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코스닥 상장기업 7% 퇴출위기..코스닥 기업 환부 도려내라

이경희330 2009. 4. 10. 00:30
코스닥 상장기업 7% 퇴출위기
신속한 구조조정 뒤 예산지원을
관련이슈 :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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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경기침체가 심화함에 따라 부실기업 퇴출이 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경영부실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64곳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 전체의 7%가 넘는 숫자로서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이 중 44개사는 자본잠식 50% 이상, 연간매출액 30억원 미만 등으로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이다. 또 16개사는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통보받은 기업이다. 나머지 4개사는 매출액 부풀리기 등 비리 혐의가 있는 기업이다. 사실상 코스닥상장기업이 붕괴를 시작한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건전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산실로서 신산업 발전과 경제성장동력 창출의 원천이다. 이런 시장에서 상장기업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무더기로 퇴출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생명력이 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3월 위기설이 근거 없이 끝나면서 경제 회생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의 3월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57로 전월 43보다 14포인트나 올랐다. 월별 상승폭으로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1월 이후 최대 폭이다. 그러나 이는 경기침체 속도가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다소 줄어든 것일 뿐 경제 회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실사지수 57은 경제 회생 기준인 100의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세계경제는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제 회생의 관건은 기업의 창업투자의 증가이다. 창업과 투자가 늘어야 실질고용이 증가한다. 이런 견지에서 코스닥 상장 기업이 무더기로 퇴출된다는 것은 경제 붕괴를 예고하는 적색경보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총 17조7000억원의 재정자금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4대 강 정비, 서민생활 지원 등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그리하여 경제성장률을 1.5% 올리고 일자리를 55만개 창출할 방침이다. 구조적으로 기업의 붕괴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기부양 조치는 일시적인 효과로 끝나고 정부 부채만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창출할 예정인 55만개 일자리의 대부분이 고용기간이 6개월에서 12개월 이내인 공공근로, 인턴, 일자리나누기 등 단기적 일자리이다. 따라서 고용기간이 끝나면 모두 다시 실업자로 전락한다. 더구나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양도세 감면 등 감세정책과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로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 22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부채가 367조원에 이르러 국민 1인당 750만원 이상의 부담을 안는다. 결국 이번 경기부양 조치는 모래밭에 물 붓기식으로 단기적 효과에 그치고 그 부작용으로 정부가 빚더미에 눌려 정책기능을 상실하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구조조정을 서둘러 어차피 퇴출될 기업을 조기에 솎아내는 것이다. 마치 환자에게서 회생이 어려운 환부가 더 퍼지기 전에 도려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기업의 붕괴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차단하고 자금이 흐르게 해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게 해야 한다. 다음은 보완적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수순이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기업환경 개선이다. 미래 신산업 발굴에 정부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규제 혁파, 세금 감면 등을 과감히 추진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세계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고 선진국으로 일어서도록 멀리 보고 크게 뛰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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