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대학신문 칼럼 이필상 교수...G20과 ‘팍스 시니카’의 부상

이경희330 2009. 4. 13. 18:03

 

이필상 칼럼
이필상
한국대학신문 칼럼
[이필상 칼럼] 고려대 전 총장,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경제 질서 개편의 소용돌이가 시작됐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은 지도력을 크게 상실했다. 대신 세계 제1위의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사실상 경기회복과 국제금융 질서를 좌우하는 초강국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향후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양대 진영 아래 각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몸부림치는 새로운 경쟁질서가 형성될 전망이다. 기존의 국가서열과 무역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계경제 위기의 극복에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도움 없이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해결은 어렵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미국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 정책의 열쇠를 쥐고 있다. 여기에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일컬어지는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대규모 출연을 요구받아 국제통화제도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더욱이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자본 흐름을 허용한 금융방임주의에 제동이 걸렸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가 개방체제가 되면서 최대의 자본의 힘을 가진 미국 등 선진국은 첨단 기법을 무기로 해 각국 금융시장을 지배하며 기업사냥을 하는 등 자본이득 극대화에 열중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체제가 스스로 모순에 부딪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고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 세계 각국은 갖가지 금융개혁과 규제 강화를 들고 나왔다.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국경을 넘나들며 국제적 투기행위를 하는 헤지펀드에 규제가 가해진다. 또 국제금융감독기구로 금융안정포럼을 창설해 금융자본의 무분별한 행위를 통제한다. 더 나아가 조세회피지역을 찾아다니는 투기자금의 흐름도 차단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는 자연히 힘을 잃고 세계의 공장으로서 막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중국은 무소불위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달러화 기축통화체제의 대체를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세계경제 질서 개편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G20 정상회의의 합의에 따라 일단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각국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 1조 1000억 달러를 출연해 위기를 겪는 국가들을 긴급 지원하고 내년 말까지 총 5조 달러의 재정자금을 경기부양에 집중 투입한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은 세계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임기응변책에 불과하다. 국제금융체제의 붕괴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퇴조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질서가 그대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각국이 구조조정을 얼마나 신속히 하고 실물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가에 따라 실질적인 경기회복 여부가 결정되고 세계경제 판도가 달라지는 대혼돈의 상황이다. 여기서 무한한 실물성장의 잠재력을 갖춘 중국이 경제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팍스 시니카’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나라는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실시해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면 세계시장을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현재와 같이 구조조정 시늉만 하고 돈을 풀면 경제는 더욱 부실해져 일본 경제에 앞길이 막히고 뒤에서 밀려오는 중국 경제의 쓰나미에 묻힐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내수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의 대외의존을 탈피하고 자생력을 기르며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고 일본을 딛고 중국을 공략하는 공격적 산업발전 전략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은 여유자금의 투자를 서둘러 세계경제 회복에 미리 대비하는 선제적 경영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경제 위기로 각국에 쓰러져 있는 유망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해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이 기회에 경제영토를 세계 곳곳으로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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