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년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싸늘했다. 취임 직후 70%선을 웃돌던 지지율은 1년 만에 30%대로 반토막이 났다. 무엇보다 ‘경제 대통령’을 내걸었던 구호가 무색하게 국민은 이 대통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분야로 ‘경제’를 첫손에 꼽았다. 전문가들은 민심 이반이 극심해진 이유로 가장 먼저 국민 신뢰를 잃은 정부와 이 대통령의 ‘소통부재’ 리더십을 지적했다.
◇ 불도저 CEO형 리더십, ‘소통 부재’ 불러와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대표되는 ‘인사 파문’과 대규모 촛불시위를 초래한 한ㆍ미쇠고기 협상은 민심을 외면한 대표적 사례다.
특히 취임 초부터 최근까지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등 요직을 ‘TK(대구·경북) 고려대’로 대표되는 연고주의로 강행, 국민 지지를 잃었다. 당내 화합을 위해 제기된 친박근혜 진영을 포함하는 탕평인사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정책을 둘러싸고 인수위 때부터 시작된 당청간 엇박자는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으며 대야 관계는 그야말로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정치권의 냉혹한 평가도 나온다.
또 종합부동산세 폐지, 수도권 규제완화, 공기업 개혁 등 ‘경제를 살리겠다’며 내놓은 정부정책은 여권의 추진력 부족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일방통행식 무리한 국정운영 추진은 국민 저항에 부딪쳐 ‘4대강 살리기’로 괘도를 수정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비상정부체제를 가동하는 등 정권의 명운을 건 대처에 나섰지만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시행착오는 이 대통령의 ‘소통불통’ 리더십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23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 통합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취임 당시 여론조사보다 2배 이상 급증해 이 대통령에게 ‘통합적 리더십’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은 “이 대통령의 ‘불도저식 CEO형’ 리더십은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국민통합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 주 진 기자 jj@
◇ 747 경제성장, 1년만에 물건너가
MB노믹스의 키워드이자 지향점은 ‘747(연평균 7% 성장·소득 4만달러·선진 7개국 진입)’ 공약. 이처럼 취임 초 장밋빛 공약을 내왔으나 글로벌 실물ㆍ금융위기 앞에 초기대응이 늦었다는 게 중론이다.
늦은 초기대응으로 인해 무역수지는 132억6700만달러 적자, 경상수지는 64억1000만달러 적자를 보이면서 환란이후 1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연간 14만5000명에 그쳤다. 특히 청년과 정규직 취업자의 하락폭을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5.6%, 전년 동기대비 3.4% 각각 감소하면서 연간 2.5%성장에 그쳤다. 전년(5.0%)의 반토막이다.
또한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잦은 대책이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는 요인으로 역작용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중에 푼 원화와 외화의 총 공급액은 무려 142 6000억원이었지만 환율과 주가는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최근 과감한 재정 지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 등 경기부양책을 적극 내놓아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라는 평가다. / 김문관 기자 mooonkwan@
◇ 남북관계 급랭...무력충돌 가능성 대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외교통일분야는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외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고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 외교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4회, 일본 6회, 중국 4회, 러시아 2회 등 4강 정상들과 총 16회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관계의 신세대 개척’,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는 각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정상외교의 성과다.
반면 남북관계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북한은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남북이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남북 정치군사 합의 전면무효화와 대남 대결태세를 선언하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올 한해 남북관계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신대원 기자 shindw@
◇ 교육.노동.복지 등 자율과 경쟁 시장논리 앞서
교육, 노동, 복지 등 사회분야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정부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최대 과제로 ‘일자리 대책’을 내세우고 300만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14만개에 불과했다. 특히 경기부양을 이유로 ‘기업 퍼주기’가 아니냐는 논란 속에 노동정책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현 정부의 실업대책은 고용의 양에 초점을 맞춰 토목공사 위주의 경기부양사업 추진과 비정규직·인턴 양산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기존 양극화 경향의 극단화를 통해 ‘L자형’ 사회로의 고착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에 ‘자율’과 ‘경쟁’의 원리를 도입,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학교 자율화’를 위해 학생선발권을 각 대학에 돌려줬으며, 초·중·고교 학사운영의 자율화를 위해 각종 규제 300여건을 없앴다. 교원평가제도 본격화 된다.
복지 역시 복지 수요층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스스로 자립하게 하는 ‘능동적 복지’를 정책기조로 내세우면서, 복지가 경제논리에 밀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복지부문에서 시장과 경쟁의 적극 도입을 추진할 것이 명백하다”며 “그간 복지부문에서 요구돼 왔던 공공성의 원칙은 상당정도 훼손되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지난 1년간 ‘법질서 확립’을 8대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 불법적인 집회와 인터넷 허위사실 게재에 대해선 엄정 대처했다. ‘신공안정국’이라는 비판 여론 속에 용산철거민 참사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류승연 기자 scaletqueen@
<주진 기자 jj@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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