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아가리

이회창, 역적이 되려는가?

이경희330 2007. 12. 5. 21:39
이회창, 역적이 되려는가?


정동영과 문국현의 단일화가 합의된 가운데 정동영의 지지율이 마의 2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렇게해서 정동영이 이회창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면 범여권은 이-정 양강구도를 만들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남에서의 정동영에 대한 지지율은 50% 정도에 불과하지만, 막상 투표결과는 90% 이상의 몰표가 나올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정동영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경우, 여론의 쏠림현상에 의하여 정동영의 실질적인 지지율은 30~35% 선까지 올라서게 된다. 그렇게되면 대선판도는 확실하게 이-정 양강구도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 때 이회창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이번 대선에서의 ‘태풍의 눈’이다.

 

베리타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이회창의 출마가 이명박의 낙마에 대비한 노파심의 발동이며 결국은 정권교체를 위하여 이명박과 단일화를 이루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권력다툼’이란 짜릿한 쾌감의 한복판에서 이회창의 초심은 잠뱅이에 방귀새듯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이회창이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대선판에 뛰어든 것은 만의 하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는 예상외의 높은 지지율에 한껏 고무되었고 이명박이 아닌 자신으로의 정권교체를 넘보기 시작했다. 魔가 낀 것이다. BBK 문제가 일단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이명박을 폄훼하기에 바쁘다. 이렇게 되면 김대중의 노욕이나 별 다를 게 뭔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회창이 어쩌면 대선이 목적이 아니라 총선에 눈을 돌렸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가 만일 내년 총선에서 충청권의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다면 그는 끝까지 갈 것이며 대통령이 누가되던 관심밖이 될 것이다.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나섰다가 실세권력자로 주저앉은 꼴인데, 그렇게 될 경우 정권교체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밝혀졌듯이 이명박 지지세력은 수동적인 반면, 박근혜 지지세력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다. 이명박이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를 월등하게 앞섰으면서도 막상 선거인단투표에서 진 것은 바로 지지세력의 그런 성향때문이었다. 잘 알다시피 박근혜 지지자의 상당수가 이회창 지지로 돌아섰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상의 오류가 존재한다.


이명박의 지지율이 40%, 이회창의 지지율이 20%라고 가정했을 때, 투표로 드러나게 될 실제적인 지지율의 차이는 2:1 이 아니라 3:2 정도로 근접해 진다는 얘기다. 즉 범보수세력의 표가 이명박에게 불리하게 분산되었다는 얘기다. 만약 이명박40%, 정동영35%, 이회창15%로 가정하고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정동영이 아슬아슬하게 이명박을 제치고 당선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동영의 지지도가 30%를 넘을 경우(호남의 몰표를 가정하면 훨씬 더 위협적이지만), 이명박과 이회창의 단일화는 필수적이다. 물론 이명박으로의 단일화다. 이회창으로 단일화되면 정동영의 당선이 더 수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회창이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끝까지 갈 경우,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BBK 문제가 해결됐고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도 밝혀졌다. 게다가 이명박-박근혜의 유세가 본격화되면서 이명박의 당선은 거의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동영의 지지율이 30% 대에 근접하면 이회창은 구국의 결단으로 이명박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만약 끝까지 갈 경우, 누가 당선되는 것과 상관없이 그는 역적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