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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MB 비판하면 노빠나 좌빨…독재 공포 일고 있다”

이경희330 2009. 1. 3. 23:00

 
▲ 소설가 이외수씨. ⓒ 이외수 홈페이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적 발언을 강하게 하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63)씨는 “가장 불쾌한 것은 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 무조건 좌빨이나 노빠로 몬다는 것”이라며 “독재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일고 있다”고 현 정국을 진단했다.

이 씨는 위클리경향 최신호(807호) 신년기획 인터뷰에서 “(좌빨·노빨 딱지붙이기가) 저한테만 국한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색깔을 입히며 분류한다”며 “저는 오랜 기간 군사정권을 겪었고, 최루탄 마시면서 젊음을 보냈는데, 요즘 그런 과거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독재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일고 있다”고 현재 사회의 흐름을 지적했다.

그는 “혐오감이 치밀어 오른다”며 “교육에서도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하면서 어떻게 각양각색의 사고와 개성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뉴라이트, 안중근 의사라고 가르친 박정희도 좌빨 아닌가”

이 씨는 뉴라이트나 우파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악플(악성댓글)을 달며 비난을 쏟아내는 것과 관련 “그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거나 완장을 차면 자기와 사고가 다른 사람에게는 무조건 색깔을 덧씌워서 누명을 씌우고도 남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교과서포럼이 만든 수정교과서에 대해 이 씨는 정권이 바뀐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역사를 조작하고 재해석하려는 시도 자체가 우습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때도 ‘항일투쟁을 한 안중근 의사’라고 가르쳤다”며 “그렇다면 뉴라이트가 신봉하는 박정희도 좌빨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아니냐”고 논리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외수씨는 후보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 이유와 관련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저와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사람이다, 이 양반은 도덕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고 분석한 뒤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글을 쓸 때 물질보다 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외쳐왔고, 머리 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 저는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라고 주장했고 30년간 한글로 글을 써서 먹고 살아온 사람인데, 이 양반은 한글 대신 영어로 교육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국사마저 영어로 가르치겠다고 하니…”라며 “결국 이 양반은 역사관도 없고 교육관도 제대로 안 서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제 입장에선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죠”라고 후보 시절 줄기차게 비판했던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는 정치적 발언을 삼가려 했으나 자기가 아니면 입을 여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총대를 메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 대통령 당선 후 지금은 원고 속으로 들어가지만 불의를 보면 또다시 신랄하게 칼을 빼들겠다고 독자들에게 말했다’며 “독자와 한 약속 그리고 제 자신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잘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도덕성 결여 귀담아듣지 않는 태도 가장 근본 문제”

이 씨는 또 “왜 자기가 무능해서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것을, 마치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빈 창고를 물려받은 탓이라고 변명하냐”며 “정직하게 ‘지금 내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힘이 부족하니 국민이 좀 도와 달라’ 이렇게 말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자기의 허물을 과거 정권에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이 대통령의 ‘전 정권 탓’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근본적 문제로 ‘도덕성 결여’와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태도’를 꼽았다.

그는 “도덕성은 결국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며 “국민을 배려하지 않는 정치인은 곧 범죄자의 마음과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씨는 자신은 어려서 할머니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가르침을 받았다며 “덕분에 작가로서 저는 수없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보고, 사물과 합일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그러나 두 가지 경우에 납득이 안 된다, 하나는 정신질환자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들이다”며 “정신질환은 병이니까 약으로 치유라도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나 “정치인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멀쩡하고 게다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회지도층이면서 자기 이해득실만 따지는 사람들이다”며 “정당이나 친인척, 기업, 강남만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짜증이 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도덕이 경제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빨리 인지하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명박 정부, 역사 전체를 놓고 볼때 순기능 할 수도”

이 씨는 “가령 유모차를 끌고 시위 현장에 나온 아줌마들에게 아동학대죄를 적용시키는 것은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가장 큰 거짓말로 만드는 꼴이다”며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21조에 보면, 대한민국은 언론·출판·집회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했는데, 유모차 끌고 나오는 게 불법이냐”며 “또 여럿이 함께 나오면 불법이고, 혼자 단독으로 시위하면 합법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 씨는 “또 최근 일제고사 문제로 담임교사가 쫓겨난 것에 항의해 초등학생들이 피켓시위를 벌이는 학교에 살벌하게 전경이 진을 치고 있다니, 정말 이 정부의 도덕성은 어디에 있는 건가”라고 한탄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 도입, 인터넷실명제 확대, 인터넷 감청 추진 등과 관련 이 씨는 “누리꾼들이 취업 문제나 실직 등으로 가뜩이나 심란한데 자기들끼리 인터넷을 통해 스트레스라도 풀게 해야 하지 않느냐”며 “지금의 법만으로도 충분히 제제를 가할 수 있는데,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어떤 돌파구도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규제를 가하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이명박 정부의 1년은 실패작이다, 올해도 여러모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 분의 임기 5년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 전체나 먼 미래를 놓고 볼 때, 이명박 정부의 탄생과 존립이 꼭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며 “정치를 잘못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의식과 민주주의 의식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