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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금융위원회 내년 초 가계부채 위기 급부상할 수도 "내수확충 서둘러야"금리 추가 인하 재정지출 확대를

이경희330 2008. 11. 2. 23:05
내년 초 가계부채 위기 급부상할 수도

민간금융위 "내수확충 서둘러야"
금리 추가 인하 재정지출 확대를

한ㆍ미 통화스왑 협정 체결과 `은행 외화표시 채무에 대한 국가보증 동의안` 국회 통과로 외화유동성 문제는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위기 촉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도 최근 정례회의를 갖고 우리 경제가 직면할 최대 암초로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채무부담 능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추가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가계부채에 대한 지금까지의 분석은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는 있지만 가계부채발 경제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극히 낮고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87%)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 이하라는 점 등이 근거다.

민간금융위는 그러나 그동안의 분석이 미시자료 분석이 아닌 총량 개념에 입각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소득계층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부채로 인한 부담은 저소득층이 훨씬 무겁다는 게 민간금융위원회의 지적이다.

실제로 민간금융위원회가 가계를 소득 수준에 따라 5계층으로 분류한 뒤 부채가 있는 가구들의 소득 수준과 금융부채를 분석한 결과 최저소득층(1분위) 가계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최고소득층(5분위)의 2배가 넘었다.

5분위의 평균 가구연소득과 금융부채는 각각 7226만원과 6016만원으로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0.8에 불과한 반면 1분위의 평균 가구연소득과 금융부채는 1100만원과 1972만원으로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8에 달했다.

5분위 가계의 경우 부채 규모가 연소득의 3배 이상인 가구 비율은 2.7%에 불과했지만 1분위 가계는 10.7%에 달했다. 특히 부채가 연소득의 5배 이상인 가구가 5.9%나 됐다. 채무상환 능력의 불균형은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융부채가 금융자산의 5배 이상인 가구 비율이 5분위는 7.7%인 반면 1분위는 15.8%, 2분위는 16.8%였다.

이필상 위원장은 "가계를 소득 분위별로 나눠 살펴보면 저소득층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고소득층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나 사채를 이용해 부채를 끌어왔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액이 적더라도 이자 부담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금융위원회는 내수 부진과 자산가격 하락으로 가계 부실이 초래되는 상황인 만큼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실물경기 침체에 의해 가계 수입이 줄고, 이에 따라 가계 소비가 줄어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실물경기는 더 침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비상 시국인 만큼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감세 등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민간금융위 참여위원

동원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김용헌 미국 신시내티대 교수, 김정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박경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정희 매일경제 금융부장, 안동현ㆍ오성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윤기향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이종욱ㆍ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가나다 순)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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