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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이하 조폭)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의 주무대인 부산은 영화처럼 실제로 조폭들이 우글거리는 도시일까. 검찰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영화처럼 조폭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다리 위를 차로 막아서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일지라도 조폭의 수가 가장 많은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6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병국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관리하고 있는 국내 조직폭력단은 모두 487개파로 산하 조직원은 모두 1만 1886명이며 지역별로는 부산이 1833명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서는 수원이 서울, 광주 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조직폭력배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검찰과 경찰 등이 관리대상에 올라있는 폭력조직의 수를 바탕으로 추산할 뿐이다. 검찰이 2008년 상반기에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인 조직폭력배들의 현황은 487개 조직 1만 1886명이다.
지역별로 조폭이 가장 많은 도시는 부산으로, 잘 알려진 칠성파를 필두로 103개파 1833명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최근까지도 조직 간의 세력다툼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검찰과 경찰에서 그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기장찬이파’ 두목 황 아무개 씨(43) 등 1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행동대원 최 아무개 씨(39) 등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 이들은 부산 폭력조직인 칠성파가 기장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 2005년 와해된 기장통합파 등의 조직원들을 규합해 유흥업소 등에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칠성파는 올 상반기에 안마시술소 및 성매매업소 운영 혐의로 간부급 2명이 구속돼 조직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 이어 조폭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수원으로 남문파를 비롯한 47개 조직 1654명이 활동하고 있다. 수원은 부산 지역에 비해 180여 명 정도 적은 수의 조폭이 활동하고 있지만 수원의 인구(106만 명)가 부산인구(360만 명)의 3분의 1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구비율로 따지면 전국 최고의 ‘무법도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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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에서는 지난 2월 남문파 조직원 15명이 경쟁 세력인 ‘역전파’ 조직원의 숙소를 습격해 4명을 살해하고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으며 6월에는 ‘역전파’ 소속 조폭들이 경찰관을 집단으로 폭행해 50여 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 상반기에만 주요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수원지역 조직폭력단 조직원이 75명이나 됐다. 수원은 최근 경찰과 검찰에서 대대적인 조폭 소탕 작전에 나서면서 그 세력이 급격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에 이어 광주지역이 조폭도시 순위 3위다. 현재 광주지역에서는 국제PJ파를 필두로 33개 조직 1587명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중앙지검을 비롯해 4개 지검(동부 서부 남부 북부)이 관리하고 있는 조직은 신림동 이글스파, 텍사스파를 비롯해 1440명이다. 이외에도 전주월드컵파 등 16개파 953명을 관리하고 있는 전주지검과 청주시라소니파 등 10개파 637명이 활동하고 있는 청주지검, 신왕가파 등 30개파 632명의 조직폭력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 대전지검도 관리대상 폭력배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으로 꼽혔다. 울산(302명)과 제주(185명)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조폭들이 기생하고 있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폭력조직의 세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검찰의 관리대상 폭력조직은 전국적으로 487개파 1만 1886명인데 이는 471개파, 1만 1476명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정권 교체 이후 조직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섰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셈. 게다가 검찰 자료는 관리대상에 올라있는 규모일 뿐 실제 검찰 관리대상 조직에 올라있지 않은 소규모 조직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5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수사기관 관계자는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최병국 의원도 “검찰이 관리 대상에 못 올리는 신흥 조직이나 기존 조직의 하위 조직원들까지 포함하면 조직폭력배의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검·경이 조폭 단속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역별로 조폭이 난립하고 있으니 조직의 이권다툼도 치열하다. 검찰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범죄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폭력조직 두목 및 조직원은 86명이었다.
합숙까지 하면서 경쟁 폭력조직에 보복을 가하려 한 안양 ‘AP신파’ 조직원 16명이 구속ㆍ불구속 기소됐고 성남 종합시장 일대를 무대로 폭력을 행사한 신종합시장파와 유흥업소 업주를 상대로 금품 갈취와 폭력을 행사한 ‘덕재식구파’ 조직원 25명도 구속됐다. 이들 조직은 모두 상대조직의 견제를 위해 무리한 세력확장을 꾀하다 수사망에 걸려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해외 폭력조직과 연계한 범죄 행위도 적발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야쿠자 조직원이 국내 고속도로 통행카드 수십억 원 상당을 위조·유통시킨 혐의로 구속됐고 11월에는 신용카드 위장 거래를 통해 미국 마피아의 도박자금 1860억여 원을 한국인에게 회사 설립 자금으로 제공한 조직원이 적발돼 수배 조치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국 폭력조직이 조직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적발된 경우는 없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