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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총장 표절시비의 내막은!

이경희330 2007. 2. 12. 12:10

정기원 < 대구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 >
 
고려대 이필상 총장이 논문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88년 이 총장이 지도한 학생의 석사학위 논문 두 편을 고려대 교지에 이 총장 단독명의로 게재했다는 것이며,제자와 공동명의로 낸 다른 논문도 표절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보이는 이 총장에 대한 비판여론과는 달리 학계에서는 이 총장의 논문 표절 문제를 학내정치의 한 단면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우선 표절검증이 총장 선출과정에서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총장 당선이 확정된 후 당선자만을 대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의혹을 제기한 교수들이 표절 자체 진위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표절을 구실로 내세워 이 총장에게 흠집을 내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표절의혹이 발생한 시점은 지금부터 20년 전이다. 살인을 했더라도 20년이 흐르면 시효가 지나고,표절의 경우 공소시효는 3년이라고 한다. 법률적으로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사항이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너무 과도한 책임추궁일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논문은 이 총장의 아이디어로 학생들이 진행한 논문이라고 한다. 연구 부정행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방기관인 미국의 ORI(Office of Research Integrity)에서 나온 개념에 입각해 보면 이번 이 총장에게 제기된 '표절' 딱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나의 큰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공동연구가 추진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이런 상황에서 누구에게 '지식소유권'이 있는가를 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ORI는 이런 논란에 대해 '표절'이라고 하기보다 비윤리성이 훨씬 적은 '저자 표시 논란(authorship dispute)'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마녀사냥식 표절 논란이 향후 학계에 미칠 파장이다. 벌써 일부 교수들 사이에는 학생과의 공동저술을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지도학생이 잠재력을 보이면 교수가 적극 지도하고 논문 작성과정에 깊이 개입해 공동저작물을 출간하는 것이 국내외의 일반적인 관행이며,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훈련된 학자로 커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학생에 대한 성실한 논문지도가 수십년 후 표절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해치는 칼이 돼 돌아온다면 과연 누가 학생을 열심히 지도하려고 할 것인가.

결국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가고,교수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더 나아가서는 학계의 연구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과도한 표절시비로 인한 연구의욕 감소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표절은 없어져야 할 악습이지만 작금의 마녀사냥식 매도행위도 근절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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