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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와 종교계 타락은 국가의 쇠망으로 직결된다

이경희330 2007. 9. 7. 09:27
교회 정화 위해 '시무28조' 올리는 최승로같은 사람 필요
          황규학 목사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종교계의 타락은 결국 국가의 쇠망으로 직결되었다. 려말의 불교의 타락, 선말의 유교의 타락이 그래왔다. 세계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카톨릭의 타락은 중세를 근세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한 국가와 시대의 부패 이면에는 종교세력들이 자리잡았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시대는 신비 종교, 밀의 종교가 성행했다. 종교는 이처럼 한 시대, 국가의 쇠망과 직결되어 있다. 종교의 몰락은 곧 정신의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일 기독교 정신의 몰락은 히틀러의 지지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한국 기독교의 몰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을 지지하고, '3당야합' 장로 대통령을 지지하더니, 지금은 위장전입한 모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 얼마 전엔 많은 여러 교단들의 인사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목사들이 중심되어 뉴라이트, 기독교 사회책임이라는 정치집단까지 만들고, 정부에 강력한 압력단체로서 군림하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기독교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와중에 터진 아프간 사태는 기독교의 몰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고려시대 불교의 타락이 하늘을 치솟자, 최승로는 '시무 28'를 성종에게 바쳤다. 그것은 일종의 종교개혁안이었다. 그는 불교의 타락과 부패를 지적하며 과감하게 불교를 개혁할 것을 아뢰었다. 그가 주장한 것은 금권에 관한 것이었다.

상소 내용을 보면, 불교에 대한 비판이 매우 많았다. 광종 때 공덕제를 실시하기 위해 백성의 고혈을 짜냈다는 사실을 들어 이를 없애자고 건의한 것(2)에서 시작하여, 과다한 보시 행위의 제한(4)과 승려가 궁궐에 마음대로 출입하여 총애 얻는 것을 금지하고(8), 불보(佛寶)의 전곡(錢穀)을 고리대로 이용하는 것(6)과 승려가 객관(客館)이나 역사(驛舍)에 유숙하면서 행패부리는 것을 금지하고(10), 사찰의 남설(16)과 금은을 사용하여 불상을 제작하는 행위를 비판(18)하는 등 불교의 사회적 폐단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시무 16조, 18조이다. 16조에는 "중들이 다투어 절을 짓는데, 지방 수령들이 백성을 동원해 일을 시키니 백성들이 매우 고통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를 엄히 금하소서." 18조는 "신라가 말기에 불경과 불상을 만드는데 금은을 사용하여 사치가 지나쳤으니 마침내 멸망하게 되었습니다. 근래에도 그 풍습이 없어지지 않았으니 엄중이 금하소서"라고 조언한다.

현금의 기독교회라고 이와 다를까. 교회 역시 조금만 부흥하고 성장하면 다투어 건축하고 개축하느라 바쁘다. 그 돈만 수억에서 수십억씩 들어간다. 심지어 교인들은 집까지 담보를 잡힌다. 그러다 보면 성도들 허리가 휜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워 아이들 사교육비 부담하느라 허드렛일까지 하는 판인데, 교회 건축으로 인한 부담으로 성도들은 고혈을 짜낸다.

예배당 건축이 끝나면 관행처럼 교육관과 기도원 건축, 장지 확보로 이어진다. 이러다 보니 교회는 끊임없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사회를 구제하고 봉사하기는 커녕 되려 구제를 받아야 할 판이다. 자체적으로 교회를 유지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교회가 조금만 안정되면 수십억씩 되는 파이프 올갠 사들이기, 금싸라기 땅 주차장 확보하기, 땅 투기 등 사치가 끊이지를 않는다.

성도 수가 1천명 이상만 돼도 목회자는 판공비라든가 잡다한 수입을 합쳐 실생활비가 1억을 상회하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외국을 제 집 드나들듯 오간다. 아마 국회의원들보다 더 자주 나갈 게다. 그런데도 대형교회 목사들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세습하려 든다. 교인들은 그 앞에서 거의 맹목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그들에겐 권리 하나 없고 의무만 가득하다. 헌금 낼 의무, 봉사할 의무, 기도할 의무 기타 등등.

요즈음 국가와 교회가 심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때 아닌 좌우 대결, 지나친 여야 분쟁, 당청의 갈등, 노사 분쟁, 종교계의 타락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교회와 목회자가 이 지경에 이를 수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치개혁안과 종교개혁안을 담은 '시무 28조'를 상소할 최승로가 필요하다.

최승로의 '시무 28조'가 성종에 의해 수용되어 불교계와 고려 전기 사회를 정비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고, 이 점이 <시무이십팔조>가 갖는 역사적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기독교 정화를 위해서 '시무28조'를 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 최승로같은 사람이 나와서, 무인가 신학교를 정비하고, 목회자 납세 의무를 확실히 하고, 선교정책을 정리하며, 종교인 수급을 조절하여 사회에서 종교가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한나라의 쇠망을 막는 길이다. 정신이 망하면 그 사회와 국가는 쇠망으로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