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자 편집위원실장
말 잘 하고 글 솜씨도 매끄러운 박찬욱 감독이 영화 ‘친절한 금자 씨’를 만들고 난 후 주연배우 이영애를 두고 한 말이 있다. “한국의 영화감독에는 두 종류 감독이 있죠. 배우 이영애와 일해본 감독과 일해보지 않은 감독입니다.” 한 배우를 칭찬하는, 농담에 가까운 이 말은 과해 보이기는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포털 사이트들을 구분할 때, 박 감독이 이영애를 기준점으로 삼은 것처럼, 네이버를 기준점으로 삼아왔다. 10여 개의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들을 아주 간단하게 구별 짓자면 네이버와 비 네이버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포털 사이트들의 구분 기준점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네이버가 다른 포털과는 비교할 수 없게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은 73.69%(‘07년 12월 현재)이다. 그러니 연두색과 하얀색의 검색 창에 친숙함을 느끼는 사람, 인터넷 초기화면을 네이버로 고정시킨 사람, 무엇인가를 검색할 때 네이버를 찾는 사람이 많고 광고수익이 그와 비례하여 많다는 의미가 된다. 네이버의 서비스 중에서 수천 만의 네티즌을 모아 오늘의 네이버가 있게 한 서비스로 흔히 ‘지식in’을 꼽는다. 나 개인적으로, 깊이 있는 지식보다는 생활의 팁을 묻고 답하는 데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 서비스는 어떻든 독자적인 것은 사실인데 네이버는 이 ‘지식in’을 쌓아온 네티즌들에게 보상을 한 바는 없다.
네이버의 강점 중 하나는 발 빠른 움직임에 있다. 그간 언론매체로부터 사들인 뉴스 관련 콘텐츠를 배치하고 일부는 편집까지 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한 자리에서 뉴스를 빠르고 편하게 훑어보기를 원하는 욕구에 발 빠르게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갖가지 사전을 구비한 네이버 사전이나, 최근 선 보인 온라인 가계부 서비스를 보면 발이 빠르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그런데 반 네이버 목소리가 요즘 커졌다. 2008년 촛불시위 이전에도 반 네이버 목소리는 있었다. 네이버는 세계 검색시장의 공룡 구글이 한국에서는 단 1~2%의 시장점유율밖에 차지하지 못 하도록 묶어둔자신의 저력을 내심 자랑했을 법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첫째 네이버는 검색을 하면 검색된 사이트로 자유로이 이동하도록 두지 않고 이런저런 자료를 퍼와서 네티즌들이 네이버 안에서 광고를 보며 머무르게 가두어 둔다는 점, 둘째 인터넷 정신에 걸맞지 않게 콘텐츠를 개방하지 않는 정책을 편다는 점, 셋째 정보를 제공한 네티즌들에게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 특히 비판적이었다.
그런데 내 조카 같은 젊은 네티즌들은 네이버의 발, 특히 정치에 영향을 받은 발이 촛불시위를 거치며 너무 재빨라졌다고 비판한다. 대표적인 것이 인기 검색어 순위 바꾸기라고 한다. 또 이탈리아의 새 총리 베를루스코니의 언론통제를 다룬 방송사의 보도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고 한다. 불을 땐 굴뚝에서는 반드시 연기가 나는 법. 반 네이버 목소리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 인터넷 생태계의 진짜 공룡인 네이버는 오만해서는 안 된다. 내 조카 같은 젊은이들은 네이버가 수익을 거두는 데 보탬이 되지 않게 하겠다며 광고 없는 네이버 페이지를 만들어서야 네이버를 본다. 네이버에 뜨는 광고 주소를 일일이 찾아 인터넷 옵션에서 차단시킨 다음에야, 네이버를 방문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실린 오늘 현재의 네이버 기업정보, 증권시세정보는 네이버의 주가가 당분간 ‘폭락’할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개편한 홈페이지가 방문객 대감소로 이어질 만큼 실패라는 것이다. 어제의 일등이 오늘의 일등이 아니며 시장점유율, 시장동향, 업계순위는 절대 불변이 아님을 생각하게 되는 날이다. 뉴스를 편집한다는 비판도 없애고 뉴스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네이버가 개편한 홈페이지의 뉴스캐스트가 임의의 '언론사들 줄 세우기'의 하나라는 점을 네이버는 이번 기회에 깨닫기 바란다.
inthe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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