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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숙소인 조어대에서 조찬 간담회에 앞서 천신일 세중관광 회장 등 수행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이명박 대통령의 평생지기’로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세중) 회장의 ‘영토확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여행업 및 소프트웨어 사업에 주력하던 천 회장이 지난 5월 석영자원 개발업체인 이너블루를 인수하며 태양광에너지사업에 진출, 최근 당국에 자원개발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너블루는 지난 6월 중국 규석 광산에 대한 채굴계약을 체결한 후 약 4개월에 걸친 현지 탐사 끝에 10월 초 사업신고서를 냈다. 지식경제부는 이 신고서에 별다른 하자가 없어 받아들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해외 자원 개발은 국가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다분히 시샘어린 눈길로 바라보기도 한다. 천 회장의 ‘동선’이 이명박 대통령과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천신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61학번 동기다. 또한 6·3동지회 회원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천 회장과 이 대통령은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이 낸 특별당비 30억 원을 빌려준 것도 천 회장이었다. 천 회장은 고려대학교 교우회장, 레슬링협회장 등을 맡으면서 물심양면으로 이 대통령을 도왔고 지난 대선 때도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정권 출범 후 천 회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버금가는 ‘파워맨’으로 떠올랐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거론됐는가 하면 5월 치러진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외압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천 회장은 또 이 대통령이 6억 원을 출연한 재단법인 지에스아이의 이사로 등재돼 있고 최근엔 이 대통령의 ‘재산헌납위원회’ 수장 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세중의 자원개발사업 진출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세중은 지난 5월 16일 석영자원 개발업체인 이너블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7만 200주(지분율 40.1%)를 매입하며 계열사로 편입했다. 여기에 들인 돈은 12억 원가량. 그로부터 며칠 후 이너블루는 중국 칭하이(靑海)성 인민정부로부터 하이동(海東)지구 규석 광산을 50년간 채굴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고 6월에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규석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원재료다. 따라서 세중은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이너블루는 50년 동안 평균 순도 98% 이상의 규석을 연간 6000t 채굴할 수 있다고 한다. 미화로 계산하면 대략 1년에 4억 8000만 달러(10월 30일 기준 환율로 환산할 경우 약 576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구체적인 규모 및 사업계획은 이너블루가 자원개발업체 넥스지오에 의뢰한 탐사가 마무리된 후 드러날 전망이다. 넥스지오 관계자는 “탐사는 끝났다. 지금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지식경제부는 이너블루가 제출한 자원개발신고서를 수리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계약상의 큰 하자가 발견되지 않아 신고서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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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종보고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 관계자는 “(탐사 결과와) 계약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계약 당시 ‘규석의 양과 순도가 다를 경우 인민정부가 이너블루에게 또 다른 규석 광산을 보장해준다’고 약속해 세중의 사업은 큰 차질이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에서의 광산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세중은 불과 12억 원을 들여 편입시킨 계열사 덕에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너블루는 규석을 폴리실리콘으로 제련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광진공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 기술을 가진 곳은 드물다. 그동안 많은 자원 개발업체들이 규석을 채굴해놓고도 실패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세중의 행보를 재계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우선 2008년 4월에 설립한 이너블루가 불과 한 달 만에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는 광산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에 의문이 제기된다. “세중의 사업은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던 광진공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관계자의 입을 통해 “중국에서 광산채굴권을 따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세중의 발표를 미덥지 않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중 측은 “이너블루 최종오 대표가 설립 전부터 규석 광산 발굴에 힘썼던 것으로 안다. 설립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부에선 여행전문업체인 세중이 신생 자원개발업체를 갑작스레 인수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세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천 회장은 일찍부터 에너지사업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해왔다. 이너블루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너블루의 설립을 사실상 천 회장이 주도했다’는 주장도 있다. 세중이 직접 계약을 따낼 경우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이너블루를 앞세웠다는 것. 이에 대해 세중 측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특혜’까지는 아니더라도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밀착 행보를 하며 ‘영토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세중이 이너블루 지분을 매입한 이후 중국과의 계약이 이루어질 때쯤인 5월 27~30일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중국을 방문했다. 천 회장은 방중 직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방중 기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광산 개발 등에 관해 협력 및 지원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주중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베이징의 유명 법조계 인사들의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천 회장의 태양광 관련 사업이 착착 진행되던 8월 말,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30년까지 총 111조 원(정부 예산 35조 원)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천 회장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교육정책 논란이 거셌던 연초 세중은 ‘세중에듀테인먼트’를 설립해 교육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