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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탄핵 광풍으로 번지는 광우병 논란

이경희330 2008. 5. 15. 23:41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시간) 현재 인터넷상의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 사이트에는 120만명의 네티즌들이 서명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백만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도는 주로 야당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시작됐다면 이번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은 일반 시민들로부터 불어오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의해 촉발됐다면 이번 탄핵 여론은 쇠고기와 같이 서민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처럼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서 시작된 탄핵 서명운동이 100만을 넘어서자 정치권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설 정도다. 
                                                                                                     <특별취재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따른 광우병 위험 논란은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인터넷에 온갖 괴담까지 떠돌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자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고 호주산 쇠고기를 수입해 먹는다' '미국에서는 20개월 미만 소의 쇠고기만 먹는다' '화장품, 기저귀 등을 써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미국 치매 환자의 13%는 광우병 환자다' 등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수두룩하다. 미주 한인들이 보면 기가 막힐 정도의 괴담이 사실인 것처럼 인터넷을 떠도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의 의견인것 처럼 포장되는 경우도 있는 데다 특히 사안들이 국민건강과 생활에 밀접한 것들이 많아 일반 국민들이 현혹 당하기도 하고 불신을 증폭시키는 등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의료보험 민영화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결국 대운하에 빠져 죽는 것아니냐는 황당한 논리가 나오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도 전에 모든 화살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향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초기 때 60%를 육박하던 것이 이제는 30%를 간신히 넘기는 정도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광우병 괴담' 근원지는

현재 본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개방문제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를 통한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정부가 독도를 포기했다거나 중고등학교가 오는 17일 집단 휴교한다며 대통령 탄핵 서명 참가를 독려하는 내용의 문자괴담이 확산되고 있는 것.
경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이후 이 같은 휴대전화 메시지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며 현재 진원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발송 전화번호가 `1004`나 `2008`로 표시돼 있어 발신인의 확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같은 본국 분위기를 북한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정권에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보다 지나치게 부유층 및 기득권층 위주로 정책이 추진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광우병 문제의 경우도 “과연 부유층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느냐. 결국 서민들만 먹고 광우병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계층적 박탈감이 불만을 더욱 확산시킨 요인이 됐다. 여기에 “마음에 안들면 적게 사먹으면 된다. 일본 화우는 한 마리에 1억원인데 잘 팔린다”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도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중·고교생 등 10대들이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대거 참여한 것은 단지 광우병 문제 뿐만이 아니라 ‘영어몰입교육’, ‘0교시 수업 자율화’ 정책 등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표출됐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부들의 경우 가족 건강과 직결돼 있는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과 ‘유전자변형(GMO) 옥수수 수입’ 정책에 일종의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3일 주말집회에 참가한 고수민(31·주부)씨는 “서민들에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음식이 제공되고 의료혜택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것 같다”며 “아이들 미래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국민 반감이 형성된 첫 계기는 ‘강부자 내각’이다. 단지 집권층이 돈이 많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이들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청와대가 초기에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도까지 곤두박질친 측면이 강하다. ‘젊은미소’라는 한 네티즌은 “민심이반은 강부자 내각으로 대변되는 도덕불감증에서 시작됐다”며 “정권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국민에게 특히 민감한 일본 관련 현안들을 둘러싼 대처 역시 국민정서를 자극한 도화선이었다. 이 대통령은 “낡은 과제인 독도, 일본 교과서 문제를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드러내지 말자”고 발언한 바 있다.
불도저식 정책 수행도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이 대통령의 대표적 밀어붙이기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일에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대운하를 민자로 진행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끊임없이 대운하 반대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 갈 길을 꿋꿋이 가겠다”는 모습이다.

MB는 지금 사면초가(?)

이명박 대통령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취임 2개월 만에 국정수행 지지도가 30%대로 추락하면서 사실상 국정 주도권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회생과 국민통합을 내걸고 화려하게 출발한 이 대통령의 초반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공직사회의 전면 쇄신을 이른바 '머슴론'과 현장 위주의 서비스 행정을 강조, 적지 않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철폐 의지를 매번 강조해 최고경영자(CEO) 출신 경제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새 정부 초반의 민심이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지지율 35%는 530만표 차의 대선압승과 과반의석을 획득한 총선 성적표가 무색해질 정도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초반 고공 지지율 행진과 비교해볼 때 초라하다 못해 참담한 수준.
취임 2개월 만에 국민적 지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광우병 괴담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적 우려가 확산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에 따른 여파가 가장 크다.
인터넷 상에서 대통령 탄핵서명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고 서울 도심에서는 연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확산되는 비난 여론에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이 지나치게 왜곡ㆍ과장됐다"며 뒤늦게 대국민 홍보와 설득에 나섰지만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광우병 정국이 안정된다 해도 이 대통령 주변의 난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
국제 유가와 곡물가격의 급등은 물론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명박정부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상황의 호전인데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취임 초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오락가락하던 정책기조는 물론 추경 편성을 둘러싼 당정간 엇박자 등 정책 잡음이 여전하다.
정치적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200석 안팎을 전망했던 4ㆍ9 총선에서 턱걸이 과반에 그친 것은 영어몰입교육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의 정책혼선과 부자정부 논란을 가속화시킨 장관 인사파동 등 정권 내부의 자충수 때문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전폭적인 협력 없이는 안정적 국정운영이 사실상 어렵다. 이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인 대운하 추진이 삐걱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 문제는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잦은 인사파동으로 정부 차원의 도덕성과 신뢰감이 추락하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논란을 부른 장관 인사파동에 이어 지난달 24일 고위공직자재산공개의 후푹풍으로 '강부자 청와대' 논란이 불거졌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물러났고 일부 수석들에 대한 재산형성 의혹과 사퇴압박도 여전하다.
이 대통령 주변상황은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이 때문에 위기 때마다 정면돌파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 어떠한 해법을 승부수로 내놓을 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sundayjournal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