후 교내 정책연구비를 논공행상에 따라 나눠주고, 교수 등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후 충남대에선 한 동안 직선제 방식을 바꾸자는 논의가 일어났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지난해 2월 오영교 총장이 취임한 동국대도 교수들과의 갈등 끝에 총장선출제도를 바꿨다. 교수중심의 직선제에서 총추위를 통한 간선제 방식으로 개선한 것. 이에 교수회 등이 반발했지만, 결국 총추위 심의 과정에 교수회 직선제로 선출된 후보들도 참여함으로써 갈등이 일단락 됐다. 당시 동국대 법인 관계자는 “90년대부터 16년간 직선제를 하면서 편 가르기로 인한 선거후유증을 겪어왔다”며 “총장이 된 후에는 논공행상에 따라 인사를 해 공정한 인사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총장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한 사립대 교수는 “직선제를 하면 교수와 직원을 찾아다니며 밥사고 술사며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며 “이런 사전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러다 보면 파벌이 생기고 총장이 되더라도 공정한 인사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대학 총장이 취임 후 4년간 학교를 힘 있게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지지를 받는 인사가 총장이 돼야 한다. 직선제의 순기능은 여기에 있다. 구성원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인사가 총장에 선출되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론이 현실에서 굴절돼 나타나서 그렇지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다.
정용길 충남대 경상대학장은 “직선제가 어느 정도 폐해를 가져온 것은 인정하지만 전국에서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대학이 모두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양현수 총장 사태는 총장의 독단적 결정을 견제할 민주적 의사결정시스템이 없는데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결정권이 총장에게 집중되는 게 문제이지 선출방식에 따른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립대 중에서는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29곳인 반면, 간선제는 2곳뿐이다. 특히 한국해양대는 조교에게 까지 투표권을 주는 등 구성원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교원대는 지난 2000년 직선제를 폐지했다가 2004년 다시 부활시켰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직선제 제도에 대한 비판의 빌미는 교수들이 제공했기 때문에 직선제에 대한 폐지를 논하기 보다는 구성원 참여폭을 넓혀 상호간 견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대 총장을 지낸 한 인사도 “파벌을 형성하는 교수들의 의식이 문제이지 직선제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총추위 방식도 후보자들의 과도한 선거운동 때문에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어 대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외부영입 총장의 대학 혁신 드라이브가 주목받음에 따라, 아예 총장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법인에게 주고 구성원 투표로 임영동의를 해주는 방식도 거론된다. 한 사립대 교수는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훌륭한 분을 재단이 이해관계를 떠나서 모셔오고 구성원에게 임명동의를 구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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