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속 터지는 서민 물가 이명박 정부는 내몰라라 하나?

이경희330 2009. 6. 25. 00:06

이필상 고려대 교수ㆍ전 총장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말 소비자 물가는 2.7%로 지난해 7월 5.9%를 기록한 이후 최저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배추 107%, 닭고기 41%, 우유 35%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택시의 기본요금이 500원이나 오르고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내리는데 서민들의 물가고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물가지수가 서민들의 생활형편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필수품은 원자재 가격과 환율상승 등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서민들은 실직이나 감봉 등으로 일반 상품소비는 거의 못한다. 생활필수품만 어쩔 수 없이 소비한다. 그렇다 보니 가격이 급등하는 물품만 소비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민물가는 잡겠다고 약속을 하고 52개 품목을 선정하여 소위 MB 물가를 집중 관리해 왔다. 그러나 52개 품목 중 29개 생활필수품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1년 동안 21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돼지고기 18%, 설탕 15%, 세제 21% 등이다. MB 품목 전체에 대한 물가상승률은 5.7%나 된다. 결국 MB 물가관리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고용, 생산, 소비, 투자 등 향후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10대 선행지표가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 역시 서민들의 체감경기와는 거리가 멀다. 경기가 잠시 호전기미를 보인 것이지 추락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1%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4.3%나 떨어졌다. 아직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는 뜻이다.

실로 안타까운 일은 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서민들이 희생을 치르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경제의 생존 차원에서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200만 명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돈을 푸는 정책을 폈다. 이러한 팽창정책의 혜택은 대부분 살아남은 기업들과 근로자들에게 갔다.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은 그로부터 파생되는 물가상승의 덤터기만 썼다. 특히 대규모로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 투기를 유발하여 상대적 박탈감과 소득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97년 외환위기 당시 0.268 수준이었다. 이후 지니계수가 급격히 악화하여 위험수준인 0.3을 넘어 지난해 0.325에 다다랐다.

최근 다시 위기를 맞은 우리 경제는 과거와 유사한 구조조정과 재정팽창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으면서 물가불안의 고통을 집중적으로 겪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경제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나 그로부터 피해를 입는 서민들을 위하여 근본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즉 내수와 전통시장 발전, 창업활성화, 중소기업과 자영업 육성 등 중산층과 서민이 주축이 되는 경기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요금 인상억제 등 물가안정에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여기에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획기적인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살아나지 않는 한 어떤 경제정책도 큰 의미가 없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ㆍ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