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필상 교수가 바라보는...국가경쟁력과 삶의 질

이경희330 2007. 11. 21. 13:51
 이필상 고려대교수(전 총장)·경영학
세계경제포럼이 지난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1위를 차지했다. 작년 23위보다 12단계나 오른 것이다. 3단계로 나누는 국가경제구조 발전 단계에서도 우리나라는 1년 만에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선진경제국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국가경쟁력을 이와 같이 높게 평가받은 것은 국제신인도를 높이고 새로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는 일본과 중국의 틈새에서 점차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즉,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고 기술경쟁력에서 일본에 밀려 설 땅이 좁아졌다. 여기서 경제는 투자와 소비가 맞물려 위축되고 고용이 날로 악화되는 구조적 고통을 겪고 있다.

따라서 산업 공동화가 내부적으로 진행되고 서민경제가 곤궁에 처하여 사회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경제에 대해 국가경쟁력 순위가 11위나 된다고 평가한 것은 우리 경제가 동력을 되찾아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모든 주체가 힘을 합쳐 다시 일어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131개 대상국 중 우리나라는 기업 활동 성숙도, 기업혁신, 과학기술, 고등교육 및 훈련 등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순위를 올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 반면 정부부채 증가와 재정수지 악화로 거시경제 안정성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또 규제와 제도, 정책 일관성, 노사관계, 교육 등의 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부문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공공부문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가경쟁력의 확대 발전을 위해 정부는 기업규제 철폐, 정부기능 효율화, 정책기조 확립, 노사관계 개선, 교육 혁신 등에 나서 자유롭고 생산적인 경제환경 조성에 정책의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 여기에 기업들이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개척정신을 되찾아 미래 산업 발굴에 전념하고, 근로자들은 돈보다는 일에서 보람을 찾아 팔을 걷어붙인다면 경제의 새로운 도약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이 경제문제 해결의 모든 것은 아니다. 최근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인데 삶의 질은 38위이다. 조선, 반도체,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며 아직은 견고한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와 실업을 합친 경제고통, 아파트 임대료, 도시생계비(서울)는 세계 3위나 된다. 더욱이 사교육비 부담은 세계 2위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삶은 힘겹고 공교육은 붕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삶의 질이 열악하면 경제성장은 의미를 잃는다. 따라서 자금 흐름을 투기에서 투자로 바꾸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도모하고, 부동산과 주택 정책을 바꾸어 거주비용을 낮춰야 하며, 도시와 농촌의 통합발전을 통해 골고루 잘사는 나라로 만드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한 교육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삶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삶이 고통스러우면 경쟁에 대한 동기가 사라진다. 특히 교육이 부실할 경우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사라진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면 경제는 삶의 질 악화→ 국가경쟁력 하락→ 경제성장 위축→ 삶의 질 악화의 악순환에 빠진다. 이렇게 볼 때, 건전한 경제성장을 위해 삶의 질 개선과 교육개혁은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국가경쟁력 순위 11위 기록은 경제 도약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개혁과 삶의 질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스스로 주저앉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필상 고려대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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