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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신임교수 채용실패의 의미

이경희330 2007. 8. 26. 00:32
서울대 공대에서 신임교수를 뽑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학교측의 설명에 따르면 40여명의 많은 지원자가 있었지만 학교가 기대하고 있는 탁월한 지원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우수한 학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수한 공학자는 전세계 기업들이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면서 데려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도 그런 인재를 뽑을려면 세계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립대학인 서울대학은 스스로 안주하면서 심지어 독립법인으로 발전하는 방안마저 거부하는 상황에서 그런 유인책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둘째로 서울대학교가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얼마나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그 동안 지나치게 동문 위주로 그리고 한국인 위주로 신임교수들을 채용해왔고, 그 결과 연고가 없는 인재들은 아예 문을 두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공학자는 굳이 한국인일 필요도 없습니다. 벌써 기업들은 외국인 연구자를 많이 채용하는 실태인데, 서울대 공대는 얼마나 우수한 외국인 공학자들을 유치하려고 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싱가폴 대학들은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지에 외국인 학자 채용 광고를 빈번하게 내고 있는데, 서울대학은 그런 노력을 기울였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학연과 국적을 묻지않는 완전 개방적인 채용제도를 갖추지 않는 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정말 이제는 우수한 인재가 공학의 길로 들어가지 않아서 그야말로 우수한 공학도가 생산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흔히, 우수한 인재들은 돈벌이 좋은 의사, 약사, 한의사 등의 응용분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느 분야에나 관심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고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 대학도 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처우와 연구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것이 자연적으로 이공대 우대정책이 되는 것이고, 그 결과 이공대학에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우수한 연구진이 생산되고, 결국 우수한 공학자를 끌어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울대 공과대 신임교수 채용실패에 대해 우선 대학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통해 서울대, 나아가 한국의 대학들이 한걸음 발전하는 기회를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서강대 김학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