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부터 금융과 실물분야에서 고강도 처방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자 이명박 대통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곤두박질치는 주식시장과 치솟는 원화환율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주말 아셈회의에서 귀국한 뒤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을 어떻게 하면 호전시킬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놔도 꿈쩍도 않는 경제상황이고 보면 이 대통령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한국지사 = 서동현 기자>
약발 안 먹히는 경제대책
24일 국내 주식시장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000선이 무너지며 공황상태를 보이자 중국에서 귀국한 이 대통령은 쉴틈도 없이 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해 근본적 처방전 마련을 지시하는 한편으로 27일에는 직접 국회로 달려가 시장불안 달래기에 나서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회에서 내놓은 대책의 골자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 충분하며 확실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내년 13조원을 감세하는 등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기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반응했다. 28일 주식시장은 999.16으로 장을 마치며 1000선 회복을 눈 앞에 뒀지만 정부 대책의 약발 때문이라기 보다는 기관의 매도가 상승 원인으로 작용해 언제 다시 하락장으로 반전할 지 모른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5.3원이 상승한 1467.8원로 마감됐는데 이는 1467원까지 상승한 것은 1998년 4월 6일 이후 처음있는 일로 시장의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다. 물론 정부가 손발을 묶어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주 일요일과 화요일 금융과 실물경제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주식시장 2조원 긴급지원 등 지금까지 총 195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하거나 투입을 약속했지만 '약발'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각종 가용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물가를 안정적으로 잡아야할 책무를 지고 있는 한국은행 마저 금리 0.75%나 인하하면서 대책에 동참하는데도 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경제대책 '선택과 집중' 아쉽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시장에서는 과도한 '불안심리'에서 원인을 찾고 있지만 이보다는 정부가 제 때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이 원인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팀이 시장으로부터 불신을 받을 때 '전쟁중 장수를 바꿀수 없다'는 논리로 버티었고 정부가 찔끔찔금 내놓은 대책들은 선택과 집중과는 거리가 멀어 깊은 불안감에 휩싸인 시장에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으로부터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작금의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들을 앞장서 고민하고 대응을 주도해 나가야 할 금융위원장은 내부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한 한계는 고사하고라도 어디에서 뭘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듣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정책 등 거시경제의 쌍두마차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수장은 이 정부 초반부터 각종 경제정책에서 엇박자로 잡음을 내왔고 금리인하 결정만 해도 시기면에서 타이밍을 잃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 것 처럼 팀웍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 경제팀에 있다.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고 경제팀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면 청와대 경제팀 또한 문제를 모르고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경제팀을 통해 발표되는 금융위기에 대한 경제대책들을 보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방안 보고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됐는 지 의심스럽다.
청와대 참모들은 뭐하나
경제팀 내의 역학관계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신임이 워낙 두터워 청와대 경제팀이 어쩔수 없었다 쳐도 적어도 정부가 지난 주말부터 은행권 '외화차입 지급보증'이나 '부동산 투기지역 해제' '코스피 1000선 붕괴에서 나온 2조원 긴급 투입' 등 최근에 나온 대책들은 그야말로 '찔끔찔끔' 대책의 전형이고 이는 경제팀이 상황을 오판한 것이 원인이다. 아니라면 전면적이고도 압도적인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강만수 장관과의 선후배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통령에게 경제문제와 관련된 직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의 모든 분야에 걸쳐 챙겨야 할 업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내릴 지라도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긴다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대통령 주변에는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참모들이 포진해 대통령에게 적재적시에 적절한 대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석 비서관 가운데 어느 누구 하나 현 경제팀의 문제점을 직언하고 쇄신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킬 만한 배포와 역량을 가진 사람이 없을 뿐아니라 경제과 금융계가 가진 문제의식이나 요구사항 조차 제대로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정부, 다음달 나올 경제대책에 '올인'
이명박 대통령은 업무추진 방식이 불도저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의사결정과정에서는 햄릿이 무색할 정도로 좌고우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저런 모든 가능성과 변수를 꼼꼼히 따져본 뒤에 판단이 설 때 밀어부친다는 것이 대통령을 오랜 세월 보좌해 온 측근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정부가 나서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고도 시장의 불안감 하나 잡지 못했다면 리더십 문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경제팀은 다음달 초 현재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종합적이고도 전면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록 늦었지만 또 다시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국민들의 행복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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