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퇴진 / 전문가 긴급 지상좌담◆
매일경제신문은 22일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 발표와 관련해 긴급 전문가 지상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지상 좌담회는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에 대한 평가와 이에 따른 삼성그룹의 변화상, 경영쇄신안이 국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기회에 기업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삼성이 앞으로 개별 기업단위별로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해야 현재의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이건희 회장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날 지상 좌담회에는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고려대 총장), 최운열 서강대 부총장, 박영렬 연세대 교수, 이재술 딜로이트컨설팅 대표가 참석했다.
-삼성 경영쇄신안이 국내 경제ㆍ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또 다른 그룹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 대표=전문경영인 체제가 된다고 해서 당장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확립된다면 장기적으로 삼성을 비롯한 국내 경제에는 호재가 될 것이다.
이재용 전무가 앞으로 경영권을 승계받더라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도 이러한 경영권 승계 모습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많은 기업이 이번 삼성 건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볼 때 기업들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삼성이 대표 기업답게 과감하게 경영쇄신을 함으로써 다른 기업에 모범을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기업들도 삼성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무언가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최 부총장=이번 기회에 다른 그룹들도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더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중요하지 그룹이라는 울타리 속에 개별 기업을 가둬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이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궁극적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시스템 선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 교수=기업은 결국 경쟁을 하고 게임을 한다. 누가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췄느냐에 따라 이기고 지는 것이 갈린다. 삼성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더 효율적인 경영을 펼치면 다른 재벌 기업도 따라할 것이다. 물론 똑똑한 가족 구성원이 있을 수 있지만 기술 중심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서는 전문가나 시스템이 아니면 적응할 수 없다. 국민은 삼성의 용단을 아끼고 사랑해 줘야 한다.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필상 교수=삼성으로서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기업을 끌고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은 의미가 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국민은 기업을 신뢰하고, 기업은 올바른 경영을 펼치는 보이지 않는 동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삼성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사건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시키는 데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운열 부총장=대주주 경영인 중심의 경영 형태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는 게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투명경영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개별 기업의 CEO가 각 기업의 경영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독립적인 경영 체제가 확립됐으면 한다.
▶박영렬 교수=이건희 회장이 여론에 몰려서 퇴진하는 느낌이다. 퇴진이라는 상징적인 행위로 비자금 사태 등을 마무리지으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이 회장이 책임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은 대주주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2~3년 후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무너지고 대주주 오너가 복귀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확실하게 정착됐으면 좋겠다.
▶이재술 대표=이건희 회장 퇴진 등을 볼 때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으로 평가한다. 이번에 삼성그룹이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것을 공표했다는 인상이다. 막연한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눈여겨볼 점은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그동안 삼성그룹 사외이사들은 독립적인 측면에서 제 목소리를 많이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을 '쓴소리'를 낼 수 있는 사외이사로 바꾸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내용인데, 이렇게 되면 과거와는 다른 많은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삼성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면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최 부총장=대주주 경영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갈 때 가장 큰 문제는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다. 전문경영인이 위험을 회피하고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삼성의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독립성이 확립된 사외이사를 영입해서 경영을 감시한다면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박 교수=장점으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들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능력을 기반으로 한 성과주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오랫동안 경영진에 머무르게 만들 것이다.
반면 전문경영인의 독립성이 존중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대주주가 뒤에서 전문경영인을 흔든다면 전문경영인은 꼭두각시에 불과하게 된다. 대주주가 맞다고 생각해서 우기면 경영인이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경영인이 명확한 권한을 갖지 못하고 눈치만 봐야 한다면 일의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의 경영쇄신안으로 국민들의 반(反)삼성, 반기업 정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보나.
▶박 교수=우리나라의 반기업 정서는 뿌리 깊은 것이다. 적어도 지금부터 10년 동안은 깨지기 힘들 것 같다. 이번에 국민은 정부가 봐줘서 이건희 회장이 대충 물러나고 사건이 수습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삼성이 이러한 국민 정서를 없애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2~3년 후에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깨진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반기업 정서의 해소는 우수한 기업이 꾸준한 성과를 내면서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 대표=당장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삼성도 이번 발표에서 지금이 시작이고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국민도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실제 삼성의 실천 상황을 지켜봐야 외부 여론이나 국민의 반삼성, 반기업 정서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교수=이번 사건이 반기업 정서 해소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반 국민은 기업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탈세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쁘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이번 삼성의 결단이 이러한 풍토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을 먹여살리고 있는데 이런 점에 대해 국민은 의식이 부족했다.
예전에는 군대가 영토를 넓혔다면 이제는 기업이 영토를 넓히고 있다.
▶최 부총장=반삼성 정서의 핵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경영권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속세 등을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회장이 이번에 차명으로 된 지분을 실명으로 전환하고 이를 공익적인 목적에 활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런 국민의 반감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경영권 승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는데 이런 부분을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 실정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다면 반삼성 감정은 많이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쇄신안 이후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 교수=남은 사람들이 잘 해줘야 한다. 경제 살리기를 바라는 국민에게 새로운 성공을 일으키는, 앞서가는 동력을 만드는 삼성이 되어야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고 빨리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
▶최 부총장=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개별 단위 기업별로 과감한 투자가 시급하다. 앞으로는 그룹보다는 개별 기업들이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자칫 전략기획실 폐지로 인한 중심세력 공백으로 그룹 전체가 방향을 잃고 헤맬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대주주도 전문경영자의 책임과 권한을 확립해 주고 개별 기업 CEO들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박 교수=용단을 내리는 것도 힘들지만 실천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이건희 회장은 이번의 초심을 잃지 말고 남아 있는 전문경영인이 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전문경영인은 이번이 좋은 기회다. 효과성과 효율성, 경쟁력 등을 갖추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이 새로운 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대표=이번에 발표한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잘 그려야 한다. 후계자가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이승훈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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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기회에 기업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삼성이 앞으로 개별 기업단위별로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해야 현재의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이건희 회장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날 지상 좌담회에는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고려대 총장), 최운열 서강대 부총장, 박영렬 연세대 교수, 이재술 딜로이트컨설팅 대표가 참석했다.
-삼성 경영쇄신안이 국내 경제ㆍ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또 다른 그룹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 대표=전문경영인 체제가 된다고 해서 당장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확립된다면 장기적으로 삼성을 비롯한 국내 경제에는 호재가 될 것이다.
이재용 전무가 앞으로 경영권을 승계받더라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도 이러한 경영권 승계 모습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많은 기업이 이번 삼성 건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볼 때 기업들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삼성이 대표 기업답게 과감하게 경영쇄신을 함으로써 다른 기업에 모범을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기업들도 삼성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무언가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최 부총장=이번 기회에 다른 그룹들도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더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중요하지 그룹이라는 울타리 속에 개별 기업을 가둬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이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궁극적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시스템 선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 교수=기업은 결국 경쟁을 하고 게임을 한다. 누가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췄느냐에 따라 이기고 지는 것이 갈린다. 삼성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더 효율적인 경영을 펼치면 다른 재벌 기업도 따라할 것이다. 물론 똑똑한 가족 구성원이 있을 수 있지만 기술 중심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서는 전문가나 시스템이 아니면 적응할 수 없다. 국민은 삼성의 용단을 아끼고 사랑해 줘야 한다.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이필상 교수=삼성으로서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기업을 끌고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은 의미가 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국민은 기업을 신뢰하고, 기업은 올바른 경영을 펼치는 보이지 않는 동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삼성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사건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시키는 데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운열 부총장=대주주 경영인 중심의 경영 형태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는 게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투명경영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개별 기업의 CEO가 각 기업의 경영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독립적인 경영 체제가 확립됐으면 한다.
▶박영렬 교수=이건희 회장이 여론에 몰려서 퇴진하는 느낌이다. 퇴진이라는 상징적인 행위로 비자금 사태 등을 마무리지으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이 회장이 책임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은 대주주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2~3년 후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무너지고 대주주 오너가 복귀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확실하게 정착됐으면 좋겠다.
▶이재술 대표=이건희 회장 퇴진 등을 볼 때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으로 평가한다. 이번에 삼성그룹이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것을 공표했다는 인상이다. 막연한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눈여겨볼 점은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그동안 삼성그룹 사외이사들은 독립적인 측면에서 제 목소리를 많이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을 '쓴소리'를 낼 수 있는 사외이사로 바꾸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내용인데, 이렇게 되면 과거와는 다른 많은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삼성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면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최 부총장=대주주 경영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갈 때 가장 큰 문제는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다. 전문경영인이 위험을 회피하고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삼성의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독립성이 확립된 사외이사를 영입해서 경영을 감시한다면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박 교수=장점으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들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능력을 기반으로 한 성과주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오랫동안 경영진에 머무르게 만들 것이다.
반면 전문경영인의 독립성이 존중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대주주가 뒤에서 전문경영인을 흔든다면 전문경영인은 꼭두각시에 불과하게 된다. 대주주가 맞다고 생각해서 우기면 경영인이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
경영인이 명확한 권한을 갖지 못하고 눈치만 봐야 한다면 일의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교수=우리나라의 반기업 정서는 뿌리 깊은 것이다. 적어도 지금부터 10년 동안은 깨지기 힘들 것 같다. 이번에 국민은 정부가 봐줘서 이건희 회장이 대충 물러나고 사건이 수습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삼성이 이러한 국민 정서를 없애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2~3년 후에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깨진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반기업 정서의 해소는 우수한 기업이 꾸준한 성과를 내면서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 대표=당장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삼성도 이번 발표에서 지금이 시작이고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국민도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실제 삼성의 실천 상황을 지켜봐야 외부 여론이나 국민의 반삼성, 반기업 정서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교수=이번 사건이 반기업 정서 해소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반 국민은 기업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탈세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쁘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이번 삼성의 결단이 이러한 풍토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을 먹여살리고 있는데 이런 점에 대해 국민은 의식이 부족했다.
예전에는 군대가 영토를 넓혔다면 이제는 기업이 영토를 넓히고 있다.
▶최 부총장=반삼성 정서의 핵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경영권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상속세 등을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회장이 이번에 차명으로 된 지분을 실명으로 전환하고 이를 공익적인 목적에 활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런 국민의 반감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경영권 승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는데 이런 부분을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 실정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다면 반삼성 감정은 많이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쇄신안 이후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 교수=남은 사람들이 잘 해줘야 한다. 경제 살리기를 바라는 국민에게 새로운 성공을 일으키는, 앞서가는 동력을 만드는 삼성이 되어야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고 빨리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
▶최 부총장=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개별 단위 기업별로 과감한 투자가 시급하다. 앞으로는 그룹보다는 개별 기업들이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자칫 전략기획실 폐지로 인한 중심세력 공백으로 그룹 전체가 방향을 잃고 헤맬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대주주도 전문경영자의 책임과 권한을 확립해 주고 개별 기업 CEO들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박 교수=용단을 내리는 것도 힘들지만 실천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이건희 회장은 이번의 초심을 잃지 말고 남아 있는 전문경영인이 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전문경영인은 이번이 좋은 기회다. 효과성과 효율성, 경쟁력 등을 갖추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이 새로운 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대표=이번에 발표한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잘 그려야 한다. 후계자가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이승훈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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