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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이 취재한 결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9월 말부터 현대차그룹의 내부자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

이경희330 2008. 10. 14. 22:46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 금감원 조사 내막
불법 주식거래 의혹 ‘핵폭발’ 위험
금감원은 김동진 부회장이 비공개정보를 이용, 주식거래를 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내부자거래 의혹으로 술렁이고 있다. <일요신문>이 취재한 결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9월 말부터 현대차그룹의 내부자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고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 유력인사들이 불공정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현재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얼마 전 증권거래소 측으로부터 ‘지난 4월 구 신흥증권(현 HMC투자증권)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에서 임직원들 중 일부가 비공개정보를 이용해 내부자거래를 했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통보를 받아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감원의 조사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특히 관심이 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얼마 전 현대모비스로 전출 발령된 김동진 부회장. 김 부회장의 전출에 대해선 당시 “문제가 있어 좌천당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복수의 금융감독원(금감원)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현재 금감원 파생상품조사팀에서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의 내부자거래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현대차가 구 신흥증권을 인수하기 전에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미리 신흥증권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인수 후 급등한 주식을 되파는 방식으로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측의 이번 조사는 증권거래소의 의뢰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에서 지난 8월경 현대차그룹이 구 신흥증권을 인수할 때 20여 명에 이르는 현대차 임직원들이 내부자거래를 한 정황을 먼저 잡아냈고 이를 금감원에 조사 의뢰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김 부회장의 내부자거래 의혹이 수면위로 부상했다는 것.

우선 현대차그룹이 구 신흥증권을 인수할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자. 현대차 그룹은 올 초인 지난 1월 14일 구 신흥증권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주식시장에는 이미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대차그룹이 구 신흥증권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고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2월 말까지만 해도 24만 주 정도에 머물던 구 신흥증권 주식거래량은 현대차그룹이 M&A를 시도한다고 발표한 바로 그날(1월 14일) 270만 주가 거래되며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한때 구 신흥증권은 현대차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고 성공적인 M&A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돌아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인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11월 신형 산타페 출시 발표회 때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정몽구 현대차 회장(오른쪽)과 김동진 현대 모비스 부회장.

실제로 2007년 12월 20일 종가 1만 3200원에 거래됐던 구 신흥증권은 현대차의 인수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한 시점인 지난 2008년 1월 2일엔 종가 1만 7300원으로 상승폭을 보였고 이틀 뒤인 4일부터는 2만 원선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이 신흥증권 인수를 완료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4월 15일에는 구 신흥증권 주가가 장중 한때 3만 785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대박’을 친 것.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김 부회장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주식 매입 시점과 매도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감원은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 무렵을 전후한 김 부회장의 자금흐름을 다각도로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김 부회장 외에도 현대차 그룹 내부에서 다수의 유력인사들이 이 불공정거래에 개입돼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거래소의 한 인사는 “현대자동차 임직원 20명가량이 똑같은 혐의를 받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벌써 얼마 전 일선에서 물러난 박정인 전 HMC투자증권 회장 등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금감원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20여 명의 임직원 외에도 더 많은 인사들이 이번 내부자거래에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 외 20명에 대한 조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조사가 더 진행되면 더 많은 인사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워낙 큰 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금감원 내부에서도 쉬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감원에서는 김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이번 불공정거래로 얻은 차익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또 주식 거래가 실명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차명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김 부회장과 관련된 현대차 임직원들이 ‘내부자거래법 위반 및 불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일의 추이를 볼 때 조만간 조사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 측에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금감원 조사도 금시초문”이라며 모든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직 고위임원에 관한 소문은 우리도 들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 부회장에 대해서는 “금감원 조사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김 부회장의 직접적인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현대차 측은 거부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

 
<일요신문>  8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