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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공직 서약하면 등록금 면제

이경희330 2008. 3. 21. 01:24
 
3학년생 1년 등록금 4만1500달러 전액 면제 ... 조건은 졸업 후 5년간 공공부문 취업
대형 로펌 대신 검사, 관선 변호사 등으로 일하는 기회 갖도록 유도
기존 대출금 면제 프로그램도 그대로 유지키로

하버드 로스쿨이 공공 서비스 분야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새로운 등록금 감면 제도를 내놓았다. 최근 비영리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5년간 일할 것을 약정하는 3학년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은 대형 로펌에서 부와 명예를 보장받지만 비영리기관이나 정부에 취업할 경우 수입이 크게 줄어들기에 대부분 기피한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하버드의 학비 감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3학년생은 1년간 등록금 전액 4만 1500 달러를 전액 면제받게 된다.
 
◆공공부문 취업, 졸업생 10% 안팎 그쳐 =
하버드 로스쿨은 이미 공공서비스은 이미 공공서비스 분야를 선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향후 일하게 되는 기관이 이를 변제해주는 방식의 대출금 면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엘레나 캐건 하버드 로스쿨 학장은 “학생들에게 있어 학자금 대출은 중요한 문제”라면서 “지난 몇 년간 대출금 면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번 계획은 학생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검사, 관선 변호사 등의 임금 수준이 낮아 로스쿨 졸업생들은 대출 받은 학자금을 갚기 위해 기업 소속 변호사가 되거나 높은 임금을 보증하는 로펌 등을 의레 찾아가기 쉽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 연간 550명 중 54~67명이 비영리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은 3~4만 달러 수준이다. 반면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대형 로펌에 취직해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향후 5년간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 하버드 로스쿨은 매년 평균 300만 달러 이상 등록금 수입의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추정치는 프로그램 참여 학생 수에 따라 변동된다.

하버드 로스쿨은 하버드대 349억 달러의 기부금 중 17억 이상의 기금을 전용할 전망이어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재학생 환영 “등록금 갚기 위해 로펌 선택 안해도 돼” = 졸업 후 공익 법률사무소에 일할 계획인 하버드 로스쿨 3학년생 브랜든 와이스군은 이번 등록금 면제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대형 로펌이나 기업 소속 변호사 등 외에도 폭넓게 취업 기회를 갖도록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와이스군은 해당 프로그램이 내년 가을부터 도입되기 때문에 정작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는 "일부 학생들은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입학한다"며 "물론 대형 로펌에서 많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공을 위해 봉사할 것인가 사설 로펌에서 일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등록금 감면 프로그램에 참여를 원하는 하버드 로스쿨 학생들은 재학 기간 동안 실제 관선변호사들과 함께 의뢰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공공서비스 관련 활동,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으로 공공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가시적인 증거를 보여야 한다.

졸업생들을 위해 현재 마련돼 있는 대출금 상환 보조 프로그램의 혜택도 지속된다.

국회도 역시 공공부문에서 일하고자 하는 일반 대학생들을 위해 대출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이나 제도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관선 변호인, 사서, 교사, 소방관, 간호사처럼 공무원으로 10년 간 일할 경우 학자금 대출금을 감면해주는 법안을 지난 가을 의회를 통과시켰다.

◆타 대학 로스쿨 불편한 심기= 하버드 로스쿨이 경쟁 대상인 다른 명문 로스쿨은 이번 프로그램에 다소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우수 학생들을 하버드에 빼앗길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긴장감 때문. 

스탠포드 로스쿨 래리 크래머 학장은 하버드의 이번 결정에 대해 “흥미롭다”고 평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대출금 면제 정책이 학생들이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일하게 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머 학장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립 로스쿨의 입장에서도 이번 하버드 로스쿨의 프로그램이 달갑지 만은 않다.

뉴욕시립대 로스쿨 미셸 J. 앤더슨 학장은 하버드 로스쿨의 이번 등록금 감면 계획은 다분히 실험적 시도라고 지적했다.

앤더슨 학장은 “하버드 로스쿨은 특히 등록금이 비싼 명문 로스쿨”이라며 "뉴욕시립대 로스쿨의 등록금은 하버드에 비하면 매우 낮아 연간 9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 로스쿨이 등록금을 감면해주는 것은 공공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의 유치를 강화하기 위한 또다른 전략으로 해석했다. 저렴한 학비 때문에 공립 로스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있다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 하기 때문이다.

진문희 객원기자 <moonhee.jin@gmail.com>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