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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한 노무현 전 대통령, 진눈깨비 맞으며 입술 깨물고...올해 마지막 인사 “따뜻해지면 만나자”

이경희330 2008. 12. 5. 23:17

▲ 올해 마지막 인사를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형 노건평(66) 씨의 구속으로 크게 상심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5일 “금년 안에는 더 이상 방문객들과의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이 개설한 토론사이트 민주주의2.0 활동도 “(상황과 여건 등을) 봐서 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방문객들과 취재진들 100여명을 만나 “오늘은 내 손님보다 취재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형 건평씨 사건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7분여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한참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기고 입술을 무는 등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초반 건평씨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해서 나오자 결심한 듯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 나갔다. 이날 봉하마을은 찬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내렸다.

노 전 대통령측은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에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동영상 보러가기).또한 그간 방문객들과의 만남 예정 날짜를 알려왔던 일정게시판 배너를 삭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늘은 인사를 나오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인터넷에는 약속돼 있어서 나왔다”며 “오늘 인사로 금년 인사는 마감했으면 좋겠다, 내년에 날씨 좀 따뜻해지면 그때 다시 인사드리러 나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문객들에게 “그렇게 널리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기자들이 노건평씨 구속에 대한 심정을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오늘 오전에 진눈깨비가 내렸지요”라고만 답하고 입을 닫았다. 노 전 대통령은 “할 일이 뭐가 있겠냐”라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지금쯤은 국민들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는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도 있겠지만 또 형님의 동생으로서의 도리도 있다”고 사과하기 어려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형님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과를 해버리면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 국민들에게 그런 서비스도 하기가 어렵다”며 “여기 오신 분들에게도 똑같은 거 아니냐.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저는 어쨌든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해야 될 도리가 있지만 또 한 사람의 가족으로서, 동생으로서의 도리도 있다”며 “그래서 모든 사실이 다 확정될 때까지는 형님의 말을 부정하는 그런 앞지른 판단을 말하거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양해를 당부했다.

그는 그러면서 “상황은 두고 봐서 하겠지만 금년 안에는 여기(방문객들과의 인사)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2.0 등 인터넷을 통한 활동도 “봐서 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한미FTA에 관한 글을 올린 이후 더 이상 ‘민주주의2.0’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노건평씨와의 전화통화 여부에 대해선 “우리의 사적인 문제로 덮어두시면 좋겠다”며 “있었다 없었다 궁금하시겠지만 그런 것은 그만 우리끼리 문제로 덮어두시는 것이 좋겠다”고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7분여의 대화를 마치고 방문객들의 ‘힘내시라’ ‘건강하라’는 격려 속에서 사저로 돌아갔다.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에는 “믿고 지지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마음은 더 추워 보입니다”, “마음 상하지 마시고 꼭꼭 건강하십시오”, “지금 비록 찬바람불고 진눈깨비 내렸지만 자연의 섭리상 봄은 옵니다, 추운 겨우내 건강하십시오” 등 지지자들의 격려 글이 쇄도하고 있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