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니 나발이니 고루한 얘기 집어치우고 먼저 나에 대해 밝히면서 '아주까리 기름 쳐들이 마시고 뒷간 들락거리는 소리'하고 자빠져 있는 당신의 말에 반론을 걸겠다.
나는 한편으로 테크니션, 한편으로 아티스트, 또 한편으로 컨설트를 하며 남의 돈 빌어 먹고 사는 직업을 갖고 있다.
발끈하지 마라. 예술이니 나발이니, 다 남의 돈 빌어 먹고 사는 주제에 자존심 세워봐야 소용 없다. 아무리 심오한 세계에 예술의 경지가 다다랐다 하더라도, 누가 거들떠 보지 않아 사라져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물론, 그 아트 했다는 놈 혼자서는 그래도 뭔가 의미있는 일을 했노라고 자위하겠지. 그러나 예술의 근본적 속성이, 예술가 자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결정됨을 모른다면 제발 문화인 행세도 하지 말아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나는 건축쟁이다. 그림밥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그림이라는 설계직이다. 그러다보니 CG도 하게 되고 그림도 그리게 되고, 판화도 하게 되고, 소위 아트도 하게 되었다. 물론 내겐, 예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또 다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접근 수단으로 쓰이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 또한 예술인, 혹은 문화인들과 심심치 않은 교류가 있는 터라 예술을 논하기에 완전히 생뚱 맞은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원래 건축쟁이들이 오지랍이 존나게 넓다. 이해하기 싫어도 이해해라.)
나도 CG를 한다. 물론 스틸컷이다. 가끔 동영상으로 애니메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간단한 카메라 모션 정도.. 그것도 1분짜리, 30초짜리 정도이다. 마음만 먹으면 엔간한 SF영화에 CG정도는 할 수 있는 스킬도 갖고 있다.
D-War의 CG수준은 아직 미숙하기 그지 없다. 그건 확실하다. 스틸컷으로 놓고 본다면, 내가 눈감고 그려도 그보단 낫겠다 싶은 부분들도 많으니까.... 그렇다고 D-War를 향해 우스개 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왜인지 아는가? 나와 당신과 다른점은 나는 실질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테크니션의 영역에도 발을 걸쳐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CG의 완성도라는 것이 개개인의 스킬이나 자본력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사실을 모르고 찌질대는 당신이 그저 불쌍할 뿐이다. 당신의 글에서 나는 '개그맨'을 향한 지독한 컴플렉스를 보았으며,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본능적 질투와 소외감을 느꼇을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불쌍하다.
당신에게 700억을 쥐어주면 그보다 좋은 영화 100편도 만들겠다고 했다.
나도 그런말은 할 수 있다. 내게 700억을 쥐어줘봐라. 나 또한 그보다 좋은 영화 100편도 만들겠다. 영화란 예술의 여러분야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담은, 내가 전공한 건축과 가장 가까운 속성을 가진 예술분야이다. 그래서 건축쟁이들이 준 영화 전문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영화인들도 갖지 못한 기념비적인 필름들은 유명건축인들이 다 소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어쨋건, 명색의 영화감독이라는 사람이 기껏 '나도 그만한 돈이 있었다면...'이라는 볼멘소리나 하다니....
700억 있으면 CG를 D-War처럼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나는 절대로 아니라고 본다.
건축용 조감도, 스틸컷 한장에 50~500만원, 큰 것은 2,000만원 까지도 한다. 그런데 그것을 그리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건축물은 대부분 어떤 방향성(특히 수직적으로)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그 건물의 단면이나 평면을 그려놓고 그대로 쭉쭉 뽑아 올려 그리면 대강 윤곽은 잡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D-War에 나온 캐릭터처럼 살아있는 유기체의 CG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말 그대로 "노가다"이다. 쉽게 그리는 방법이 없단 얘기다.
맥스를 이용하든, 라이노를 이용하든, 마야을 이용하든... (나 또한 맥스, 폼지, 카티아 등등 각종 툴을 섭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넙즈모델링의 개념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정점 하나 하나를 찍어 일일히 Face모델링으로 작업을 하거나... 맨땅에 헤딩하기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그 한장을 그리는데 들어가는 노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실제로 CG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1초의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최소 15컷의 스틸컷이 필요하므로, 우리가 보는 1초는 CG하는 사람에겐 1년과 같다.
헐리우드 영화에 CG들이 대단해 보이는가? 당연 할것이다. 근데 어이없게도 헐리우드 영화에 CG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일본 사람들이다. 손재주가 끝내주게 좋거덩.... 그건 몰랐을거다. 그 사람들 한국으로 불러들여서 1000억쯤 주면 헐리우드 영화에 맞먹는 영화 만들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영화들... 그 영화들에 CG를 한 사람이 했다고 생각하나?
화이널 환타지의 경우만 해도, 약 30초간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장면 하나를 연출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CG전문가들 40명이 6개월간 합숙을 하며 작업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물론 그 많은 전문인력을 채용하려면 많은 돈이 드는건 사실이나, 그 사람들이 돈만 준다고 좋은 작업물 만들어낼거라고 기대하는건 큰 오산이다.
먼저 수만, 수십만컷에 이르는 수많은 CG화면들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하고, 그 많은 전문인력을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을 이해 시켜가면서 작업을 해야하고 조율을 해야한다. 더욱이 실사로 찍는 필름과 일치하도록 하는 기술. 이것은 촬영을 하는 촬영자들의 역할 뿐만 아니라 말단에 테크니션 한명 한명의 능력도 중요하다. 영화감독, 시나리오,,,, CG작업을 하는 사람,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 액션을 연구하는 사람, CG에서 구현되야할 영상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사람... 그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결코! CG의 수준은 CG의 수준으로 가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SF영화가 우습나? 그 SF영화라는 것은 영화의 집약이다. 예술적인 부분은 애초에 포기하더라도, 영화가 담아낼 수 있는, 그리고 영화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영역을 한곳에 집약하는 집약적 영화사업이다. 그러므로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0억, 3000억을 투자하고도 개뿔도 아닌 상태로 사장된 영화도 많다.
그런데 헐리우드에서는 그런 산업이 오래되다보니,, 그리고 스필버그와 루카스라는 거장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보니, 당연히 이런 영화 만들기가 한국보다 더 수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노하우가 없다는거지.. 그런걸 아무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지.. 핵심은 이거다.
D-War는 아직 갈길이 멀다. 그러나 지금 걸어온 길의 성과만 가지고도 충분히 칭찬 받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돈만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그러한 자본을 집약하였다는 것만 해도 이미 한국영화들이 해오지 못했던 '한계'를 뛰어넘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심형래는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누가 와서 수백억씩 용돈으로 줬다더냐?
심형래는 몸으로 뛰었고, 자신의 모든것을 걸어 악착같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귀차니즘에 잘난척에 빠져서 남에게 손벌릴줄도 모르는 당신들은, 기껏 3억에도 벌벌벌 떨면서 말이다... 부러워만 하지말고 당신들도 심형래에게 "자본 700억 모으는 법" 좀 배우면 어떨까?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무로가 뛰어넘지 못한 고질적 한계는 훌쩍 뛰어넘은거니까....
CG에 대한 노하우도, 특히 특수효과와 CG에 있어서 심형래는 헐리우드 못지 않은 엄청난 노하우와 지식을 이미 축적하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더더욱 발전해 나가는 그가 되겠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헐리우드를 추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배알이 꼬여서 못배기겠으면 당신이 가서 배워오든가...
왜, 당신들은 항상 '나도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라고 말하면서 하지는 않고 뒤에서 찌질대기나 할까? 혹시 700억이 있으면 그만한 영화는 만들겠지만 700억을 어떻게 끌어모으는지, 그 방법을 몰라서 찌질대는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한국영화의 고질적 한계라면... D-War가 그것을 뛰어넘은 것이라면 당장 심형래에게 달려가 알랑방귀라도 뀌면서 그 '방법'을 전수 받아야 하는거 아닐까....
영화란 어떤 철학이 있어야하고 사상이 있어야 하나....
애초에 영화는 영상예술이고, 대중 예술이다. 영화란 놈 자체가 건축처럼 '자본'과 '대중'에게 빌붙어 살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같은 분야이다. 700억 때려부어 영화 만들어봐야 상영 한번 되지 못하고, 봐주는 사람 없다면 그걸로 쫑이다. 두번 다시는 영화 못하는거다. 그래서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대중'을 쫓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애초에 영화는 '대중예술'의 대표주자였던 것이다. 물론 대중성이 '통속성'과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로 각자 길을 달리하게 된 것은 엔디워홀이 '자학적'으로 표현했던 '자본주의'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예술의 한계 때문이다. (건축 또한 상업건축과 예술건축으로 나누어져 버렸다)
그럼, 영화의 잘되고 못됨은 '대중의 반응'으로 가늠해야 옳을 것이다.
예술가적 기질로 영화의 아쉬운 점을 지적하거나 더 나은 논의들을 공유하며 영화계 전체가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삼거나 사상적, 이념적으로 지적해야할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그러나, D-War에 대한 한국 영화인들의 비판은 오로지 "욕"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감동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부분, 좀더 나아졌으면 하는 부분을 지적한다. 심형래의 92년, 공룡 쭈쭈부터 지금껏 찍어온 영화들을 연대별로 나열하며 말그대로 '독학'을 통해 괄목할 정도로 발전해온 그의 영화를 보며 몇 년후의 한국 SF영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지금은 조금 부족하지만 이런 노력과 도전이라면, 지금껏 충무로의 누구도 해내지 못한 도전에 벌써 이만큼이나 성장해온 그를 보며 "대견"스러워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극장에서 봐주자'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지 그것이 집단광기나 파시즘으로 격하 될 얘기는 아니다. 소위 예술을 하신다는 '당신들의 영화'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대중들의 사랑'이라고 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한동안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기류는 '불쌍하니 봐주자'는 정도였다. 당신들이 스크린쿼터니 뭐니 하는 [자본주의논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혜]를 주장하며 한국영화를 키워줘야 한다는 무지몽매한 소리를 할때도 대중들의 반응은 '불쌍하다'였다. 한국영화를 키워줘야한다고, 제발 극장가서 영화를 봐달라네, 한국인으로서 한국영화를 사랑해 달라네 헛소리 지껄이던 당신들이, 이제와서 심형래의 영화를 극장에서 봐주자는 얘기는 집단광기로 표현한단 말인가?
각설하고, 예술이니 뭐니 해봐야 다 콩까는 소리다.
예술건축, 소위 '작품'을 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세워진 초대형 건축물들을 보고 그것의 사상적, 이념적 기원에 대해 고찰하고 비판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건축이 아니다'라고 조롱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도 배울 것은 배우고, 또 미처 알지 못했던 최첨단의 '최신기술'들을 차용해 훗날 자신의 '작품'에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한 상업건축을 하는 사람들도 그 안에 어떤 이념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애쓰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예술가'들이 정립 해놓은 많은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듣고, 건축 안에 담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서로 소통하고 배우며, 서로를 이끌어준다.
애초에 집팔고 카드빚 내는 것이 한국영화의 전통이라서, 그것을 '작품성'의 필수 조건으로 본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일텐데 그러면서도 헐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대중들이 선호하는)에 정정 당당히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고 '스크린 쿼터'로 한국영화에 특혜를 달라고 주장하는 당신들의 이중성은 또 뭔가?
길거리에 나가면 피카소의 그림 한점 2,000원이면 사다 방에다 걸어놓을 수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와 디지털산업이라는 '블록버스터'의 업적이다. 그렇다고 지금 활동하고 있는 화가들이 길거리에 머리깍고 앉아서 "한국 화가들의 그림을 사다 걸어놓읍시다.'라고 시위한다거나, "한집에 최소 2점 이상은 자신들의 그림을 걸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해달라"고 주장한다면? 그냥 날라차기로 대가리 맞을 일이다.
한국영화와 충무로가 살자고 한국인의 '애국심'과 '민족성' 운운하며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영화 살려주자'는 무식한 주장들이나 그만하시고, 정말 살아남기 위해서는 헐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고 경쟁할 수 있는 [실력]도 쌓아야하는 것 아닐까? 그것이 "영화 아티스트"의 손에서가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에 뒤지지 않는 한국영화를 전세계 상영관에 걸고 싶다는 당찬 꿈을 가진 개그맨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더라도 말이다.
영화판, 이런놈도 있고 저런놈도 있다. 언제까지 작품성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당신들 영화에 '작품성'과 '예술' 운운하며 자위하고 있을겐가 말이다. 진정 풍성한 문화, 풍성한 영화계를 바란다면 영화산업의 다양한 분야들이 동시에 '균형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맞다.
"내가 아니면 안돼!"라는 이 지독한 카르텔.... 또는 당신들의 알량한 자존심.
그래서 나는 차라리, 젊은 아티스트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찍어놓은 독립영화를 사랑한다. 내가 한국영화중에서 가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를 꼽으라고 할때 유일하게 꼽는 영화도 독립영화이다. 한국영화... 극장에 걸린 영화는 조또 볼게 없다. 그래서 나는 조폭과 실소와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상황극들로 가득한 [영혼없는 한국영화] 보는데는 돈을 안들인다. 당신들이 찍은 영화 말이다.
할말은 많은데 홧김에 쓰자니 정리가 안된다. 그래서 오늘은 대충 이정도로 마무리 짓기로 하면서... 마지막으로 당신들이 심감독에게 한 말 이 있으니 나도 한 마디 하면서 맺는다.
당신들 작업은 영화인줄 '착각'하는 모양인데... 조또 그것도 영화라고 찍으면서 영화인 운운하기 쪽팔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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