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반군 세력인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피랍자 21명이 치료를 받아오던 샘안양병원에서 12일 퇴원 기자회견을 가졌다.
석방자 중 가장 연장자인 유경식(55)씨는 지난 7월 13일 출국 이후부터 피랍-석방에 이르는 상황 전반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설명했고, 나머지 20명은 취재진이 미리 질의한 질문을 각자 나누어 맡아 기자들의 질문에 차례로 일어나 답했다.
유경식씨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그 동안 국민들이 궁금해하던 피랍상황과 경위에 대해 총정리하는 자리"라며 "알려지지 않은 부분과 일부 오해와 의혹을 확인해드리는 전체 종합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리 준비한 질문에만 답변, 다른 질문은 "모른다" "들은적없다" 회피
그러나 석방자들은 미리 답변을 준비한 이외의 질문에는 `모르겠다` `들은 적 없다`는 말로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석방자들이 약속했던 궁금증 해소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석방자들은 또 미 확인 외신보도나 부정적인 인터넷 소문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하게 반박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보충 설명을 하며 비난 여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일부 석방자가 중간중간 어지럼증을 호소했으며 이선영씨와 이영경씨는 기자회견 도중 `몸이 아프다`며 병실로 올라가기도 했다.
"봉사 했는데 선교한 것처럼 잘못 알려져,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유씨였다. 유씨는 "언론에서 전하는 국민들의 권고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숙고하고 있다"면서 "아프간이든 탈레반이든 사랑으로 품어 진정 평화의 땅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유씨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민소매 차림, 쇼핑, 호화버스. 서면 여행자제요청 사전 인지 등은 전혀 사실 아니다"라며 "교육. 의료봉사를 했는데 마치 길거리에서 `예수 믿으시오!`라 선교하고 개종을 요구한 것처럼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김윤영씨도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앞으로 그런 사람들은 도와주며 살아야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구체적인 선교활동은 없었고 단지 먼저 그곳에 장기적으로 체류해 있는 분들을 도와주러 가는 것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머리 깎아주고 상처부분에 약 발라주고, 함께 축구하고 노래 부르고 준비한 신발도 나눠주고, 꽃과 나비가 있는 벽화를 그리면서 그곳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일들을 했다"면서 "오히려 마지막 날 가정방문을 했을 때 30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우리를 반겨주었다"고 덧붙였다.
김경자씨도 "귀국해 언론을 접했을 때 저희 팀과 상관없는 많은 일들이 잘못 알려져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미니홈피에 있던 이슬람사원 예배 사진은 우연히 일어난 에피소드"
이선영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나온 `이슬람사원 예배`에 대해 "2005년 칸다하르 모스크를 방문했을 때 관리인 허락 하에 노래를 한 곡을 불렀다"며 "우연히 일어난 에피소드였고 그들의 종교를 침해하며 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선영씨는 이어 `정부가 보낸 여행자제 공문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6월초부터 비자발급 일을 맡아 진행했는데 어떤 기관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안전에 대한 공식 공문이나 서신,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다른 기관을 통해 갈 예정이었는데 필요 없을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작년에 어떤 단체가 행한 일을 우리가 한 일처럼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선영씨가 미니홈피에 올린 문제의 `이슬람사원 예배` 사진
"차후 아프간 선교는 교계가 논의 중, 결정에 따르겠다"
유씨는 차후 아프간 등 위험지역에서 선교 계획에 대해 "해외선교 전반에 대해서는 교계에서 논의 중이어서 정리되면 그 것에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또 몸값 지불설과 구상권 청구 논란에 대해 "구상권은 이미 정부가 입장을 밝혔고, 교회에서도 입장을 밝힌 것 알고 있다"며 "교회와 정부하는 대로 따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죽었을 것인데 살아난 만큼 남은 삶을 국민 사랑과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사랑하고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방자 21명은 12일 오후 늦게 퇴원한 뒤 공개되지 않은 장소로 이동해 일정 기간 단체 요양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치료한 샘병원의 박상은 원장은 석방자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경미한 소화기·피부질환 외의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부 환자들만 우울, 불안, 불면증상이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함께 약물치료와 상담 등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퇴원 후 약 일주일간 생활 적응훈련이 요구돼 추석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낸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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