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또 다시 네티즌 도마에 올랐다. 유 청장이 정부예산으로 자신의 저서를 대량 구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
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 청장은 부임 후 그의 대표 저서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00여권 420만원어치, 그가 해설하고 감수한 `답사여행의 길잡이` 700여만어치 등 총 6종 2천만원에 달하는 도서를 문화재청 예산으로 구입했다.
이렇게 구입된 책은 대부분 문화재청 방문객 등에게 기념품으로 제공됐다. 유 청장은 국민의 혈세로 개인과 저서를 홍보한 것은 물론 책 판매에 따른 10% 인세 수입을 올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 유홍준 "억울하다. 내 소장품도 기증 했는데..."
이 같은 사실은 문화재청이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손봉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지킴이나 문화재청 방문자들에게 넥타이나 시계를 선물하는 것보다 책이 좋다고 판단했으며 실제 유 청장의 책을 요청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기관과 문화유산 홍보 활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기관장이 쓴 책을 구입해 나눠준 것은 기관홍보가 아니라 개인홍보를 한 셈"이라며 국가예산의 부적절한 집행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유홍준 청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 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재청에서 내 책만을 위해 별도로 예산을 집행한 것이 아니라, 문화재와 관련한 여러 가지 책과 함께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 청장은 "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제주도라든가 국립진주박물관 등지에 내 소장품을 여러 번 기증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마치 개인 욕심을 위해 정부예산으로 내 책을 구입한 듯이 보는 시각에는 찬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구설수 메이커` 유홍준, 문화재청이 개인 소유인가?
유 청장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28일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 주체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긴급진단: 참여정부의 국가문화유산정책 평가토론회-유홍준 문화재청장 재임기간의 국가문화유산정책` 토론회는 마치 `유홍준 성토대회`를 광불케 했다.
한 토론자는 "문화재청의 각종 정책이나 활동들이 진정성이 없는 청장 개인의 이벤트가 되어버렸고, 국가권력을 사적 취미생활을 위해 남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참석자는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고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고고학과 교수가 "문화재청이 건설교통부의 산하기관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당시 토론자들은 유청장이 추진해온 문화재 행정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유홍준 처벌운동`을 전개해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유 청장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의 대표 저서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보여 준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문화재청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했지만 유 청장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돌변했다.
유 청장은 부임 이후 "이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을 뒤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했고, 원형 보존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문화재 보존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과 행동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유 청장은 문화재청을 개인의 자산 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유 청장은 네티즌들로부터 `구설수 메이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세간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① "소리 안 들려 보신각종 교체해야" 잇따른 발언 구설수
유 청장은 지난 2005년 1월 "아산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 사당이라기보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같은 곳이다"라는 발언으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고, 지난해 3월에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현장에서 "관광객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흰색 안료를 칠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보신각종 소리가 좋지 않으니 새로 교체해야 한다"고 뜬금 없이 보신각종 교체 제의를 했다가 학계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특히 `보신각종 교체 헤프닝`은 소리가 길게 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 주변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 것일 뿐이라는 학계의 주장으로 우야무야 됐지만 문화재에 대한 유 청장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 복원된 낙산사 동종과 내부에 새겨진 유 청장의 이름
② 효종왕릉서 LP 가스통 갔다 놓고 고기 구워 먹어
유 청장의 잇따른 발언도 논란이 됐지만 그의 행동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와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우선 유 청장은 취임 직후인 2004년 9월 경복궁 경회루에서 국제검사협회 총회 만찬을 허용했고, 지난 2005년에는 창경궁에서 `세계신문협회`와 `세계 철강협회`의 만찬을 잇따라 허용했다.
각계에서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유 청장은 `문화재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니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했다.
유 청장은 또 지난 5월 15일 효종왕릉(사적 제15호)에서 국회의원과 지역유지 30여명과 어울려 LP 가스통까지 동원해 숯불 바베큐 잔치를 벌이다 여론의 비난 폭격을 맞았다.
파문이 일자 문화재청은 "활용 차원에서 내빈들한테 우리나라 아름다운 사적도 보여주고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조리 시설을 동원했다"며 "관행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연구를 통해 고궁, 왕릉에서의 식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유 청장은 취임 초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인 광화문 현판 글씨 교체 문제로 사단을 만들었고, 화재로 소실된 강원도 낙산사 동종 복원 시에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겨 넣었다가 주변의 눈총을 샀다.
또 지난 2005년 6월에는 평양에 가서 북한간첩 칭송영화 주제곡을 불러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보수 시민단체가 유 청장의 귀한을 저지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 네티즌, "`나의 개인자산만들기`냐? 당장 사퇴하라!"
잇따른 구설수에도 반성은커녕 갈 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유 청장의 행동에 대해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문화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유 청장을 성토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사퇴를 촉구하는 글도 쉽게 눈에 띄었다.
`???`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국가 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청장 책이나 팔아주다니 문화재청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며 "책 팔아 인지세 챙기고 자기 홍보하고 잘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세금이 아깝다"고 말했다.
닉네인 `솔벗`은 "유홍준이라면 얼마 전 왕릉에서 띵가띵가 고기 먹고 밥 해먹고 왕릉 투어한 사람 아니냐"며 "문화재 앞의 겸손함은 몸에 베어있어야 할 사람이 저XX를 저지르고도 안 잘리는 걸 보면 코드인사를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가 `choits1969`인 네티즌은 "유 청장의 저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기념탑이 자연 경관을 해치는 모습을 보고 `피가 끓는다`라고 쓰여진 글이 있는데 이번 사건을 보니 실망감으로 내 피가 더 끓는 것 같다"고 말했다.
`natjrrq`는 "공인으로 기본적인 자질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자칭 민주 운운하는 자들이 너무나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현 정부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개념이 없는 것.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었는지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닉네임 `준`은 "왕궁에서 파티하고 숯불구이 하는 것도 모지라 나랏돈으로 자기책 팔아먹고 뭘 더이상 지체 하냐"면서 "깨끗이 사퇴하라. 언제부터 우리 문화에 이런 해괴한 유산이 있었단 말이냐. 체통없는 짓 자꾸하지 말고 결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revenger77`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억울은 개뿔, 그동안 청렴하게 살았으면 아마도 그 말이 통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해왔으면서 무슨 얼어죽을 놈의 억울 타령이냐"라며 "물러나도 벌써 물러났어야 할 사람이 왜 아직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상덕씨 역시 "이유 같지 않는 이유로 국민을 이해시키려 하지 말고 빠른 입장 표명이 중요하다"면서 "국민 세금을 먹고사는 사람은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유홍준은 문화재 관리 및 시각의 문제가 많다. 원칙없는 세상! 원칙있게 만들어 가자"고 유 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태호씨는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뭐하는 짓이냐. 해법을 제시 하겠다. 청장은 물러나고 책 구입한 것은 다시 청장한테 되 팔아서 국고로 하라. 오직 그것만이 문화재청이 살 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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