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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교수가 만난 CEO 차중근 유한양행 사장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성장 비결”

이경희330 2008. 7. 8. 01:12
솔선수범하고 직원과 공감대 형성 위해 노력
대학생, 독서로 폭넓은 교양 쌓고 소신 가져라

유한양행은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라는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철학을 82년간 지켜오고 있다. 회사가 낸 이익은 대주주인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에 가장 많이 배당된다. 기업의 이익이 자동적으로 사회에 환원되는 시스템이다.

‘사회적 공헌’과 ‘정도 경영’을 표방하면서도 경영 성적표가 좋다. 유한양행의 2007년 매출액은 4822억원. 전년(4117억원) 보다 17% 늘어났다. 당기 순이익은 617억원에서 914억원으로 36%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차중근 사장은 비결을 “현장·실천·사람을 중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고객과 만나는 현장을 중시하고, 목표를 세우면 꼭 실천하도록 독려한 결과라는 것이다. 직원에 대해서는 교육과 인센티브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차중근 사장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과 기업이 대학에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이필상 : 74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200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셨다. 기업의 CEO를 맡기 전과 CEO를 맡은 후 5년과는 차이가 클 것 같다.

차중근 : 사장에 오르면서 4가지를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해서 책상에 ‘Not SALT(Sad·Angry·Lonely·Tired)’라고 적었다. 1400명이란 직원이 나를 쳐다보기 때문에 화를 내거나 피곤해 한다면 직원들에게 이런 감정이 전파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책임감을 갖고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는 세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었다. 이것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전체 유한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의사결정을 했다. 무엇보다 사장이란 자리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자리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해 거기에 맞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필상 : 유한양행은 설립자인 고 유일한 박사 이후 사원 출신의 내부인재를 양성해 CEO로 선출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장점도 있지만 분명 한계도 있을 것 같다.

차중근 : 설립자의 기업철학이나 창업정신을 면면히 이어가기 위해선 ‘유한인’으로서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내부승진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외부경영자를 영입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변화라는 것은 급진적이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진정한 변화는 사람의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식을 공유하고 생각을 같이 한 사람이 변화를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

이필상 :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유일한 박사의 철학이 떠오른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업이 사회의 것이라면 누가 책임 지고 이익을 내려 하겠느냐며 이의를 제기한다.

차중근 : 기업은 고객이나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익을 내면 납세도 하고 투자도 해야 하지만, 특히 사회에 공헌을 해야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사회 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에게 고객들이 호감을 갖는다. 그것이 그 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사랑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직원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필상 : 유일한 박사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신 분이다. 어쩌면 자본주의·합리주의·개인주의 등 미국식 생활양식에 익숙해진 분이었을 텐데 우리나라에 와서 유한양행을 창업하고 ‘기업의 주인은 사회’라는 말을 남겼다. 유일한 박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차중근 : 유일한 박사께선 9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20년 넘게 미국 생활을 하면서 조국을 향한 향수와 사랑을 키우신 것 같다. 그러다 1926년 막상 고국

으로 돌아와 국민들 삶이 처참한 것을 보고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지만, 병든 사람을 낫게 하는 일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회사의 지배구조를 이익이 사회에 환원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유한양행의 대주주는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이다. 유한양행이 이익을 내면 배당을 통해 장학사업과 교육사업에 지원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한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은 그분의 철학이나 정신을 성장·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이필상 :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좋은 경영성적을 거두는 비결은 뭔가.

차중근 : 현장과 실천, 사람을 중시했기 때문인 것 같다. 고객과 만나는 접점인 현장을 중시하고 목표를 세우면 이를 달성하자고 독려했다. 또 기업을 움직이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인센티브로 열정을 불어 넣었다. 사장 취임직후 세 가지를 강조하면서 직원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었더니 취임 이듬해인 2004년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필상 : 직원들로 하여금 열정을 갖고 뛰게 만든 특별한 리더십이 있는가.

차중근 : 항상 솔직하고 솔선수범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는 법이다. 직원들과 메일을 주고받고, 칭찬을 많이 하려고 애썼다. 특히 칭찬은 여러 사람 앞에서 하고 꾸중은 따로 불러서 했다.

이필상 : 대학생들에게도 유한양행에 대한 기업 이미지가 좋다. 유한양행이 바라는 인재상은 뭔가.

차중근 : 신입사원 면접 볼 때 물어보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당신은 학교생활에서 남을 위한 봉사를 해 본 경험이 있느냐’와 ‘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느냐’다. 봉사경험을 물어보는 것은 남을 위하는 배려심이 있느냐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학교생활하면서 봉사활동을 겸했다면 분명 성실함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직업을 가지려는가는 가치관이 어떤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것이라면 꼭 유한양향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왜 직업을 가지려는 지 가치관이 중요하다.

이필상 : 대학교육에 불만을 표하는 기업들이 있다. 등록금은 비싼데 데려다가 쓰려면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차중근 : 대학과 기업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대학은 인성과 교양을 가르치지만 기업은 성과를 내는 게 목적이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다만 대학에서 시켜주는 교육에만 그치지 말고 자기개발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 달란 말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건 본인 스스로가 해야 한다. 책을 통해 폭넓은 교양을 쌓은 사람은 기업에 들어와서도 성장이 빠르다.

이필상 : 과거에는 국가 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이공계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자리 보장이 안 되고,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고시 준비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차중근 : 자기 주관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공계든 법조계든 소신을 갖고 가라는 말이다. 요즘 기업에선 엔지니어 출신의 CEO가 많이 나온다. 나도 제약회사 사장을 맡으면서 이공계 출신이 아닌 점이 아쉬웠다. 연구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나름대로 제약분야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앞으로는 엔지니어 출신의 CEO가 더 많아질 것이다. 산업의 기반은 과학기술이고, 산업발전의 동력은 연구개발에 있기 때문이다.

이필상 : 유한양행은 우리나라 기업의 효시격에 해당하지만 대기업에 비하면 크게 성장했다고 볼 순 없다. 그것이 ‘주인 없는 기업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 발전해야 할 텐데 유한양행의 비전을 설명해 달라.

차중근 : 올해 창립 82주년을 맞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등 보건기업’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창립 88주년이 되는 2014년에 매출 1조 7천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지금의 3배에 해당한다. 그러려면 제약분야에서 1등이 돼야 한다. 그동안 연구·생산 기반은 완벽하게 갖추어 놓았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기업의 포트폴리오도 성인병과 난치병 치료로 무게중심을 두었다. 아울러 해외시장 개척을 확대하고 있다. 처음 사장에 취임했을 때 수출규모가 150억 정도였지만 지금은 800억원 정도로 늘었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10조원인데 그중 절반은 다국적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5조원 시장 갖고 국내 400여개 회사가 경쟁하는 셈이다. 앞으로도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시켜 나가겠다. 그래서 신약개발 능력을 갖추고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는 제약회사로 거듭나겠다.


사진 : 한명섭 기자

차중근 사장은···

1946년 강원도 횡성 출생이다. 숭문고와 동국대 상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공채로 유한양행에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대표적인 ‘유한맨’이다. 유한양행 입사 후 기획실 부장·기획관리실장·총무담당 상무이사·기획관리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쳤다. 일선 영업사원과 생산현장 관리, 기획·재무 분야를 두루 섭렵한 끝에 2003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취임 후 회사를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연임, 두번째 임기를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제약협회 부이사장, 서울대 약학대학 교육연구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다. 2003년 성실납세자 포상과 한국물류대상, 2007년 은탄산업훈장과 보건산업대상 윤리경영부문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필상 교수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82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기획처장·경영대학원장·경영대학장 등을 지냈다. 특히 1999~2001년 경영대학장 재직시절 2년간 500억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했고, 2006년엔 고려대 16대 총장에 올랐다. 96년부터 경실련 정책위원장·경제정의연구소장 등을 맡으며 대외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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