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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홍보만화 학교 배포 ‘혈세로 뭔짓!’

이경희330 2008. 5. 17. 22:04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세금을 들여 미국산 쇠고기 홍보 만화를 초·중·고 학교에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원단체와 네티즌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세금을 들여 미국산 쇠고기 홍보 만화를 초·중·고 학교에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원단체와 네티즌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과 언론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A4 용지 1쪽 분량의 만화 `엄마의 마음`을 제작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일제히 배포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하는 내용의 `광우병 괴담 10문 10답`과 `광우병 관련 질의응답` 자료도 함께 전달 됐으며, 이들은 모두 농수산부의 요청에 따라 일선 학교에 배포됐다. 학교에선 홍보만화 등의 자료를 가정통신문으로 각 가정에 배포하거나 교실에 비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엄마의 마음`은 정부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만든 듯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찬양 일색이다. 문제의 만화에는 광우병을 걱정하는 설정의 캐릭터인 엄마와 미국산 쇠고기를 옹호하는 아들, 딸, 남편이 등장한다.


만화에서 남편과 자식들은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 하며 "모두 근거 없는 헛소문일 뿐"이라고 엄마를 훈계한다. 남편과 아들이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는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한 안전한 쇠고기만 들어온다"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이후 광우병이 없어지고 있다"
"특정한 유전자 하나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수는 없다"
"한국에서 추가로 검역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95%를 미국인들이 먹고 있어 안전하다"
"특정 유전자 하나가 광우병에 걸리게 할 수는 없다"
"화장품 기저귀를 통해 광우병이 옮는다는 것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다"
"치매와 광우병은 다르다"



◆ 네티즌 “이따위 삐라로 학생들 호도하라고 혈세 낸줄 아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원단체와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전교조는 대변인을 통해 "교과부 장관과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계기수업을 하라고 하면서 자료를 제공한다면 이는 사실상 계기수업을 강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전교조는 "과학적 논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사안이고 국민적 불안감이 남아있는데 정부가 함부로 안전하다고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전교조도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자료를 만들어서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의 분노도 높았다. 아이디 `aksobhya`는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삐라냐"며 "설마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만든 거라고 상상도 못 할 장도다. 저 만화를 영어로 번역해 유튜브에 올리면 세계인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아이디 `einsteinsung`는 "한국 국민을 바보로 만들기 위한 일제시대의 우민화 정책과 똑같다"며 "지금은 분명 일제시대가 아닐 진데 어찌 이런 만행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네티즌 `senty77`는 "와 진짜 70년대 반공 만화 같다. 저런 전단지 만화 오랜만에 본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 때 김일성 도깨비 뿔 그려서 학교에 뿌리곤 했었는데 저런 세뇌 교육용 만화를 21세기에 다시 볼 줄이야"라고 한탄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einsteinsung`는 "경제를 살리라고 뽑아 놨더니 미국 경제를 살리면 어떡하냐"며 "미국에서 그냥 버리고 소비 안 하는 창자 같은 거 팔아줘서 지금 미국 낙농업계는 살아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이라고 말 끝을 흐렸다.


▲ 쇠고기 홍보만화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이 거세다 (네이버 기사 댓글 캡쳐)


비난이 거세지자 교과부 박백범 대변인은 "이 자료를 활용해 홍보교육을 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며 "시도교육감들에게 이런 자료가 있다는 것을 안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 자료를 활용해 홍보교육을 할지 여부는 일선 학교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부채질 / 길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