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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구속과 정치권의 모순..무책임한 행위는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

이경희330 2009. 1. 1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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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논객으로 아고라를 누비던 미네르바가 마침내 구속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인터넷 논객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다.

미네르바의 구속영장은 지난해 12월29일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올린 글 중 "정부가 금융기관 등의 달러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 는 내용이 허위사실인데다, 미네르바의 글이 실질적으로 공익을 해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외환시장 및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법원이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한다.

개인의 견해를 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부문서를 허위로 인용한 바탕 위에서 작성한 글이며, 그로 인한 영향력이 나쁜 방향으로 확산되었던 만큼, 법을 집행하는 당국으로서는 당연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 사태를 두고 포탈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 증폭되고 있는 논란이 바람직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면도 있어 염려되는 바이다.

첫째, 미네르바의 예언이 적중했으므로 그의 신통력을 칭찬하는 논조의 모순이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그의 글을 통해 언급한 것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세계 경제의 난맥상과 관련하여 일부 예언이 이루어진 듯한 몇 명 이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합한 것 보다는 예측을 빗나간 것들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신기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

우리는 점쟁이에게 점괘를 받아들고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화를 내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근접하게 진행되면 신통하다고 야단을 부리는데 이번 사태도 그와 같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예언을 하면 일부는 맞아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신통하다고 야단법석을 부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둘째, 그가 구속한 것이 그의 예언처럼 외환수급 등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정확히 지적해 왔다고 하는 논리의 모순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정부 차원의 실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발 경제위기로부터 파급된 것이며,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일본,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가 그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유럽을 비롯한 세계 전체가 함께 겪고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경제적 실정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코메디다.

셋째, 그의 구속이 현정부 정책 비판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는 논리의 모순이다.

이번 구속 사태는 정부에서 발송하지도 않은 공문 운운하며 근거없는 글을 쓴 잘못을 묻는 것이므로 그를 변호하려면 그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누구나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부 이름을 사칭하여 글을 써서는 안된다. 또한 타인의 이름이나 글을 인용할 때에는 원전에 충실한 가운데 전달하여야 한다.

기관을 사칭하는 것이나, 원전을 왜곡 인용해서 피해를 입히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허용하는 범위가 아니며 당연히 법의 보호를 벗어나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위법은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인쇄 배포되는 지면에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웹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도 필자는 진실을 전하여야 하며 공익을 지향한다는 기본적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만일 진실이 아닌 내용을 전달하게 되면 독자층을 잘못된 정보의 세계로 인도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는 큰 잘못이다.

아울러 공익을 위배하는 방향성을 갖고 글을 쓴다면 이는 그 글로 통해 불특정 다수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사태가 오게 되므로 역시 잘못된 모습이다.

그런 책임의식이 사라진 글이 난무하게 된다면 인터넷에 글을 쓰는 모든 논객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도록 하는 강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명을 공개하면서 글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실성과 공익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책임의식이 없는 논객이라면 이미 논객이라 할 수 없다.

미네르바의 성실한 노력은 그대로 평가 하더라도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

물타기식 논란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토론 문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골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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