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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잇따른 대남 강경책 속셈은?‘통미봉남’으로 남한 압박 노려... 한미관계 굳건하면 효과 미지수

이경희330 2008. 12. 6. 11:15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관계 악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 방법과 강도 측면에서 북한이 생각보다 강경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개성공단 인원 철수는 정치권에서도 예상치 못한 터라 생각보다 충격이 세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개성지역에 체류 중인 남한 국민 1039명 중 501명이 철수를 완료했다. 현재 남아있는 인원은 개성공단에 유지를 위한 최소인원 뿐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12일 “12월1일부터 MDL을 통한 육로 통행을 제한·차단하는 실제적인 중대조치가 단행될 것”이라며 “현 북남관계가 전면차단이라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한 내에서도 남북관계 악화를 놓고 정치권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과 자유선진당에서는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확실히 고쳐놓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강경책 때문에 지난 10년간 공들였던 남북관계가 물거품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대남 강경책을 쓰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속셈은 무엇일까?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남측 관계자들을 불러 12월1일부터 취하게 될 여러 가지 조치들을 설명하고, 7개 단체에 전화통지문(전통문)을 보냈다.
북한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입주기업협의회, 코트라, 현대아산, 안동대마방직, 아천, 그리고 국방부에 각각 보낸 전통문에서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육로 통행 제한·차단 등의 조치들을 공식 통고했다.

북한의 초강수 카드

전통문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장 또는 부위원장을 포함한 관리위 직원 50% 11월 말까지 철수 ▲건설·봉사 업체 등 모든 입주업체 상주인원의 절반 축소 ▲100만평 경계주변을 포함한 경협·교류협력 사업자의 군사분계선 통과 엄격 제한·차단 ▲참관·관광·경협 등을 목적으로 한 MDL 육로통행 제한·차단 ▲남북경협협의사무소 폐쇄 ▲현대아산이 진행하고 있는 개성관광 중지 ▲봉동~문산 철도열차 운행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카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통고된 내용은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들이다.
특히 지난달까지 올해 관광객 10만 명을 넘은 개성관광은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첫 성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에 지난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으로 전면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이어 남북 교류의 물꼬가 전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은 27일 금강산 지구 상주인원 및 차량도 철수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동해지구와 서해지구 입출경과 매회 인원 및 차량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MDL을 통한 육로 통행 제한·차단 의사를 밝혔던 만큼 중대 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상징성 있는 인물 추방 및 일부 인원·차량 통제 등 정도로 예상했었지만 실제 북한의 조치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민간교류도 축소

북한의 통보에 따라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남측 직원 9명은 28일 전격 철수했다. 1951년 6월12일 서울~개성 운행이 멈춘 뒤 56년 만인 지난해 12월11일 다시 이어진 경의선 열차도 전면 중단됐다.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입주기업들은 각각 북한의 요구대로 50%와 절반 정도로 인원 및 차량을 감축했으며, 당국 간 대화가 끊기면서 희망의 불씨로 남았던 민간단체 교류마저 사그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당국 간 서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남북관계 전면 차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북한의 속성상 앞으로 개성공단 완전 폐쇄, 민간인 교류 완전 중단이라는 제2, 제3의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는 것,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의 태도가 단순한 엄포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개성공단 폐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초강수를 잇따라 내놓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며 “북측 행위는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후퇴시키는 매우 엄중한 사태로 이는 남북 간 합의 사항에 배치된다”고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 장관으로써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정신에 따라 남북 당국자들이 만나 이번 조치에 관해 협의할 것을 제의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반면 북한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고 북남대결을 집요하게 추구해 온 남측 당국에 책임이 있으며 향후 개성공단과 남북관계는 남측 태도에 달려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우리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한 적이 없으며 수차례에 걸쳐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를 제의했다”고 항변했지만, 북한은 ‘오락가락’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축적된 불만을 터뜨리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만 진정성을 얘기할 뿐 장관급 총리회담 등 구체적인 대화 제의는 한 적이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 정부에 진정성이 있다고 믿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과 북한의 체제를 부인하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을 언급한 것 등도 향후 남북 간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유지될 경우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전면 차단하고 중국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며 “특사 파견 등 최고 통치자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한의 고립 노려

그렇다면 북한이 이같은 대남 강경책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통미봉남’으로 남한을 고립시키려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북한은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통미봉남'으로 이명박 정부를 '길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북 관계가 진전될수록 '통미봉남'은 추상적, 상징적 개념에 불과할 것이고 한·미관계가 굳건하면 '통미봉남'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오히려  '통미봉남' 정책을 취한다면 우리는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26일 강연회에서 "북한이 미국과 한국 사이를 이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미국은 한국을 소외시키는 어떤 해결책에도 관심이 없다"고 강조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떄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강경조치에 한·미 양국이 전통적 우호관계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의 포괄적 협력관계를 더욱 다져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오바마 및 그의 측근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국 간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쌓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꼽힌다.

 

sundayjournal특별취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