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대작 드라마와 대작 영화 제작, 한단계 진화한 CG기술, 세계 도전 포부 닮은 꼴 분석
영화 '디워'심형래 감독과 드라마 '태왕사신기'김종학 감독이 방송과 영화에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국내 좁은 시장에서 눈을 돌려 세계 본무대 도전의 꿈을 과감히 펼치고 있어서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매개로 다양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며 대중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향해 그동안 여타 제작자들이 쉽게 하지 못한 장르적 혁신을 무기로 거침없는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심형래 감독은 SF 오락 영화 '디워'를 통해, 김종학 감독은 판타지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전세계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더이상 머물지 않고 눈을 세계로 돌려 야심찬 프로젝트를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 이들은 한국 엔테인먼트 분야를 세계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힘겹지만 실현 가능한 무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 두 감독이 꿈꾸는 가시적인 세계시장 도전의 닮은 꼴과 다른 점을 비교해 봤다.
양치기 소년에서 거장으로 재평가
심형래 감독은 무려 6년, 김종학 감독은 3년이란 시간동안 관객과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2001년 '용가리'참패 후 더이상 심감독의 말이라면 믿으려 하지 않았던 대중들은 '디워'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을 갖고 있었다. '개봉은 하긴 하는 거냐?'는 의구심은 기본이고 '또 미국을 들먹인다'는 빈정거림에다 코미디언 출신 영화 감독에 대한 무시까지 심 감독이 넘어야 할 산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지난 8월 1일 개봉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최대한 자제한 했을까?. 미국 현지 후반 작업 제작진, 미국 1500여개 스크린 배급사 사장 인터뷰를 통해 사실감을 높이려는 전략도 펼쳤다. 800만명의 관객이 보고나서야 심감독은 언론에 입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도 심감독은 미국 소니픽처스사와 맺은 DVD 판권 계약서와 서명식 사진을 증거자료로 언론에 제시했다. 그에 대한 불신의 벽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보다 드라마계에서 주류를 걸어온 김종학 감독이 느낀 낭패감은 더 했다. 그동안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같은 50%를 넘는 대작들을 만들어 온 대작 드라마 사령관 김 감독. 배용준과 함께 꺼져가는 한류의 불을 다시 지피는 선봉장이 되겠다던 포부는 올해 네차례의 방송 연기를 통해 순식간에 그를 거짓말장이로 전락시켰다. 30년 드라마 거장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방영이 예정됐던 MBC는 덩달아 드라마 편성 라인업이 엉켰고 경쟁사에 전력 약화를 노출시키는데 한몫해 김 감독은 친정과 시청자 모두에게 죄송스러움까지 더하게 됐다. 지난 6월 방영연기 때는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죽고 싶다'면서 공개 사과를 했다. 최근 만난 김종학 감독은 "또다시 연장 문제를 꺼낼 때는 정말 그 자리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100% 국산 CG개발-300억 '디워' VS 430억 '태왕사신기'
충무로에서 지금껏 대작이라고 하면 최고 150억 정도가 투입된 '태풍'이나 100억대 '중천' '괴물'등이 현실적으로 제작된 최고가 작품이었지만 심형래 감독이 6년만에 내놓은 SF 신작 '디워'는 300억원이상이 투입됐다. '트랜스 포머'나 '쥬라기 공원'에서 보았던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CG)이 한국 제작사 영구 무비의 기술력으로 근사치에 접근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스토리의 취약성이 지적되긴 했지만 대중 관객은 한국 SF영화의 수준을 두세 단계 뛰어 넘은 '디워'의 눈을 씻고 다시 쳐다보게 하는 CG능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무려 800만 관객이 이를 확인했다.
빈약한 스토리 라인이 아킬레스 건(?)
국내 흥행에서 우선 성공한 '디워'는 여러 성취에도 불구 스토리 라인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적받고 있다. 워낙 CG에 치중하다보니 주인공들의 이야기 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화 도식화 돼 이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심 감독은 "이 영화는 철저히 전세계 영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을 겨냥한 작품"이라면서 "우리가 재미없다고 하는 장면은 다른 국가에서 시사회할 때 재밌다고 반응이 온다. 우리가 재미있다고 하는 장면도 정반대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세계인의 관점에서 보면, 각국의 관객 기호에서 보편성을 찾기위해 이야기가 단순하게 갈 필요가 있다"고 강변했다.
1.2부를 언론에 공개한 김종학 감독의 '태왕사신기'는 24부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더욱 이점에서 예민하다. 첫 회에서는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의 놀라운 CG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2부에서는 복잡한 인물, 부족 관계와 컴퓨터 게임 같은 낮선 용어들이 이해도를 떨어뜨렸고 소위 '내러티브'의 취약성이 노출돼 드라마를 끌어가는 힘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김종학 감독은 이에 대해 "1.2부는 전체 24부의 도입(인트로)일 뿐"이라면서 "내러티브는 앞으로 보시면 알 것이다. 제 드라마 인생에서 한번도 이야기보다 그림을 앞세워 본적 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우리는 세계를 겨냥한다
심 감독은 국내 흥행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개가를 올렸다. 14일 미국 전역에서 와이드 릴리즈 방식으로 15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하고 한국 영화 최초로 대규모 개봉을 한다. 또 소니 픽처스와 최근 계약을 통해 극장 수익보다 2.5배 많다는 DVD등 2차 부가 판권 배급 계약도 성공시켰다. 일본에서도 5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계획을 잡고 있을 만큼 그가 거둔 성과는 역대 어느 한국 영화도 이루지 못한 세계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심 감독은 "언제 까지 우리가 좁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을 것인가. 이제 눈을 돌려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에서 제대로 승부를 걸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김종학 감독의 '태왕사신기'는 애초 배용준이 '겨울 연가'로 만들어 놓은 한류의 불씨를 배용준을 통해 되살리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드디어 11일 국내 전파를 타게 됐고 오는 12월에는 한류 전파의 뿌리가 깊이 내려진 일본에서 위성 방송과 케이블 TV, 본방송으로 세차례 반복해서 드라마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홍콩 싱가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수출 계약이 이뤄졌다. 미국 유럽 시장은 한국 방영과 아시아 방영 이후 평가를 바탕으로 2차 판권과 더불어 계약을 추진중이다. 김 감독은 "적어도 드라마 분야에서는 제가 한류의 불을 지펴야 하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면서 자신감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보다 앞선 선구자들로서 이들은 분명 평가받을 부분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성공이냐 실패냐에 영화계와 드라마계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일 이들의 시도가 실패 한다면 차후 작품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또다시 후퇴, 퇴보 할 것이고 이들이 성공한다면 투자는 더욱 활성화 될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두 감독의 성패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업계 투자 활성화와 이를 통한 작품의 질 향상이라는 밀접한 함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socio9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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