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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노명박 정부'로 드러날까 걱정

이경희330 2008. 3. 4. 00:55
이념이 없다고 할 때에도 대통령은 이념적일 수밖에 없다
 
김남균/허우 기자
 
▲ 문화일보홀에서 열린 '제59회 趙甲濟의 현대사 강좌'에서, 조갑제 前 월간조선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이날은 새정부 출범 이후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이념'이 주제로 다뤄졌다. ⓒkonas.net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의 불투명성에 대해서 국민적 우려가 만연되는 가운데,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무시와 정체성 불투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 이어 삼일절 기념식 자리에서도 ‘이념의 시대를 끝장낼 것’을 강조하고 나서자, ‘이념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는 보수진영의 반박도 계속되고 있다. 李대통령의 거듭되는 ‘탈이념’ 발언의 저의가 무엇인지 보수진영에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념의 시대는 끝났고, 실용의 시대가 왔다'는 주장도 정치적 이념에 근거한 주장임을 지각하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에 대한 발언에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3일 문화일보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념을 배제한 실용주의'라는 말은 '비오는 달밤에 단둘이 홀로 앉아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네!'와 같은, 얼핏 멋있게 들리지만, 사실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을 넘은 실용이라는 말의 어폐를 지적했다. 이념은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모든 발언, 행동, 정책에 나타난다. 심지어 정치인이 "나는 이념을 넘어 실용을 추구한다"고 하는 발언도 이념적 행동임을 이명박 대통령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조갑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그러한 '몰이념적 실용주의는'는 진정한 실용주의가 아니라 본능(물욕, 식욕, 성욕 등)에만 충실한 ‘타산주의’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조 대표는 "북한이 핵개발을 한 지금이야말로 북한과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들과 정말로 한판 ‘이념전쟁’을 벌여야 할 시기라며, 이러한 시기에 이념의 시대가 갔다고 하는 것은 추위가 한창인데 '겨울은 갔습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남북한 좌파세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념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이 가진 넌센스를 힐난했다.

조갑제 대표는 먼저 이념(理念, Ideologie, 이론화된 신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론화되어 있기에 통용성이 넓어 집단적이란 점에서 개인적 소신인 ‘신념’과 다르며, 나아가 한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상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개인적 삶의 방식인 ‘철학’과 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이념이란 말에 거의 본능적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며, “이념은 경직된 것이고 낡은 것이라는 선입감을 누가 불어넣은 모양”이라고 추론하기도 했다. 이념은 나쁘다는 편견은 나찌즘이나 공산주의 이념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에서 형성된 이념에 대한 반감이다. 그런데 "좌파이념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고 "이념은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불분명한 표현임을 지적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좋은 가치임을 조갑제 대표는 명백하게 지적했다.
 
조갑제 대표는 "정치이념은 정치적 행동을 유발시키는 '규범적 이론(normative theory)'에 가깝고, 정치철학은 정치에 관한 '묘사적 이론(discriptive theory)'에 가깝다"고 구별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담은 대한민국 헌법체계 안에서 활동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지극히 이념적 인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와 참모들은 자신들이 이념적 인간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이념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趙대표는 모든 정치적 행동이나 정책은 이념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조 대표는 "건국은 물론 그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의 모든 업적들(호국, 산업화, 민주화 등)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에 입각한 집단행동의 결과"라며, "이념의 지도를 받은 행동들이었으므로 ‘집단성’과 ‘일관성’ 및 ‘효율성’이 있었고, 그래서 성공했다"고 역설하며, 이념의 성격과 역할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념은 낡은 것이고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는 李대통령의 생각은 ‘자기부정’이며 ‘자기비하’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조갑제 대표는 이념이냐 말로 정치의 방향과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이념이란 가장 큰 전략”이라며, 이는 “무엇이 국익이고, 누가 대한민국의 적인지 동지인지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계속해서 “무엇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해악이 되는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 이념이므로, 이념이 정립되지 않은 지도자는 반드시 공동체에 해를 끼친다”며,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세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한 후 “이명박마저 이 반열에 이름을 얹고 싶은가”라고 반문했다. 趙대표는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을 ‘몰이념’ 지도자로 꼽았으며, 외국의 경우는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꼽기도 했다. 
 
조 대표는 또 “이념을 무시하고 회피하려는” 모습이 ‘비겁함’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李대통령의 발언은 특정이념(좌파이념, 김정일주의)만 ‘낡은 이념’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이에 맞서 이념투쟁을 한 세력까지 모두 싸잡아 ‘낡은 세력’으로 매도한 것으로 들린다며, 이같은 양비론(兩非論)을 펼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비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악당을 악당이라고 부를 용기가 없으니, 자신의 용기 없음을 감추기 위해 양쪽(악당과 악당을 응징하자는 쪽) 모두를 비판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 "송두율과 같은 북한공작원들이 이러한 술수를 쓰며 우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려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앞으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 그는 새 정부의 내각인선에서부터 이상 조짐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인선과 대북정책 등을 연결해서 판단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에 문제가 있음을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갑제 대표는 “좌파정권이 끝났는데도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김대중·노무현 정권 하에서 요직에 있었던 인물들이 새 정부에서도 기용됐다는 점을 李대통령의 이념과 대북관에 연결시켜서 판단했다. 조 대표는 "이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명박 정부'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조갑제 대표의 강연은 참가자들에게 “좌파정권 종식됐으니 이제 신경 쓰지 않고 놀아야겠다는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당부로 마무리 되었다. 趙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편다면, 국민은 올바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흐릿한 이념적 정체성이 몰고올 재앙에 대하여 국민들의 경계를 당부했다. 이념을 포기한 정부는 정신을 포기한 개인과 마찬가지임을 알고 있는 청중들은 조갑제 대표의 건전한 자유민주주의 이념 강조에 가끔씩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