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圍棋十決)로 풀어보는 정치인

부득탐승 (不得貪勝)

한나라당의 치열했던 경선이 이명박 대통령후보로 박근혜는 예외없이 깨끗한 승복으로 막을 내렸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대선에 갈 때까지 지금과 같은 지지율을 유지함과 동시에 표심으로 연결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내 경선을 치를 때는 이명박의 군단(기독교모임, 여성모임 등)의 연대와 조중동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경제논리에 속아준 맹줌이가 된 사람들이 대다수 쏠려 있어서 경쟁력 아닌 허방다리로 이겼기 때문에 그의 추락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공피고아 (攻彼顧我)

경선에 패한 박근혜의 깨끗한 승복 뒤에 숨어 있는 복심[腹心]이 내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깨끗하게 승복했다면 지금쯤 이명박 캠프에 합류하여 차기[次期]를 노려서라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도록 열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하기사 경선이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불요불급할 수도 있겠으나, 박근혜 측 사람들과 이명박 측 사람들 사이가 마치 물과 기름, 견묘간이 된 데는 피차 대선용으로 이명박은 이명박대로 박근혜 측의 향수작전이 미덥지 않았고, 박근혜는 박근혜대로 이명박의 거품이 구덥지 않았기 때문에 경선 후유증이랄지 앙금이랄지가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정서로 볼 땐 믿지 못하는 품성과 욕심 가득 찬, 간특한 심보 때문이라고 보지만 말이다.

정심[正心]은 그렇다치고 역심[逆心]은 과연 무엇일까?

피강자보 (彼强自保)

박근혜 주변을 둘러보자. 전두환, 김영삼, 김종필, 이회창등 이루 헤아려 짐작할 수 없는 모반세력과 향수병자와 세뇌당한 덜떨어진 자들로 진을 치고 있는 형국이고, 경선에서 박근혜 측이 이겼음에도 방식논리에서 불리했었다는 불복심리가 팽배해 쉽사리 물러서기가 어렵게 돼 있다.

박근혜의 향후 행보를 예단 내지는 속단 하기는 다소 이른감은 있지만 추위[推委]해 볼 호기심은 다분히 생기는 대목이다. 이명박의 약점이 노출되는 순간을 기회로 보고 암암리 결속을 다질 개연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영영[營營]한 자들이 본색을 감추고 화광동진[和光同塵]하리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동수상응 (動須相應)

손학규의 귀추도 주목 해야 할 대목이다. 스스로도 대선 약발이 한나라당 후보에 떨어진다는 것쯤 예측 하고 있을 것이다. 손학규가 민주신당 경선에서 분발한 것 자체로 만족할까 하는 의구심은 버려야 한다. 만약 자신의 역량에 만족했을 거라면 당초에 한나라당에서 세[勢]나 유지해가며 차기[次期]를 노렸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신당 경선에서 손학규가 떨어진다면 그의 차선책은 뭘까? 민주신당 범 여권 민주세력의 단합을 위해 온 힘을 기우릴까? 박근혜처럼 차선책에 골몰하는 심지에 불을 붙이는 차 차선책을 당을 넘나드는 용기로 융합할까?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하고 반심반의할 사람들은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른다. 허지만 범 여권이랍시고 통합이니 대 합당이니 하는  멍석은 이미 깔려있지 않은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자쟁선 (棄子爭先)

정동영의 대세는 아마도 옛날 참신했던 시절 이러저러한 연유로 좋아하게 된 사람들의 사무친 메아리라고 봐야 한다. 경선에서 어느 정도 득세할 수는 있어도 지속력과 융화력이 떨어져 답보상태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나치게 권력욕이 앞선 나머지 한나라당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준다. 김근태가 기자쟁선을 제대로 써먹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어차피 민주신당에서 정치를 펼치려면 지금이라도 김근태한테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의 자랑은 시류에 편승시켜 시대정신으로 민주신당을 떠 받들어야 할 입장을 취해야 마땅할 것이다.

공피고아 (攻彼顧我)

이해찬의 보수 우익 깨뜨리기는 오히려 그들의 결속력을 다지게 하는 약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두루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자신의 약점과 상대방의 감정을 잘 조율해야 한다.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이 비단 한나라당의 애쓴 엄살과 조중동의 획책 때문이라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의 관계는 김영삼이란 역학[力學]작용이 잠재돼 있다. 정치꾼과 자식들의 축재가 노무현이란 이미지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판도가 그때와는 천양지판이다.

주먹구구식 공업화로 인해 IMF를 자초해 온 정치세력들은 빼먹을 거 다 빼먹고 뒤로 빠지게 만든 김대중의 원망과 노무현의 재미없는 냉철한 국정 운영에 지친 사람들의 원망이 고조돼 한나라당마저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거센 원성은 탄핵까지 불러일으킨 치국을 잊어서는 않된다. 탄핵이 결국 노무현의 올곧은 정치를 펴도록 날개를 달아준 꼴이 돼 버렸지만 말이다. 시대정신이 돕고 있는 형국이니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기다림에 목맨 사람들에게 고진감래의 열매를 해석하여 풀어주면 된다.

입계의완 (入界誼緩)

유시민을 아는 사람은 확실하게 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은 아주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력이 짧아서도 그렇지만 아직 애숭이라는 선입견이 더 앞서는 듯 하다. 만약에 내가 유시민을 경선에서 일 등 하도록 표심을 얻어 모으려면 내세울 게 노무현처럼의 부사를 사용 해야 할 판이니 어렵다. 알고 있는 난 좋은 감정과 완벽한 사람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모르는 그들을 설득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경선에서 일 등으로 당선된다면 대선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국민 앞에 그의 참 모습이 드러날 수 있게 많이 비춰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국민은 청정한 목소리의 인품과 서민적인 꾸밈새에 반할 것이고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에 박수를 보낼 것이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지지율을 끌어 올릴 사람이다. 이해찬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과 비전을 풀어헤쳐 줘 못마땅하게 기다려 온 사람들의 급부적인 보람을 찾아줘야 한다.

세고취화 (勢孤取和)

추미애의 경우는 부처님의 돌보심이다. 민주당을 탈출(?)할 수 있었던 계기와 타이밍이 그렇다. 추미애의 정치력은 남자지만 품성[稟性]이 선하여 중간은 항상 지탱할 사람이다. 민주신당에 들어섰다는 의미는 도태당하진 않을 것이란 암시이자 예시이다. 시대정신에 잘 편승하였고 나름대로 세를 유지함으로써 일정 부분 나라에 크게 봉사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안정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서 옳바른 방향타가 되길 바란다.

사소취대 (捨小取大)

한명숙이 대통령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아직 여물지 않은 세상을 원망해야 할꺼나. 여성대통령이 이쯤해서 나와 요모조모 알뜰살뜰 규모있는 살림살이를 해 줬으면 하는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정치판은 개판이고 정책은 전쟁판인 지금 여성이 감당하기엔 벅찬 세상이다. 70년대 가정을 지금의 정치판에 영상시키면 한 그림자로 비춰질 것이다. 남편의 그때그때 따라 자세를 달리해야 했던 시절처럼이나 지금의 정치판이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기를 염두에 두시고 크게 한턱 내신다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한명숙이가 대통령 된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합니다. 아까워 죽겠어요. 이 땅에 하루 빨리 선진정치가 자리잡아 온 국민의 의식속에 품위있는 정치인의 정책으로 후질구리하고 낮잡은 생각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움을 느끼며 자긍심 있게 살았음 좋겠습니다. 민주신당이 반듯이 이겨서 다시는 무소불위 주먹구구식 낡은 정치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신물경속(愼勿輕速)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로써 명성이 자자하다. 깨어있는 근로자라면 존경심을 가지고 있을 아주 훌륭한 사업가다. 그가 정치를 한다고 정치판에 뛰어들었어도 그를 믿고 따를 무작위 순수한 사람들이 많다고 봐야 한다. 문국현의 정치력은 차치[且置]하고라도 그의 사업자적 무용담은 정치에 관심 기울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관심 갖게 할 충분한 마인드가 있는 분이다.

정치에 신물난 사람마져 돌아보게 하는 그의 생활철학은 보배이다. 민주신당 경선대표주자와 문국현과의 통합은 필연적인 수순으로 봐야 한다. 민노당 권영길후보를 적절히 견제할 것이고, 민주당의 불랙홀이 될 것이다. 문국현의 정치 행보를 끝까지 지켜보고 난 뒤 민주신당 대통령후보와 자연스럽게 연대통합하면 된다.

만패불청(萬覇不聽)

참고로 범 여권 대선 후보군은 노무현을 팽하면 끝이다. 절대로 노무현을 헐뜯거나 비방해서는 안된다. 어떤 정책이든지 "노무현의 정책은 이런 것인데 이런 점이 부족한 것같아 이렇게 보완 수정했다 "라고 정책 전반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설복시킬 대안을 필수적으로 내 놔야 한다. 공멸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꽃놀이 패(覇)

국민의 진짜 마음은 약자인 노무현 대통령한테 보낼 지지[支持]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지지율 조작은 믿을 게 못되지만 국민들은 그 지지율을 믿고 약한 노무현 대통령을 응원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위급할 때나 어려울 때면 진실에 근접하여 난국을 타개해 온 슬기로운 민족이다. 그동안 국민의 지혜가 왜곡되는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지금 우린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